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카메라를 고르는 바람직한 기준

조회수 2017. 9. 11.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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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요? 그건 사실 맨 마지막에 고려할 부분이죠.

화질을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하는 이유


많은 분이 첫 카메라의 선택 기준에서 화질을 가장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그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 나오는 렌즈 교환형 카메라는 물론이거니와 똑딱이형, 심지어 폰카까지도 화질이라는 명제의 상당 부분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고 있거든요. 그것도 매우.


프로 레벨에서 보험의 의미까지 담아 초고화소 초고화질 카메라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과는 달리 일반 아마추어 레벨에서 화질이라는 건 이미어떤 카메라를 골라도 충분히 원하는 만큼 나와주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고르고자 하는 것은 카메라이지, 현미경이 아니잖아요? 카메라 렌즈 고르실 때 프로가 아니라면 화질은 가장 마지막에나 고려해볼 요소입니다. 가장 처음이 아니라요.

‘하나만은 확실히 찍는’ 구성


첫 카메라를 고를 때는 가급적 휴대가 간편하고 가벼우며 ‘모든 것을 그런대로 고루고루 찍을 수 있는’ 카메라보다 ‘뭔가 하나 정해서 그거 하나는 확실히 찍는’ 구성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모든 것을 고루 잘 찍는 레벨에 이르려면 어차피 초보에서 시작해서 최소 몇 년 이상 걸립니다.


아니, 몇 년 이상을 들여도 모든 것을 고루 잘 찍게 될 거라는 보장 자체가 없습니다. 인물이면 인물, 풍경이면 풍경, 소품이면 소품… 딱 하나 정해서 그거 하나부터 마스터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편이 오히려 낫지 싶어요. 뭐가 메인이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면 카메라 구입 전에 한 번 깊이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모든 것을 골고루 찍는’ 구성의 폐해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골고루 다 잘 찍기 위한 장비 구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상으로 비쌉니다. 스포츠부터 풍경, 인물, 정물, 소품, 스냅… 다 잘 찍기 위해서는 여러 카메라와 여러 렌즈, 여러 액세사리가 필요해요.


내공이 아무리 받쳐준다 하더라도 일부 영역은 돈 들여 장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시작조차 못 합니다. 뭐 물론 그냥 취미 레벨에서 그냥저냥 찍고 마시겠다 하면 해당 사항 없는 거겠지만.


일단 제가 생각하는 불필요한 구성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번들 줌렌즈(표준+망원 구성)일 겁니다. 번들 줌렌즈는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뭐든지 대충은 골고루 찍을 수 있’지만 그게 다예요. 구성의 치밀함이나 연출 외적 부분에서라면 번들 줌렌즈로 찍을 수 있는 사진의 한계는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좁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뭔가 하나 대상을 정한 사람이라면 그런 렌즈 없어도 사진 생활에 지장이 0.1mg도 오지 않을 정도. (……) 번들 줌렌즈의 입지를 좁지 않게 하려면 필연적으로 어마어마한 내공이 있던가, 삼각대와 플래시를 비롯한 추가 액세서리를 아주 풍성하게 갖춰야 합니다.

사진이 먼저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진 카메라나 렌즈에 맞춰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찍고자 하는 사진에 맞춰 카메라나 렌즈를 맞추는 것입니다. 전후가 바뀌어선 안 돼요.


많은 분이 카메라나 렌즈를 선택하는데 고민이 깊으신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그건 바로 본인이 무슨 사진을 찍으실 건지 아직 모르시기 때문에 일단 아무거나 다 잘 나올 카메라를 최대한 저렴하게 사려다 보니 어려움을 겪으시는 거라 생각하는데 이건 당연한 겁니다. ‘뭘 찍을지 모르겠으니 뭐든 잘 찍히는걸 사면 되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당연한 거 맞거든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뭐든 잘 찍히는 거’는 현실에 존재를 안 하든가, 하더라도 엄청나게 비싸거나 둘 중 하납니다. (….) 이는 마치 운전면허 이제 막 따서 새 차 하나 사려는데 어디로 이사갈지 어디를 주로 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차를 고르면서 온로드 오프로드 다 잘 달리고 카 오디오도 빠방하고 연비 끝내주고 승차감 좋고 인디 레이싱도 가능하면서 파리다카르 레이스도 가능한, 경우에 따라서는 캠핑도 하고 차에서 잠도 자고 서바이벌도 하고 스키도 달고 바이크도 달 수 있는, 소형이면서도 내부공간 크고 저렴한 차를 고를까, 하는 거랑 비슷한 겁니다. (…)


하지만 결국 차를 살 때는 가진바 경제 사정에 따라 하나둘 포기하고 셋 넷 포기하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조건 한두 개를 만족시키는 차를 고르시게 되듯이, 카메라와 렌즈를 고르실 때도 가장 중요한 조건이 뭔지 한번 되돌아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그건 화질은 일단 아닙니다. 다른 걸 다 포기해도 이것만큼은 잘 나오길 바라는 단 하나, 그것이 무언지를 아는 것이 장비를 선택하기 전에 꼭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원문: 마루토스의 사진과 행복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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