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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충격적인 성장영화 ‘로우’

성장영화, 카니발리즘을 소재로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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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 <로우Raw>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장영화, 카니발리즘을 소재로 삼다


쥐스틴(가렌스 마릴러)의 가족은 채식주의자이다. 뷔페식 식당의 고기 메뉴들을 쭉 지나쳐 매쉬드 포테이토만 받아가는 쥐스틴과, 그 속에 섞여있는 고기 한 조각에 불같이 화를 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쥐스틴은 친언니인 알렉스(엘라 룸프)가 다니는 대학 수의학과에 입학한다. 혹독한 신고식으로 유명한 수의학과에서 신입생들은 영화 <캐리>처럼 동물의 피를 뒤집어쓰고 억지로 동물의 내장을 먹어야 한다. 채식주의자인 쥐스틴은 이를 거부하지만 알렉스는 그의 입에 토끼의 생간을 집어넣는다.


신고식 이후 육식에 대한 충동을 느끼는 쥐스틴은 식당에서 몰래 고기를 가져오기도 하고, 냉장고 속 룸메이트의 식재료를 날 것으로 집어먹기도 한다. 그러던 중 사고로 알렉스의 손가락이 잘리고, 쥐스틴은 충동적으로 그 손가락을 먹는다. 쥐스틴은 이제 인육에 대한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다.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를 영화가 다루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채식주의자가 식인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다. 그러나 파격적인 내용에 비해서 영화의 고어 수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식인 장면이 나올 만큼은 나오지만 내장 파티를 벌이는 순대곱창류의 영화와는 다르다.


영화 속 식인은 인물의 충동을 통해서 드러나며, 이것은 섹슈얼리티 혹은 폭력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집을 벗어나 대학교에 들어간 학생이 겪는 폭력적인 신고식을 비롯한 위계질서, 수많은 파티와 인간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섹슈얼리티 등은 쥐스틴이 겪는 다양한 충동으로 발현된다.


영화 속 식인은 사람을 향한 폭력이자 식욕/성욕/지배욕 등이 뒤섞인 욕망이다. 그렇기에 <로우>에서의 식인은 날것의 세상에 떨어진 쥐스틴이 겪는 성장통으로 존재한다. 쥐스틴의 식인 충동은 억눌러진 욕망에 발현이자 야생의 세계가 가하는 폭력에 대한 대응이다. 대학의 교수들은 학생들이 피를 뒤집어쓴 채 수업에 나타나도 놀라지 않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퉁명스럽게 수업을 진행한다.


폭력적 위계질서에 쥐스틴이 자그마한 대응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언니인 알렉스가 선배로 있기 때문일 뿐이다. 모두가 방관자이자 가해자이고 피해자인 사회적 폭력 속에서 쥐스틴의 식인은 꽤나 소극적인 방식의 대항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쥐스틴이 학교에 도착한 첫날밤부터 몰아치는 강압과 폭력, 그리고 방관은 카니발리즘보다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강렬한 소재인 만큼 쥐스틴이 겪는 충동과 감정 역시 강렬하게 다가온다. 엔딩에서 밝혀지는 어떤 비밀은 이러한 충동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쥐스틴의 선택이라기보단 모태신앙처럼 부모에 의해 선택된 채식은 그를 억업하는 장치였고, 쥐스틴보다 먼저 대학으로 떠나 부모로부터 해방된 알렉스는 일찍이 억압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때문에 알렉스는 부모와 연락도 하지 않고, 쥐스틴이 부모와 함께 학교에 도착했을 때도 마중 나오지 않았다.


쥐스틴은 소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풀어낸다. 쥐스틴은 스스로 파티를 찾아가기보다 파티에 던져지는 사람이고, 고기에 대한 욕구는 급식소의 음식을 몰래 주머니에 담는 것으로 표출하며, 사냥하듯 자동차 사고가 나도록 유도하고 죽어가는 운전자를 먹는 알렉스(알렉스 역시 식인을 한다)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알렉스는 적극적으로 파티를 찾아다니고, 위계질서와 사회적 폭력에 적응하고 체화하여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을 얻어낸다. 알렉스는 쥐스틴의 대척점이자 혹시 모를 미래로써 존재하고, 그렇기에 둘의 자매애는 어딘가 기이하면서도 깊은 감정을 자아낸다.

<로우>는 카니발리즘을 소재 삼은 성장영화이자, 폭력적 위계질서를 고발하는 영화이며, 그 속에 던져진 한 개인을 관찰하는 작품이다. 고어에 집중하는 관객에겐 실망스러운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집에서 벗어나 날 것의 세상에 던져진 한 사람의 다양한 결을 담아낸 영화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가렌스 마릴러와 엘라 룸프의 뛰어난 연기, 롱테이크부터 자잘한 쇼트 분할까지 넘나드는 유려한 촬영,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음악까지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로우>는 많은 사람에게 올해 가장 미친 영화로 기억될 예정이다.


원문: 동구리의 브런치


인물소개
  • by. 동구리 <a href="https://brunch.co.kr/@dsp9596"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홈페이지</a>
    영화 보는 영알못. 영화 블로그에 이런저런 감상들을 써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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