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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팀에서 이 기획자에게 '스튜핏'을 외치는 이유

조회수 2017. 9. 29. 1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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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되는 짓만 골라하는 <생활도감> 박상재 상품기획자

이 기획자는 ‘착한 것’을 싫어한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상재라고 합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현재는 생활도감에서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공이 사회복지요?

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로와는 조금 다른데…

어떤 진로를 생각하셨어요?


사회복지사나, 비영리단체 활동?

아, 서류에서 모두 떨어졌습니다.


아(…)

저 같은 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요…

기업 1호는 그 남자를 싫어했다…

어떤 스타일이신데요?

보여 주기용 CSR 캠페인 같은 걸 싫어해요. 우리는 착하니까 사주십시오, 이런 것보다는 진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통해서 사회를 바꿔가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란 뭘까요?

말 그대로죠. 단순한 가치 소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상품 같은 거.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부분은?

필요한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겠죠.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천연비누가 나왔는데요. 이거 발달장애인분들이 만드시는 거예요.


아, 장애인 고용.

아뇨. 그런 특수한 형태의 고용이 아니라 실제 제작에 모두 관여하고 있습니다. 천연비누에 사용되는 모든 원료는 유기농 원료이고, 텃밭에서 제공받고 있어요. 그야말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료가 되어 재배하죠.

믿을 수 있는 재료와 그것에 듬뿍 담긴 사회적 가치

생각보다 참여하시는 폭이 엄청 넓네요.

단순한 ‘참여’ 정도가 아니에요. 비누 제작 및 패키징까지 월등히 잘하세요. 예를 들어, 비누 모양을 핸드메이드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때 이분들이 발휘하시는 집중력과 디테일이 정말 엄청납니다.


크게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는 거군요.

그거, 엄청 옛날 개념이에요.


아(…)

일반인이 장애인들을 위해 뭔가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이미 예상했어요.


제작 이전부터요?

네. 아는 선생님의 아드님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거든요. 하루는 선생님 집에 들렀다가 그 친구랑 게임을 한 적이 있어요. 주니어사이트에 있는 단순한 게임 같은 거요.


어릴 때 많이 했었죠.

네. 옛날 생각도 나고. 그 친구도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같이 했어요. 10단계까지는 쉽게 가는데 그다음 판부터 약간 까다로워요. 저는 몇 번 해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옆을 봤는데, 그 친구는 벌써 19단계까지 가고 그렇더라고요.


세상에…

왜, 사람마다 적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적성에 안 맞으면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

적성은 참으로 중요하다

아무래도 그렇죠….

똑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은 일을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적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각자 가진 역량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어떤 기업에서는 척추장애인이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죠. 더 나아가, 장애인이 아니라 장인이 만든다는 인식이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잘


만드는 사람이 만든 ‘상품’.

네. 호의와 동정으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상품 그 자체로 설득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발달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실현하는 방법을 우리 사회가 고민하게 된다면 더 좋구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장인’의 모습



이 기획자는 무척이나 까탈스럽다


생활용품을 만드신다니 여쭤보는 건데, 요즘 기업들은 대체 왜 그런가요?

같은 업계인으로서 할 말이 없습니다(…)


작년 치약부터 이번에 생리대까지…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불안한데요.

그래서 저희가 바른 생활 바른 습관을 소구하는 브랜드…


못 믿겠습니다 (불신)

에이, 자신 없으면 치약 전성분 공개도 안 했죠.

치약 파동 당시, 모든 성분을 공개한 생활도감

전성분 공개가 작년이었죠?

그렇죠.


걱정되지 않으셨어요? 예를 들어 공개한 성분에서 또 다른 위험 물질이 발견된다던가.

피가 마르죠. 우리가 안전하다며 이걸 냈는데, 만약에 이것마저도 신뢰를 못 받는다면 소비자들은 대체 누굴 믿어야 되는 거며…


착한 줄 알았던 애가 실수를 해버리면 더 뭐라고 하잖아요.

네. 그래서 성분에 대한 확인을 거듭 거치고, 공장 가서도 엄청 예민하게 굴었어요. 생산 라인에 먼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빨리 청소하라고 잔소리 엄청 하고...


까탈스러우시군요(…)

그런데요, 적어도 이런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태도’?

이번 생리대 파동만 해도 그래요. 많은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받지 못했거든요.


확실히,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죠.

그때 확실히 느꼈어요. 어떤 경우라도 소비자의 마음으로 생각해야겠다고. 결국 이번 생리대 파동을 통해서 저희가 배우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기획 단계에서 반영된 부분이 있나요?

네. 저희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조금이라도 논쟁의 이슈가 있다. 이러면 다 빼요. 물론 연구원들이 이 정도는 괜찮다고 설득하세요. 근데 지금 확실하게 밝힐 수 없다? 그럼 과감하게 빼는 거죠.


그렇군요…

그렇게 적어도,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를 보이기 위해서 힘쓰고 있습니다.

까탈스러움에서 나오는 바이브…

이런 ‘까탈스러움’의 동력은 무엇일까요?

생활도감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말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요. 이제 시작인데, 처음부터 정확히 말해야 더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저희가 전성분공개 이후 치약이 품절된 적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믿음이 가니까.

네. 감사하죠. 8월에 치약 4만 개가 모두 품절되어 1주일간 예약판매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분들께는 물건을 2개씩 더 드렸어요.


그래서 남는 게 있을까요…?

어쨌거나 불편함을 드린 거니까. 그거에 대한 위로의 마음도 있고. 어쨌거나, 생활도감은 어떤 문제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는 게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까 말하고 싶은 게 많다고 하셨는데, 또 무엇을 말하고 싶으십니까?

가장 가깝게는, 생활용품은 예쁘지 않다는 편견.

예뻐서 보고 있으면 양치를 하고 싶게 만드는 마법의 디자인

실제로 보니까 군더더기가 없더라고요.

소비자도 모던하고 심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곤 해요. 결국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에 다양한 가치를 담아서 팔고 싶다는 회사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뿐이에요. 생활도감은 그렇게 하려고 만들어진 회사니까.


상품을 통해서 가치를 전달하는군요.

네. 저희 기업 목표가 ‘소소하지만 잦은 행복을 주자’인데, 그 목표를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어요. 아까 언급 드린 천연비누의 경우, 3개를 구매하시면 발달장애인에게 1시간의 일자리를 선물하는 것과 같아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혜가 아닌, 실력을 통한 인정받고자 하는 생활도감의 천연비누.



이 기획자는 돈이 안 되는 짓만 골라 한다


천연비누 얘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향은 좋은가요?

사실, 향기가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그건 장점이 아닌데…?

네..?

그러니까, 일반적인 비누에는 화학성분으로 이루어진 과일향이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 과일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대신 천연향과 허브 오일이 들어가죠.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서 향이 확실하게 날까요?

그래서 기존 제품들보다 재료를 2배 더 함유했고, 사이즈도 기존 비누 대비 1.5배로 크기를 더 키웠습니다. 넉넉하게 쓰실 수 있도록요.


두 배요?

혹시 상품에 실망 하실까 봐….

이쁜 데다, 사이즈도 크다고 한다

그러다 망하면 어쩌죠…

다들 그래요 장사 처음 하냐고. 아무도 그렇게 안 한다고. 그러다 남는 거 없다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천연비누는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프로젝트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단 한 분이라도 믿고 쓸 수 있는 상품을 살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해요. 진짜로.


그래도 망하는 건 슬프죠…

그렇죠(…)

이 기업은 언제 마진을 생각하는가…

홍보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천연비누도 100%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최근 핸드메이드가 가능하다고 주목받은 MP비누는 이미 만들어진 비누 베이스에 원하는 첨가물을 첨가하여 바를 만들어 내는 경우입니다. 당연히 비누 베이스 안에는 이미 합성 첨가물이 들어가 있죠.


생활도감의 비누는 좀 다른가요?

저희 비누는 CP 비누에 속해요. 모든 재료들이 천연이고, 여기에 가성소다를 추가해 1000시간의 숙성 기간을 통해 비누가 되는 거죠. 숙성 시간이 길다 보니 안의 재료들이 서로 작용하면서 비누가 훨씬 순해지고, 이때 생성되는 천연 글리세린을 통해 보습감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게 싹 다 돈 아닌가요?

물론 그렇죠….

재무팀이 이 기획자를 싫어합니다

네…

그래도 너무 비싸면 구매가 부담스러우시니까. 가격도 나름 합리적으로 잡았습니다.


근데, 솔직히 이 정도의 정성이 있다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추가적으로 아까도 말했지만, 발달장애인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제품이 제작되고 있구요.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의미까지 같이 가져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써본 사람들은 안다

아무쪼록 추석 선물로 많이 팔려가길 기원합니다…

저희도 그렇습니다. 만들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아요.


또 준비하고 있으신 게 있나요?

네.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죠. 저희 같은 경우가 비즈니스 영역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케이스가 되어서 다른 기업들도 동참하지 않을까요?


꼭 그러길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것들을 꾸준하게 만들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잦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요.


☞ 돈 아낄 줄 모르는 기획자가 겁도 없이 만든 천연비누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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