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창작자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이용법

조회수 2017. 7. 26.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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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보니 직장도 그만두고 매달리고 있었다(..)

처음엔 “이미 몇몇 아는 친구들이 있으니 짤막하게 인터뷰를 하고 영상을 대강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려야지”라는, 단순한 개인 프로젝트였다. 디지털 노마드를 다루는 책이나 블로그는 많은데 제대로 된 영상물이 없었기에 재미있겠다 싶었다.


얼마 후, 어쩌다 보니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종일 매달리고 있었다. 까짓거 영상 하나 만드는 게 어려우면 얼마나 어려울까, 했던 게 완벽한 판단미스였던 셈이다.


콘텐츠 창작은 어렵다. 글도 영상도 그림도 그렇다. 1인 프로젝트면 말할 것도 없다. 딱히 누굴 돈 주고 고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혼자 끌고 가는 건 생각 이상으로 고난의 행군이다.


다큐 제작이 카메라 들고 촬영하는 게 다가 아니듯, 할 일은 넘쳐나고 일손도 자금도 항상 모자란다. 언제나 그렇듯 끝이 안 보이는 내 삽질기와 그 와중에 참고도 하고 도움도 받았던 서비스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크라우드 펀딩: 킥스타터, 인디고고

킥스타터 (Kickstarter)
인디고고 (Indiegogo)

내가 스타트업을 하면 VC 찾아다니고 정부 프로그램에라도 지원하지. 이건 뭐 사업도 아니고 수익 활동도 아니고, 솔직히 재미로, 혼자 뭔가 의미를 붙여서, 하지만 야심차게 진행하는 1인 콘텐츠 제작 활동이다.


쌓아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자에 소질이 있는 일가친지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로또는 해본 적이 없으니 당첨될 리 만무하고, 어느 수준 이상의 수입을 낼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진행하자니 시간이 없다. 처음엔 바짝 일 좀 더 해서 돈을 모아놓고 시작할까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이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에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참 뭔가 진부하지만 아하! 하고 낸 결론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 요즘 국내에서도 개인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킥스타터나 인디고고로 자금조달을 많이들 한다. 크라우드 펀딩계의 양대산맥 격인 이 두 플랫폼의 가장 큰 차이는 펀딩 방식이다. 여러 가지 방식 중 가장 대표적인 건 ‘All or Nothing’과 ‘Keep in all’.

All or Nothing: 기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 목표액을 달성하면 성공이지만, 만약 기간 내 목표한 액수를 채우지 못하면 실패로 처리되어 모았던 금액은 돌려주게 된다. 결제가 진행되지 않는다.
Keep in all: 기간만 설정하고 그동안 얼마가 모였건 관계없이 모인 금액 전체를 프로젝트 진행자에게 전달하는, 이를테면 좀 더 안전한 방식이다.

킥스타터는 All or Nothing을, 인디고고는 두 가지 모두를 지원한다( Keep in all 방식을 선택할 시 수수료가 2배가 넘는다는 게 함정).


이번 기회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알게 된 것 첫 번째. 목표 금액 달성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 두 플랫폼을 둘러 보니 특히 필름 카테고리는 다들 한 가닥 하는 전문가들이 떡하니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다. ‘앗, 뭔가 아마추어틱한 사람도 있네’ 하고 반가움에 클릭해보면 자금 조달률 제로…

위 차트는 킥스타터에서 자금 유치에 성공한 필름 카테고리 프로젝트의 수를 보여준다. 필름 카테고리에 등록된 4만 3,891개 프로젝트 중 59%에 해당하는 26,089개의 프로젝트가 목표 금액 달성에 실패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목표 금액의 20%에도 채 미치지 못했고, 5,397개의 프로젝트는 0%의 프로젝트 달성치로 끝났다.


그렇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했다 하면 대박 나는 것 같은데 왜 그렇냐고? 당연히 대박 난 것만 미디어에 등장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플랫폼을 이용하기 전에 앞서 알아둬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수료.

킥스타터: 목표 금액 달성 시 전체 금액의 5% (+3~5% 건당 결제 수수료)
인디고고: All or Nothing의 경우 목표 금액 달성 시 전체 금액의 4% (+3~5% 건당 결제 수수료), Keep it all의 경우 모인 금액의 9% (+3~5% 건당 결제 수수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000만 원을 모았다고 가정할 때의 수수료는 킥스타터의 경우 약 90만 원 정도다. 인디고고에서 Keep it all 방식으로 모았다면 수수료만 약 130만 원. 두 경우 모두 건당 약 4%의 결제 수수료 포함이다. 이런 셈이니 후원자 한 분 한 분이 소액으로 보태주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쉽게 볼 금액은 아니다.


거기에 보통 프로젝트 완성 후 발송되는 보상이나 특전에 들어갈 금액을 계산기로 두드려 보면 이건 뭐 빠듯한 게 문제가 아니라 한참 마이너스인 게 대부분의 케이스. 홍보 효과+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자.


프로젝트의 목표 금액 달성 가능성과 기간 등을 잘 감안하여 신중하게 플랫폼 및 펀딩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남의 돈을 받는 순간 당신은 웰컴 투 더 헬 이제는 빠져나갈 수도 없는 개미지옥(…)

웹사이트 결제 툴: 페이팔, 스트라이프 그리고 비트코인


제작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티저로 내놓을 만한 괜찮은 결과물이 생기기 전까지는 킥스타터나 인디고고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선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소액이나마 자금을 조달해보기로 하고 웹사이트 제작에 돌입했다. 크라우드 펀딩에 관계없이 어차피 웹사이트는 만들어야 하기도 하고. 여기서 코딩 문외한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웹사이트 제작 의뢰
워드프레스(무료 테마 vs 유료 테마, 워드프레스 무료 호스팅 vs 자체 호스팅)
자체적으로 호스팅, 도메인 세팅하고 어금니 꽉 깨물고 웹사이트 자체 제작(부트스트랩과 같은 기존의 프레임워크 활용 또는 한 줄 한 줄 장인정신으로 직접 코딩)

시간 대비 결과물을 따지면 단연 제작 의뢰.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우고 싶을 때 남는 선택지에서는 대개 삽질의 강도와 자유도가 같은 곡선을 그린다… 결제 툴도 달아야 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 찾는 데 오히려 시간이 더 들겠다 싶었고, 또 이 기회에 코딩 해봐야지 싶어 그냥 한 줄 한 줄 코딩하기로 했다.


호스팅은 예상 방문자들의 국가를 고려해서 해외 업체를 선택했다. 참고로 당시 내 코딩 수준은 html + css 약간이 전부. 이 웹사이트에는 html, css, 그리고 Donate 버튼 부분과 결제 기능을 위한 약간의 자바 스크립트가 활용되었다:

One Way Ticket

결제 방식으로는 페이팔 신용카드(스트라이프), 그리고 비트코인(코빗 페이)을 선택했다. 한국의 암담한 온라인 결제 시스템 환경상… 여기 언급하는 결제 서비스들은 한국을 타겟으로 한 프로젝트 진행 시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미리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페이팔 (PayPal)


쉽다. 웹사이트 적용이 쉬워도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진짜 일거리는 페이팔을 자체 크라우드 펀딩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페이팔에서 요구하는 각종 증빙 자료(통장 사본이나 신분증 사본 이외에도 프로젝트 내용 및 완료 예정 일자, 담당자 연락처 등)를 제출하는 것, 그리고 웹사이트에 페이팔 면책 문구도 넣어야 한다(예: Disclaimer required by PayPal: Delivery of rewards/perks are subject to best efforts and not guaranteed.). 수수료는 건당 $0.3+결제 금액의 2.9%.


스트라이프 (Stripe)


스트라이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프가 지원하는 국가의 은행계좌를 소유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현재 아시아는 지원 안 한다. (싱가포르에 곧 상륙할 낌새긴 한데 아직은 아니다.) 내 경우에는 호주 씨티은행 계좌가 있어서 이 계좌를 이용 후 입금된 후원금을 한국 씨티은행 계좌로 이체했다(씨티끼리는 수수료 무료). 웹사이트 구현이 은근히 까다로운데, 고객센터가 엄청 신속하고 친절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준다. 수수료는 국가마다 다른데 미국의 경우 $0.2+결제 금액의 2.4%.

코빗 페이


국내 최초 비트코인 플랫폼 코빗에서 내놓은 비트코인 결제 툴. 세팅이 엄청나게 간편하다. 결제 수수료 그런 거 없고, 다만 계좌로 출금 시에 1,000원이 부과된다.

세 가지 결제 방식 중 페이팔이 전체 후원자의 71.2%로 월등하게 높은 참여율을 보였고, 그다음이 스트라이프 (23.3%), 비트코인 (3.4%) 순이었다.


국내의 경우 페이팔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으니 한국만을 타겟으로 한 프로젝트라면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보다 그냥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효율이나 정신건강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

시험 삼아 해본 것치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 달 1만 달러가 모였고 덤으로 ‘킥스타터 없이 직접 크라우드 펀딩하기’를 정리한 영문 블로그 글을 통해 얼떨결에 입소문이 퍼졌다.


해당 크라우드 펀딩의 더 자세한 결과는 영문 블로그에 올린 크라우드 펀딩 첫 달 보고서를 참고하길 바란다.


원문: DARE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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