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를 해야하는 이유

조회수 2017. 7. 28. 1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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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당신을 책임지지 않는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 새파란 하늘이 낮게 떠다닌다. 시원한 파도 소리와 코끝을 맴도는 소금 냄새는 가끔 내가 누구인지 정신을 잃게 만든다. 해안가를 따라, 나무에 걸어놓는 해먹을 닮은 의자가 길게 놓여있고, 의자마다 의자를 절반쯤 가리는 파라솔이 놓여있다.

모자를 눌러 쓰고, 햇빛에 검게 그을린 사람들이 과일 주스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활기차게 돌아다닌다. 그 사람 중 한 명을 불러 세워서 망고 주스를 달라고 하고, 타월에 넣어뒀던 돈을 꺼내서 지불한다.

큰 컵 가득 담긴 생과일주스가 한화로 1,0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역시 ‘서울은 너무 물가가 비싸.’라고 되뇌며 주스를 한 모금 들이키면서, 맥북을 펼쳐 다른 나라에 있는 클라이언트에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알려준다. 애플 망고 특유의 신맛이 혀끝을 맴돈다.”

어떤가? 이런 원격 근무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들이 이런 삶을 꿈 꾸도록 자극한다. 전 세계 어디든 살면서 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특히 지금처럼 어린 나이부터 전 세계를 누빌 기회를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간에서의 자유’는 너무나 소중하다. 그런데 저런 이미지는 사실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혹시 바닷가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써 본 적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지옥 같은 일이다. 특히 나 같은 맥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뜩이나 배터리 수명이 짧은 맥북 프로를 직사광선을 맞으며 충전 없이 쓴다는 것은 내 등이 시뻘겋게 익은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 그리고 며칠만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좋은 의자와 책상이 갖춰진 업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코딩호러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제프 앳우드라는 사람이 의자와 모니터의 중요성에서 열변을 토한 내용은 저번 글(개발 좀 해봤어?)에서 다뤘다.


결국, 회사가 원격 근무를 허용한다는 것은 내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만큼의 업무 성과를 기대한다는 뜻이고, 나는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결단코 일주일 내내 바닷가에서 9~10시간씩 놀면서 원격 근무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자기 업무 시간은 자기가 만들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효율은 중요하다.

 

진정으로 원격 근무가 우리에게 주는 것


나는 원격 근무가 중요한 이유는 본질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을 나에게 투자’ 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회사에 다니면서 자신의 사업을 준비한다든지 하는 것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회사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다니면서 업무 성과를 10을 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최대한 집중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니 12라는 업무 성과를 냈다. 그러면 회사도 좋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회사는 12라는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굳이 10만 하도록 유도하면서 사무실에 앉혀놓는다. 회사는 ‘성과’를 내는 곳이 맞나? 이와 같은 이유로 구글 같은 회사는 전체 업무 시간의 20%를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하고,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들은 직원이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도 한다.


이런 회사들은 대인배라서 그럴까? 아니다. 사람이 진정으로 성장하는 때는 누가 목을 잡고 끌어당겨서 자리에 앉혀놓을 때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일할 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업을 준비하면서, 혹은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성장한 것이 결국 회사에서 성과로 나타난다.


원격근무는 이렇듯 여유 시간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만들어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이 성장을 통해서 속해있는 회사를 발전시키도록 돕는다.

나는 현재 프리랜서로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고 있는데, 전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보다 약 4배가량 많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 전 회사에서 업무량이 적었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어플리케이션 출시 직전에는 회사에서 2~3일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런데도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할 일을 내가 통제하는 순간 생산성은 4배로 증가했다.


보통 부인님이 퇴근하시고 나면 시간을 거의 함께 보내기 때문에 저녁에는 일하지 않는다. 다만 출퇴근으로 까먹는 2시간을 더 일한다고 볼 수 있겠다. (1) 프리랜서 외주 프로젝트 (2) 브런치 매일 글 1개씩 발행 (3) 강의 사이트 개발 (4) 강의 컨텐츠 제작 (5) 출판용 원고 작성.


이렇게 다섯 가지가 내가 현재 처리하고 있는 업무 내용이다. 이것이 모두 내가 가장 효율성이 높은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내가 이것을 통해서 얻는 것은 단순히 4배의 생산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퇴근 없는 삶 그 자체다.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브런치에 쓰는 개발 관련 글을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공부한다.


다시 말해, 개발자로서의 포트폴리오와 전문성을 쌓고 있다. 개발자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기에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출판용 원고 작성을 통해서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원조 노마드’의 삶을 그리고 있다.

요즘 많은 여행책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것은 여행지에서도 할 수 있는 가장 떠올리기 쉬운 일이 글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내가 처음 개발을 공부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한 고민을 담아서 만드는 강의 사이트는 출시 후 수강생을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국내외 회사와 연결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원격 근무를 통해서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원문: 마르코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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