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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어떻게 금융시장을 혁신하는가

조회수 2017. 8. 17. 15: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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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금융계에 가져올 혁신적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지난 포스팅 “은행은 어떻게 돈을 옮기는가”에서 다양한 은행 간 결제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간략하게 다시 요약해보자면:


1. 환거래 약정을 맺고 예치금 계좌를 설치하여 지급한다.

2. SWIFT와 같은 메시지 네트워크를 통해 지급한다.

3. 차액결제방식의 청산기관을 통해 지급한다.

4. 총액결제방식의 중앙은행을 통해 지급한다.
국내 지급결제는 일반적으로 세 단계(지급, 청산, 결제)의 과정을 거친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는 고객들에게 지급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결제원은 청산기관으로서 금융기관 간에 거래되는 금액을 차감하여 확정하며, 한국은행이나 예탁결제원은 청산기관에서 확정된 금액을 이체/결제하여 지급결제 과정을 마무리한다.

이제 블록체인이 이러한 지급결제 시스템에 어떠한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알아보자.


가장 이상적인 결제 메커니즘은 아래와 같다.

1. 결제 완결성(settlement finality)과 최적화된 속도(optimized speed)

2.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 관리

3.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4. 자산의 디지털화(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자산)


결제 완결성(Settlement finality)


결제 완결성이란 참가기관(예. 은행)의 지급 지시에 따라 지급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 결제는 어떠한 상황이나 법률에 따라서도 취소(revocable)되거나 재지급(repaid) 되지 않고 지급결제 시스템의 운영규칙에 의거 무조건적(unconditional)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선 한은 금융망이나 전자금융공동망 등의 중앙 망을 설치하여 결제의 완결성을 법률적으로 보장받게 한다. (출처: 국제증권결제에서의 위험과 그 관리방안)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결제의 완결성에 있다. 중앙은행과 같은 기관이 법적 권한을 가지고 완결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서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결제정보(블록)가 서로 엮기는(체인) 비가역적 성격의 분산 원장 시스템이다. 즉 기존의 결제 기록과 새로운 기록이 서로 묶이고 그 기록을 여러 기관이 동시에 보관하기 때문에 한 번 지급이 일어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결제 완결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더블스펜딩 공격과 블록 재조정(block reorganization)의 가능성이 다분한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얼마든지 결제 기록이 왜곡될 수 있다. 결제 완결성에 있어서 비트코인(컬러코인과 메타코인도 포함)은 결정적(deterministic)이 아니라 개연적(probabilistic) 성격을 지닌다.

중앙기관이 없는 시스템에서 결제의 완결성까지 기술적으로 보장되면 지급결제의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 며칠이 걸리는 청산도 몇 분 만에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지급결제의 속도를 3일에서 5분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제에 있어서 안정성과 신중함이 필요한 경우 “일부러” 늦게 지급되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


거래상대방 위험은 크게 두 가지다.

1. 거래상대방이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

2. 거래상대방이 계약을 파기한 경우

첫 번째 리스크는 증권대금 동시결제(Delivery versus Payment) 제도를 도입해 해결한다. 증권대금 동시결제(이하 DvP)란 모든 거래 당사자로부터 대금이 확보된 경우에만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결제에 따른 원금리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청산기관이 금융기관들 대신 DvP 방식을 이용해 청산을 한다. 만약 금융결제원과 같은 청산기관 대신 코드(스마트컨트랙)가 지급결제를 실행한다고 할 경우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문제는 DvP가 두 번째 거래상대방 리스크인 계약 파기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마트컨트랙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여야 한다.


(계약 파기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해결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 제안되었으나 그중에서 중앙기관을 가장 배재하는 방법인 담보금 형태를 예로 듬.)

이렇게 스마트컨트랙이 시간 잠금(time-lock)을 건 후 조건이 맞을 경우 결제를 자동 실행하는 탈중앙 에스크로로서 역할을 하게 되면 청산기관과 같은 중앙기관의 역할이 줄어든다.


이러한 자동화된 시스템은 후선업무(Back-office) 작업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


지급결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금융거래다. 전 포스팅에서 설명했듯이 금융기관들은 비용과 속도, 위험부담에 맞게 여러 결제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리스크 관리는 지급결제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리스크 (출처: 한국은행)


1. 신용리스크(credit risk): 거래상대방 파산 등으로 결제시점(또는 그 이후)에 결제대금을 완전히 수령하지 못하여 손실을 입을 리스크

2. 유동성 리스크(liquidity risk): 채무이행능력 보유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자금부족 등으로 정해진 시점에 결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여 손실이 발생할 리스크

3. 운영리스크(operational risk): 내부통제의 결함, 담당자의 업무미숙, 전산장애, 재해 등으로 인한 지급결제시스템의 문제로 손실이 발생할 리스크

4. 법률리스크(legal risk): 법률이나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거나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결제가 완결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

5.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 특정 참가기관의 결제불이행이 다른 기관으로 확산되어 연쇄적인 결제불이행을 유발함으로써 지급결제시스템과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이론상으로 블록체인은 위 나열된 다양한 리스크들을 해결할 수 있다. 며칠이 걸리던 청산기간이 빨라지면 유동성 리스크가 감소하게 되고, 담보금(collateral) 선지급 형태로 신용리스크까지 줄일 수 있다.


또 여러 기관이 블록체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같은 네트워크를 공유하게 되면 조건(terms)이나 동의(agreements)가 기준화(standardization)되고 블록체인 위 스마트컨트랙을 통한 업무의 자동화로 불필요한 업무의 문서화, 오류 수정, 거래상대방 매칭, 인간적인 실수가 사라진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체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많은 인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은 규제당국에게 단비와 같은 기술이다. 여러 기관에 의해 암호학적으로 증명된 거래기록들은 비가역적인 “단일”원장에 기록되고 규제기관이 직접 그 거래의 출처와 역사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 법적 불확실성 등과 같은 법률적 리스크 역시 원천 해소된다. 블록체인은 단일 장애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도 없다.

금융 자산의 디지털화(Fullly digitized financial assets)


현재 많은 금융자산이 온라인상에서 디지털 형태로 거래된다. 하지만 그 자산들은 중앙은행이나 예탁원이 현물을 가지고 보증을 하여 전자화된 자산이다.


만약 금융자산이 완전하게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고 청산 및 결제의 완결성을 가지며 법률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기존의 결제기관 또는 중개기관이 신용 제공자로서 역할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 디지털 자산의 거래내역이 기록되는 원장시스템 자체가 보증인 것이다.


이미 증권의 무권화(dematerialization)를 이루어낸 호주의 증권거래소(ASX)는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DAH(Digital Asset Holdings) 와 협력하여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거래시스템을 개발 중이고,


아직 무권화가 안된 거래소들도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전자증권법이 이미 통과되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도 블록체인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이 금융계에 가져올 혁신적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해 실제로 사용되는 아키텍처 또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금융시스템의 기반을 다시 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기술의 문제뿐만 아니라 법률 및 사회적 문제까지 포함한다. 금융이나 의료는 혁신과 안전(보안)이란 두 길 앞에서 안전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신기술을 부조건 받아들일 순 없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정부나 금융당국은 블록체인이라는 금융혁신을 진지하고 또 참을성 있게 지켜봐야 한다.


원문: 백종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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