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벌남'은 이성에게 매력적이다?

조회수 2017. 8. 23. 09: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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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네티즌들은 이 기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까?

최근 ‘여성, 첫 데이트 시 쩍벌남에게 더 큰 호감 느낀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타났다. 제목의 파격성을 보면 짐작 가능할 것이다. 


이 기사는 역시나 곧 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과연 네티즌들은 이 기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까? 여러분은 혹시 그 반응들을 예상할 수 있는가?


나는 쉽게 예상했다. 그리고 기사를 클릭했을 때,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모든 댓글이 다 예사로운 댓글들이라 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네티즌들의 촌철살인(寸鐵殺人) 댓글들을 일부 살펴보자.

욕설에 대해 필터링 하지 못한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X 소리가 아니냐, 하는 원색적인 반응부터 특정 집단을 비호하려는 목적성을 의심하는 듯한 반응, 기사 제목의 자극성을 지적하는 점잖은 반응 등등 시간을 들여 댓글들을 주욱 읽어 나가다 보면 그야말로 주옥같은 반응들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다. 심리학 전공자의 입장에서는 이는 분명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런데 댓글들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도중, 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댓글이 불쑥 나타났다. 짐작해 보건대, 아마 연구(research)라는 분야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 분일 것이 분명했다. 지금부터 그 놀라운 통찰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심리학자가 즐겨 사용하는 개념으로 조절 효과(moderating effect), 혹은 상호작용 효과(interacti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심리학 연구가 보다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무척 고마운 개념이다.


주지하다시피 세상일이라는 것은 복잡다단하기 그지없다. 특히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성이야 두 번 말하기에는 입이 아플 정도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지 않던가. 심리학은 그래서 힘든 학문이다. 매일매일, 시도 때도 없이 변덕스럽게 바뀌는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겠다고 달려들다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는, 굳이 심리학 연구 안 해봐도 짐작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결코 일차원 방정식으로 인간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독립 변인(IV) – 종속 변인(DV)으로 구성된 단 하나의 식만으로는 결코 인간의 갖가지 다양한 양태들을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독립 변인이 종속 변인에 미치는 영향이, 조절 변인(moderator)이라고 하는 또 하나의 변인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연적인 과정이라 할 것이다.


기사 본문의 내용으로 돌아가자면 심리학자들은 ‘쩍벌’이 ‘호감’에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식으로, 다소 일차원적인 접근으로 결과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조건, 상황에서 그것이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를 궁금해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댓글은 무척이나 훌륭한 통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연구 결과에 대한 멋진 반론이자,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이다.


왜냐? ‘외모’라고 하는 잠재적 조절 변인이 ‘쩍벌’이라는 독립 변인의 영향력을 조절하는, 조절 변인으로서의 역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통찰이 담긴 댓글은 하나 더 있었다.

심리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에 가하는 주된 비판 가운데 하나는, 그간 심리학이 구축해 왔던 이론 체계들이 모두 서구인들을 근거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즉, 지역마다, 생활권마다 문화가 다르고 관습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데 어떻게 서구에서 만들어진 심리학 이론들이 전 세계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이론이 될 수 있느냐는 의미다.


서구인과 동양인은 과연 어떤 심리적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심리적 차이는 어떠한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심리학계가 가진 서구 중심성을 비판하고, 문화상대주의적인 관점에서 심리학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비교 문화심리학(cross-cultural psychology), 문화심리학(cultural psychology) 등에서 주로 제기하는 질문들이다.


‘문화 차’라는 중대 변수를 고려한다면, ‘쩍벌’이 ‘호감’에 미치는 영향은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다. 독립성, 주체성, 자율성 등을 중시한다고 알려진 개인주의 문화권보다 의존, 협력, 집단 가치, 서열 등을 보다 중시해 온 것으로 알려진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상이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은 오래도록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온 국가다. 예절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입장에서, ‘쩍벌’의 존재는 당당함,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무례함, 예의 없음의 징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상기의 댓글은 서구인을 중심으로 개척되어 왔던 현 주류 심리학계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자, 인간의 마음 구성에 ‘문화(culture)’의 존재를 쉽사리 간과할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조언이다.


원문: 허용회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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