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직장인들이 담배 대신 선택한 이것

조회수 2017. 9. 16. 11:2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것마저 세금 인상?

강남역, 종각 및 광화문에 직장을 둔 흡연자 사이에는 최근 새로운 아이템이 유행 중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흡연자가 피우는 담배에 하얀색 기계가 결합된 것을 보셨을 텐데요.


이것을 궐련형 전자담배라고 부릅니다. 기존 담배가 태우는 방식이었다면 이것은 고구마처럼 쪄서 피우는 게 특징이죠. 기계의 가격은 9-12만 원 정도로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흡연자들은 이것을 사려고 줄까지 섭니다. 왜 그럴까요. 


술과 담배는 세상에서 가장 마케팅이 제한된 소비재에 속합니다. 담배는 전 세계 192개 국가가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에 만장일치로 참여할 정도죠.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협약 발효 후, 5년 이내 협약 가입국에서는 모든 담배 광고·판촉·후원을 전면 금지시킨다.
  • 담뱃갑 면적(최소 30%)에, 암에 걸린 폐의 사진 등의 경고문구나 그림을 삽입해야 한다.
  • 담뱃갑 겉면에 ‘저타르’ ‘마일드’ ‘라이트’ 등의 소비자 현혹 문구를 사용하면 안 된다.
  • 담배 자판기에 미성년자의 접근을 금지시켜야 한다.
출처: 뉴스토마토

한국은 몇 년에 걸쳐 실내가 금연구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와 함께 담배 가격까지 점층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자 전자담배가 대체품으로 떠오릅니다. 전 세계적으로 흡연율이 줄어드는 와중에 전자담배 시장은 반대로 성황입니다. 담배회사는 애가 탑니다. 새로운 방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결론은 이미 10년 전에 내렸습니다.

전자담배, 우리가 만들자.

최근 강남, 종각 일대에서 유행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말보로, 팔리아멘트 등을 만드는 필립모리스에서 출시한 제품입니다. 원래 한국에는 출시 계획이 없었으며 처음 출시된 곳은 일본(2015년 9월)입니다. 일본은 독한 담배를 선호하며 흡연자에 관대합니다. 대신 철저하게 흡연구역에서 피웁니다. 젊은 세대는 개인 재떨이를 가지고 다닐 정도니까요.


어찌 됐건 새로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처음부터 인기가 많았습니다. 냄새가 적고 원래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이유로 말이죠. 얼리 어답터를 지향하는 한국 애연가는 직접 사 오거나 지인에게 부탁해서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자 필립모리스는 2017년 5월 17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6월 5일 공식 발매를 발표합니다. 9월에는 던힐을 생산하는 브리티쉬 아메리칸 타바코(British American Tobacco, BAT)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했습니다.

출처: Reuters
BAT의 전자담배.

기존 담배와 가장 큰 차이는 니코틴 흡입 방식입니다. 태우지 않고 담뱃잎을 쪄서 나온 증기를 들이마십니다. 그 외에 전용 궐련인 히트 스틱(Heatstick)을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 담배는 규격이 맞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전자기기여서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상당히 손이 많이 가죠? 그럼에도 출시 몇 달 만에 한국 수도권 기준으로 담배 시장점유율 5%를 기록했다고 합니다(유통업체 자체 조사). 왜 인기가 많을까요? 3가지 이유를 대보자면,


  1. 냄새가 안 납니다. 방금 담배를 피우고 온 사람에게 나는 냄새는 흡연자들도 싫어합니다. 이놈은 풀을 찐 듯한 한약방 냄새가 납니다. 담배 냄새보다는 확실히 덜 하죠.
  2. 외적인 요소? 자신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투영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3. 금연 보조용. 한 번 담배를 피울 때마다 담배를 꽂는 홀더를 3~4분 충전해야 합니다. 연속 사용도 불가능하며 사용 후에는 재충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후기에 따르면 ‘금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에 자기 담배를 건다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담배회사들이 대체재를 통해 신규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대체재는 사용 중인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산업군의 제품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대체재인 스마트폰, 자전거의 대체재인 전동 킥보드 등이죠. 일반적으로 한쪽의 수요가 증가하면 반대쪽의 수요는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즉 동일 시장의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죠.

흡연율 감소로 기존 담배 시장의 규모가 줄어드니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어왔네요. 그런데 기존의 전자담배와는 좀 다릅니다. 액상 형태가 아닌 궐련을 이용해 소모품마저 자사 제품을 사게끔 하는 폐쇄형 구조를 만듭니다. 제품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하니 얼마나 큰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국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별소비세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인상된 세율이 적용되면 기존 담배와 비슷했던 가격이 1갑당 6,000원 정도로 오른다는데요. 기업 측에서는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롭기에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어느 것도 당장 결정될 것은 아니기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원문: 용진욱의 브런치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