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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트가 카스보다 40% 저렴한 이유

조회수 2017. 9. 6. 10: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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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에 12캔, 파격적인 가격의 비밀은?

TV나 유튜브에서 초록색 코끼리가 나오는 맥주 광고를 보신 적 있나요? 355mL 기준 1만 원에 12캔이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어필하는 이 제품은 하이트진로에서 발매한 ‘필라이트‘입니다. 자, 대놓고 질문 들어갑니다. 맛은 둘째 치고 어떻게 이런 가격이 나왔을까요? 하이트진로가 마진을 포기한 것일까요?



맥주가 아닌 발포주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에서 2017년 4월에 출시한 발포주입니다. 응?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라고요? 발포주는 뭘까… 와인과 비슷한 것인가요? 사실 발포주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주류의 한 종류입니다. 일본에서는 맥주를 ‘원재료 중 맥아 함량이 67% 이상인 주류’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67% 미만은 발포주라고 부르지요.

하이볼, 호가든도 일본에서는 발포주

일본의 주세법에 따르면 맥주의 원재료는 물, 맥아, 쌀, 옥수수, 감자, 효모, 홉, 전분, 설탕, 캐러멜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여러 부재료를 첨가하는 벨지안 화이트, 트라피스트 에일 같은 유럽 맥주는 맥아 함량과 상관없이 발포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밀맥주도 비슷한 이유로 발포주로 지정됩니다. 


발포주는 일본의 주세법 때문에 생겨난 혼종입니다. 일본에서는 맥아햠랑에 따라 주세를 차등 측정합니다. 즉, 맥아 함량이 높을수록 주세도 더 많이 부과되죠. 이에 일본의 맥주회사들은 90년대 초부터 맥아 함량을 줄이고 부재료를 더 넣어서, 세금을 줄인 발포주를 출시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벨지안 화이트는 호가든이죠. 여자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하이볼 역시 발포주에 속합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맛 때문인지 발포주는 2000년대 초반 무려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습니다. 지금은 15% 정도입니다.

출고가 58%, 세율은 30%


필라이트는 이런 일본의 발포주 개념을 가져온 제품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주류법에 발포주는 없기 때문에 기타 주류로 분류됩니다. 이것은 엄청난 메리트를 가지고 있죠.

 

한국에서 주세를 부과하는 기준은 출고가입니다. 하이트, 클라우드, 카스 같은 맥주는 출고가의 72%를 주세로 매깁니다. 그러나 필라이트는 기타 주류로 분류되어 30%의 세율만 적용받습니다.


즉 ‘맥아를 적게 넣어 출고가를 기존 하이트맥주의 58%로 낮춤 + 30%의 주세 = 1만 원에 12캔’이라는 어마 무시한 가격이 탄생할 수 있던 것입니다.

제품 출시 초만 해도 ‘알코올 넣은 탄산 보리차 같다’ ‘지금까지 만들던 맥주와 뭐가 다르냐’ ‘맥주도 맛없는데 발포주는 얼마나…’ 같은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지만, 대규모 마케팅 진행 이후 3,000만 개 이상을 팔아치웁니다. 지금은 ‘의외로 맛이 시원하다’ ‘맥주 대신 마시기 괜찮다’ 등의 호의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가성비겠지만요.


실제로도 손이 갑니다. 집에 들어갈 때 딱 맥주 1캔 먹고 싶어서 편의점을 갔는데, 수입 맥주는 4개에 만원이죠. 4개를 사야 하나… 망설이던 찰나, 500mL 1캔에 1,600원이라는 가격표가 보입니다. 무슨 맛일지도 궁금하고 일단 싸니까 집어 듭니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생각보다 쓰지도 않고 괜찮습니다. 주말이 되어 X마트를 갔더니 또 보입니다. 정말 1만 원에 12캔. 그렇게 제 지갑은 또 열립니다.


원문: 용진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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