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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 고리

조회수 2017. 9. 4. 22: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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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야경이 '야근풍경'이 준말이란 농담을 들으며

7시간은커녕 8시간도 모자라 야근을 하는 한국의 노동환경. 서울의 야경이 ‘야근풍경’이 준말이란 농담을 들으며, 씁쓸한 생각에 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기본적으로 야근은 끝내야 할 업무를 끝내지 못해 근무시간 외로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야근수당 때문에 남는 사람도 있고, 고과를 위해 마지 못해 남는 사람도 있고, 상사가 퇴근하지 않아서 퇴근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개발자들이 야근을 많아해서 생기는 불만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보인다.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

야근이 일어나는 이유


지속적인 야근이란 잘못된 ‘업무시간 산정(estimate)’의 답습에서 오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도 야근은 당연히 있지만, 지속적인 일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잘못된 시간 산정으로 인한 페널티로, 다음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배움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신이 선택해서 하는 야근이 대부분이다.


대개의 산정은 다음과 같이 이뤄질 것이다.

“언제까지 이거 해” – 기간이 주어지고 업무가 주어진다. 선택이 없다.

“이거 언제까지 할 수 있나” – 업무가 주어지고 기간을 정한다.

“이때까지 얼마만큼 할 수 있나” – 기간이 주어지고 업무를 조율한다.

야근개발자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1이 계속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2와 3을 키우기 많이 힘든 것 같다.


애초에 감각이 있어서 이를 빨리 캐치할 수 있다면야 모를까,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한 환경이 아니기에 빨리 습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쉽게도 1이 많고 2와 3의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한 야근은 반복되기 쉽다.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능력치를 자신도 모르고, 우격다짐으로 늦게까지─혹은 밤새─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희생되는 건 개발자 개인뿐만 아니라 제품의 품질이다. 다시 말해 기간과 업무를 제어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품질 및 개인의 희생이라는 것.


1의 상황이라도 2와 3을 최소한 생각하고 그걸 바탕으로, 소위 ‘Commitment(약조한 기간 내에 약조한 만큼 하겠다는 공언 혹은 개인의 다짐)’, 확답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키면 다음에는 그만큼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못 지키면 다음에는 그만큼을 할 능력을 키우거나 그것보다 덜 할당하는 것이 효율적임을 알게 된다. 틀려도 발전하면 되는 것이다.

맞습니다.

산정과 확답의 중요성


주니어 개발자들이─혹은 시니어조차도─흔히 산정(estimate)이 요구될 때 “변수가 많아서”라는 말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업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무한대의 시간을 가정하는 프로젝트는 없다.


게다가 솔직히 책임회피용으로 쓰는 변명일 때도 많다. 현실적인 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시 1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또 다시 담배 피우는 데 모여 토로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게 일을 하고, 다음에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잘못된 일일 리가 없다. 계속 1만 반복하면 일에 대한 애착이 줄어들 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도 측정하기 힘들어지고, 때문에 그만큼 무리하게 일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다시 자신이 산정해야 할 시간이 되면 두루뭉실한 측정치를 가지고 또 1로 돌아가게된다. 업무량과 시간이 변수가 아닌 상황에서는 과학적으로 이들의 상관관계를 밝힐 수 없지 않나.


2와 3의 장점은 자기발전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산정(estimate)은 그 데이타를 통해서 다음번 일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 시간관리 능력과도 맞물리며, 내 능력의 한계 또한 알아내어 늘릴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무엇보다도 야근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


1을 통해 비슷한 일을 반복적으로 오래하며 시니어가 되면 보통은 그 일에 한해서는 합리적인 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그 능력을 다른 일에는 응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업무 전반에 대한 산정 능력은 생기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산정을 통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야근을 통한 것이었다면 계속해서 야근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나와 함께 일을 하는 후임들 역시 야근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문화를 개선시키기


이건 결국 장기적으로 천천히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문화’이다. 나만 바뀌어서는 좀처럼 바꾸기 힘든 문화. 협조을 못 얻고 나 혼자 튀는 일은 득보다는 실이 되는 문화에서 홀로 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환경이 그렇다고 (후임이 커가는) 다음 세대에서도 그게 바뀌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야근을 하지만,


나중에 내가 어떤 팀을 리드하게 되면 우리 팀은 야근하지 않도록 그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지금 환경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기보다,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근무시간을 채우기 위한 야근이라면 이런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못 산정되는 업무시간/강도로 인한 야근이라면 문화를 조금씩 바꿔나감으로써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이런 회장님이 필요한 문제일 수도…

원문 : 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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