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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 더 싸게 해주세요."

조회수 2017. 8. 23. 14: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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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비용 책정이 필요하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이슈 중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역시 비용 문제일 것이다. 아마도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어떤 직업이든 만날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특히 디자이너들이 이 문제와 맞닥뜨리기 쉬운 이유는 – 비록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얻은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 아래와 같은 디자인의 속성 때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디자인은 예술적 지식재산이다. 즉, 주관적으로 평가된다.


디자인은 예술적인 속성을 가진다. 즉, 정답이 한 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감상자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주관적인 영역이 있다.


더군다나 디자인의 목표는 소비자이지만, 디자인 과정에서 산출물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매니저, 기획자, 클라이언트이다. 때문에 종종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실패하며, ‘낭비된’ 것으로 평가된다.

 

2. 디자인은 폭발적인 창의 과정이다.


디자인은 점진적이기보다는 폭발적이다. 천천히 발전시키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면서 결과물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산출물에 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정상으로 후퇴하기도 한다.


때문에 디자인 과정은 순차적(Linear)이라기보다는 순회적(Recursive)이라고 정의된다. 이는 디자인에 소요되는 시간적 비용이 불규칙적이며, 전통적으로 소요 시간 등을 토대로 책정하는 비용 체계와는 분명 다를 수 없음을 의미한다.

 

3. 디자인은 경험적 학습을 통한 독창적 복제 과정이다.


디자인은 예술과 달리 실질적으로 사용됨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디자인에서 기존의 사례, 레퍼런스들은 사용자 인지, 경험 등의 측면에서 많이 참고되고 학습되어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기존의 사용성을 완전히 무시한 디자인은 일부 디자이니스트(Designist)들이 행하는 예술적 디자인의 영역으로 일반적인 영역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디자이너에게 두 가지 재능이 중요해지는데 많은 경험을 통한 학습량이 그 첫 번째가 되며, 이를 독창적으로 복제하여 새롭지만 높은 사용성을 가진 디자인을 창조하는 능력이 두 번째가 된다. 이 둘은 모두 짧은 회의나 객관적 지표 등을 통해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능력이다.

 

4. 디자인은 기능적인 표현을 통해서 전달된다.


결국, 디자인은 기술을 통해서 표현된다. 기획과 스케치, 2D 모델링, 3D 모델링 등 실질적인 기술을 통해 시각화되고 표현되며, 이러한 표현이 다른 실무자들에게 공유되어 제작까지 연결된다.


디자인 기술은 짧은 시간 내에 학습될 수 없는 능력으로, 오랜 시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만들어지며 개인적인 재능도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


즉, 디자인 결과물을 빠른 시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더 많은 훈련을 통해 숙련도를 높였다는 의미로, 디자이너가 쉽게 어떤 일을 처리해 낸다고 해서 그 일 자체의 난이도가 낮은 것은 아님을 말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디자인 비용은 근본적으로 책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더해 디자이너 사회 자체가 가진 특징도 있는데, 그들은 현실적이라기보다 이상적이며 몽상가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향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보다 이상적인 답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를 회피하려 하는 부분에서 디자인 비용을 주장하는 부분에서 소극적으로 만드는 측면이 있다.


당연하게도, 위의 모든 요인이 변수가 되므로 객관적인 지표로서 비용을 결정하기란 몹시 어렵다. 다만 클라이언트는 위의 요인들을 고려하여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직군에서 책정하던 방법대로 디자인 비용을 정할 경우 올바른 비용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디자이너들 역시 자신의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직군에서의 기준에 따라 비용을 잘못 책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비용이 잘못 책정된 경우 흔히 일어나는 문제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 경우는 결과물 부풀리기와 양 채우기가 발생한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는 대체로 책정된 비용이 큰 데 비해 프로젝트 이행자가 비용만큼의 결과물을 산출하지 못할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주로 활용된다.


디자인 결과물과 상관없는 서류 작업이 늘어나거나 디자인 관계자가 내부적으로 이미 정한 몇 개의 디자인 안 외에 ‘양 채우기’용 결과물이 몇 개 더 생겨나는 경우가 이러한 것들이다.


특히 양 채우기의 문제의 경우, 그 여분의 안들이 조금이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과정상의 여분이라면 자연 발생적이고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발전 가능성이 없는 결과물을 단순히 끼워 넣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는 해당 디자인 프로젝트뿐 아니라 디자인 과정 전체에 대해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과하게 적게 책정된 비용으로 인해 디자이너가 일에 할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이 줄어드는 경우이다. 상기했듯이, 디자인 과정은 폭발적인 창의 과정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참여하는 것만으로 결과물의 질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산발적인 집중이 업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실질적인 업무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저에서 고민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또, 반복적으로 디자인 결과물을 생산하고 이를 평가하여 수정해가야 하는 순회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업무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저에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줄어듦을 의미하며, 생산과 평가의 반복의 횟수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는 디자인 결과물의 질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디자인은 전통적인 경영 전략 등에 대한 컨설팅에 비해 더 실행적이고 직접적인 결과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영 컨설팅 이상으로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니며, 그 역할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업체인 아이데오(IDEO)마저도 경영전략을 컨설팅하는 에이전시들에 비해 경제적 보상을 적절한 수준으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디자인 이행사 뿐 아니라 사업계 전반이 디자인 업무에 대한 속성과 디자인 비용 책정에 대한 문제를 깊이있게 고려해보지 못한 결과로 판단된다.


‘좀만 더 싸게’는 물론 일정 수준 가능하다. 디자인의 첫번째 속성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자인 결과물에 정답이 없으므로, 들이는 노력 역시도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은 노력으로 생산된 디자인은 결과물로서 높은 가치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업적 실패로 이어져 클라이언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되며, 디자인에 대한 불신 또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디자인 업계에 간접적인 피해가 된다.


디자인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제안하고, 또 주장하는 것은 디자인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이기도 하지만 디자인 업계 전체를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물론, 대가에 상응하는 좋은 디자인 결과물을 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어디까지나 이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산출물을 생산해내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함은 당연하다.


원문: 장영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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