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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를 사랑하는 n가지 방법] ② 당신이 '어쩌다 주운 것'의 무게

조회수 2017. 8. 13. 2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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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당신의 냥줍, 너무 성급하지는 않습니까?

잠깐! 당신의 냥줍, 너무 성급하지는 않습니까?


최근 ‘고양이’라는 존재는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 떠올랐다. 주구장창 고양이 사진만 올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00만에 육박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SNS에 가끔 ‘심쿵뒷태’라는 내용으로 고양이 사진이 올라오면, 댓글 창에는 앓는 소리가 가득하다. 몇 년 전에만 해도 고양이란 조용하고 수줍음 많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키우는 동물이란 이미지가 컸는데, 이젠 너도나도 ‘집사’를 자청하며 기르는 것을 자랑하게 됐을 만큼, 고양이라는 존재가 대중화되었다.

출처: 인스타그램 nala_cat
빠져든다냥…

고양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연히 늘어난 것이 있다. 바로 ‘냥줍’이다. 길에 사는 고양이를 주워서 기른다는 의미다. 예전처럼 주변 지인이나 펫샵을 찾아가 생전 처음 보는 새끼 고양이를 입양 받아 키우는 대신 주변에서 계속 돌봐줬던, 내 일상 속에 스며든 존재를 선택하는 것이다. 불쌍한 동물도 돕고 삶의 활력소도 생기니, 얼핏 듣기로는 낭만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쉽게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한번 ‘냥줍’해볼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막연한 짐작과 달리, 길냥이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애완 고양이들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간과한 채 ‘냥줍’을 쉽게 생각한다고. 그래서 길냥이란 어떤 존재이며, ‘냥줍’이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관한 일문일답을 준비했다. 평소 동물보호와 길냥이 보호에 관심이 많은 지인 ‘집사A’씨를 만나보자.



인터뷰이 소개

집사A. 25세 남성, 대학생, 서울 거주. 현재 길냥이 관리 및 보호 단체에서 활동 중. 그밖의 개인정보 및 소속 정보는 밝힐 수 없음.



무슨 일을 하세요?


기자 현재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고 들었다. 원래부터 고양이에 관심이 많았는지.


집사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랑 같이 살았고, 시골집이라 밖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키웠다. 그래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많고, 서울에 올라와서도 고양이와 함께하고 싶었다. 지금 기르는 고양이는 더 이상 키우지 못하게 된 사람으로부터 입양 받았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게 되면 준비할 것이 은근히 많은데, 운 좋게도 원래 쓰던 고양이 용품도 같이 받았다.


기자 지금 길냥이들을 돌봐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집사 급식소 설치, 개체수 파악, 겨울집 만들기, TNR (중성화 수술) 진행. 그리고 고양이 기부금 모금을 위한 행사나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기자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많다. 겨울집이란 뭘 말하는 건가?


집사 말 그대로 길고양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한 집이다. 이유도 단순하다. 냐옹이들이 춥기 때문. 길고양이들이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려고 시도하는데 대부분 쫓겨난다.


기자 그러고 보니 겨울이면 아파트 가스 관리실 같은 곳에 길냥이들이 자주 들어온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집사 그렇다. 겨울철이 되면 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할 곳이 없다. 겨울집 만들기는 고양이들에게 추위를 피할 은신처를 제공해주는 것. 겨울집은 보온성이 좋은 단열재와 스티로폼으로 만들고, 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입구를 뽁뽁이로 덮어준다. 안에는 안 쓰는 무릎 담요 같은 걸 깔아둔다.


기자 비용 같은 건 얼마나 드는지.


집사 얼마 안 든다. 겨울집도 매번 만드는 게 아니라 한 번 만들고 나면 때가 될 때마다 관리만 해 주면 되는 거라서. 한 번 만들 때 10만 원 정도? 작업 시간은 3~4시간 정도다. 특히 겨울철에는 물을 주면 바로바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물그릇도 같이 손본다.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TNR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Transmission Not Ready 같은 게 나오더라. 길냥이를 위해 힘쓰는 분으로부터 TNR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집사 TNR은 ‘Trap-Neuter-Return’의 약자다. 포획(Trap)하여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킨 뒤, 다시 방사(Return)시킨다는 의미다. 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기존 살처분 방식의 대안으로서 나온 것이라고 들었다.

출처: alleycat.org
“중성화 및 백신 접종이 끝난 고양이는 한쪽 귀 끝을 도려냅니다.”

기자 TNR이 고양이의 반복적인 임신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들었다. 고양이는 주기적으로 발정기가 찾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치면 급속도로 몸이 쇠약해진다고. 그렇다면 수컷 고양이는 TNR을 안 해도 되는 건가?


집사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우리 단체가 TNR을 위탁하는 구청에서는 중성화 대상 구분에서 딱히 성별을 따지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


기자 개인이 TNR을 시킬 수는 없는가?


집사 할 수 있다. TNR의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를 통한 방법, 구청 같은 공기관에 요청하는 방법, 아니면 개인이 직접 하는 경우다. 사실 내가 활동하는 곳은 동물보호단체라기보다는 동아리의 개념이 더 강해서, 구청에 요청하거나 개인적으로 동물병원과 컨택해서 진행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기자 방법마다 차이가 있는가?


집사 조금씩 다르다. 개인이 진행하면 포획하는 게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직접 하는 거니까 안전하고… 무엇보다 전체 TNR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대표적으로 카라(KARA)나 고양이보호협회를 예로 들수 있는데, 무료인 곳도 있고 일부 지원금을 지원해 주는 곳도 있다. 단, 인력이 많이 든다는 점이 단점이다.


구청을 통해 진행하는 방식은 각 구청의 ‘지역경제과’ 또는 다산콜센터(120)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시의 경우, 시 자체에서 TNR 비용을 전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요청만 하면 포획부터 수술, 방사까지 전부 맡아준다. 단점은 신청자가 많아서 대기일이 매우 길다는 점. 따라서 내가 있는 단체에서도 최근에는 상시 TNR을 위해,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게 낭만적이고 재미있지만은 않군요


기자 생각보다 일이 많고 어렵다. 활동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집사 아니 뭐 딱히… 여름이나 겨울에 밥 줄 때 덥고 추웠던 것? 굳이 고르자면 처음엔 고양이들이랑 친해질 줄 알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고양이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쉽긴 했다. 심지어 밥 줄 때 냐옹이 한 마리도 못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사람을 워낙 경계해서, 밥 주는 행위가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기자 고양이가 좋아서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섭섭했을 것 같다.


집사 그래도 가끔 사람 따르는 고양이들을 만나면 너무 좋다. 고양이들이 밥그릇 채우는 걸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너무 귀여웠다. 예전에 베트남-라오스-태국 이쪽 라인을 쭉 여행 다녀온 적이 있는데, 길고양이들이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그곳 사람들이랑 엄청 잘 지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거의 모든 길냥이들이 사람들한테 안기고 살갑게 다가오고 그랬다. 얘기를 들어보니 터키랑 그리스가 진짜 고양이 천국이라고 하더라. 너무 부러웠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사진들을 보니 확실히 밥 주는 보람은 있을 듯하다.



길냥이를 바라보는 관점과 냥권


기자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해서, TNR을 고양이의 삶에 인간이 함부로 개입하는 행위라고 보는 입장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사 어려운 질문이다. 음… 우선 TNR이라는 방법이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위에 말했듯 TNR은 살처분의 대안책이기 때문에, 나도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재로써는 도시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고양이와 인간이 공생하기 위한 최대한의 타협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고양이의 삶의 방식과 인간의 삶의 방식의 타협점이라는 의미인가.


집사 더 정확히는 도시에 사는 인간의 삶의 방식과의 타협점이다. 길고양이는 대체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도시 생태계를 만든 건 인간이므로, 고양이라는 동물은 애초에 도시라는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적으로 균형을 찾은 생태계도 아니고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설계된 공간인 데다 길고양이 자체도 인간의 유기로부터 시작했다. 그럼에도 길고양이들이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생태계에서 방치되어 죽어가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인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도시 길고양이들은 쓰레기를 뒤져서 식량을 얻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고양이 생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등장한 것이 캣맘이다. 그리고 캣맘 자체도 본인의 행위로 인해, 그 지역의 고양이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과 다른 기타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NR이라는 절충안이 등장한 것이다.


기자 이야기를 듣고 나니, TNR이 인간의 행위에 책임을 지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그렇다고 길냥이들을 전부 죽일 수는 없으니까.


집사 당연하다. 일단 도시에 고양이 생태계를 만든 건 집고양이를 유기한 인간들이다. 매년 서울에서만 1만 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이 유기된다고 한다. 사실상 길고양이 생태계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공급원은 사람이다.

“특히 겨울철에 길냥이들은 추위를 피해 차 밑이나 안에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시동을 걸기 전에 차를 두드려 고양이들을 피신시켜 주세요!”

기자 그렇다면 현재 떠돌고 있는 길냥이들은 전부 언제라도 집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애완묘라는 뜻인가?


집사 아니다. 일단 길고양이들은 인간과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캣맘이나 내가 활동하는 단체들이 하는 일도 고양이들을 키운다기보다 같이 살아가기 위한 일들을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 일반인 입장에서는 좀 애매하다. 그렇다면 야생 고양이로 봐야 하는가?


집사 아니다. 길고양이들을 야생 고양이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첫째로 이들에게 ‘야생적 환경’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길냥이들에게 ‘야생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이미 인간이 깊숙이 개입된 도시라는 공간은 ‘야생’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백번 양보해서 자연 상태의 고양이들에게 사냥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사냥감이 없기 때문이다. 길고양이가 참새나 쥐를 잡아먹게 둔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될 뿐이다.



길고양이를 주워 기르고 싶어하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 요즘 냥줍이라는 단어가 뜨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사 어떤 고양이를 ‘줍’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길에서 나고 자란 고양이들에게 입양은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야생성을 띤 고양이는 길들이기 힘들뿐더러 고양이에게도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기자 여기서 말하는 야생성은 사냥 능력이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에서 인간의 보살핌을 받아 본 적이 없음을 의미하는가.


집사 그렇다. 따라서 냥줍의 대상이 되어야 할 고양이는 인간의 집에서만 자라나 길 생활 적응이 매우 어려운 유기묘가 좋다. 혹은 갓 태어나서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 하지만 냥줍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 고양이를 기르는 건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 고양이 입양 후에 본인이 생각했던 거보다 별로라고 생각해서 다시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냥줍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책임질 수 없다면 고양이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집에서 자라다가 버려진 고양이는 길에서 더더욱 살기 힘들게 된다. 고양이들이 더 이상 길거리에 버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 냥줍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집사 고양이를 막상 키우게 되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점이 많을 것이다. 냐옹이가 밤마다 뛰어다니고 운다든지, 발정이 나서 집안 구석구석에 스프레이를 뿌린다든지. 부탁하건대, 책임질 수 없으면 애초에 데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양이를 유기하는 일이 얼마나 고양이에게 못할 짓인지도 확실히 알았으면 한다. 데려갈 거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데려갔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그들은 또 인형 버리듯이 눈비 맞는 곳에 던져질 테니까.

원문 : TWENTIES TIMELINE / 작성 : 최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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