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부동산 투기: 입안 가득 아몬드

조회수 2020. 12. 24. 1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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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꿈을 짓밟는 투기꾼,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출처: 한국일보
실제 유령주택의 모습.

대한민국은 투기의 나라입니다. 부동산을 향한 인식이 ‘보금자리’로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산증식’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조금이라도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수많은 투기성 자금이 몰리고 월급쟁이들은 연차를 써가며 오피스텔에 투기합니다. 


본인이 들인 돈에 비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투기. 이 수익은 주로 일반인에게서 거두지만 투기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상은 바로 국가입니다. 거품을 조장하는 도로와 같은 인프라, 국가시설 도입에 따른 보상.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입니다.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대상입니다.


부동산 상승이 기정사실화된 곳에 가면 참으로 낯선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전혀 농사를 짓는 것 같지 않은데 이상한 간격으로 고추 몇 포기만 심어진 허허벌판, 싸구려 자재와 조립식 패널로 만들어진 집… 모두가 토지 보상을 노린 투기꾼의 짓입니다.

출처: 경상매일신문
신한울원자력발전소.

투기꾼들은 경북 울진과 영덕에 새 원전이 건설된다는 소식을 귀신같이 듣고 7~8년 전부터 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 신한울 3호기(경북 울진): 2022년 12월 건설 예정
- 신한울 4호기(경북 울진): 2023년 12월 건설 예정
- 천지원전(경북 영덕): 2026-2027년 2기 건설 예정

이들은 일반 집보다 훨씬 빨리 지을 수 있지만 결코 자신들은 살지 않는 조립식 패널로 집을 지었습니다. 2010년 이전 40여 가구에 불과했던 경북 울진 원전 건설 예정지는 현재 250채가 넘는 가구가 있습니다. 경북 영덕의 유령주택까지 모두 합치면 500채에 가깝습니다.


돈과 관련해서는 비상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이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사업 계획을 공고한 2014년 12월 이전 주택에 한정해 보상한다는 점을 알고 이미 등기를 마친 상태입니다. 더 웃긴 부분은 이런 공고 이후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은 투기성 주택이 80채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토지 보상을 노린 투기꾼들로 인해서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격하게 올랐습니다. 1평당 20~30만 원이었던 가격이 70~80만 원으로 3배가량 증가합니다.

하지만 예정되어 있던 원전 건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을 중단하거나 보류되었습니다. 현재 한울원전 관계자들은 300채 주택 가운데 순수 주민 집은 40~50채 정도로 판단했습니다. 


이전 신한울 1, 2호기 건설 때도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토지와 주택 보상에 생계지원 사업비까지 가구당 2억 5,000만 원을 받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이런 과거 사례를 본보기 삼아 토지 보상을 통해서 한몫 챙기려던 투기꾼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열심히 저질 주택을 만들고, 집을 지을 토지가 없으면 부랴부랴 과일나무라도 심고, 자기 가족 명의까지 총동원해서 보상을 받으려고 빚까지 내가면서 한몫 잡으려던 투기꾼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갔습니다.


참으로 쌤통이고 고소합니다. 마치 입안에다가 아몬드를 가득 넣고 씹어서 그 향이 진하게 퍼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짓밟아버리는 투기꾼들은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아울러 국비가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지급되는 이런 경우엔 더욱더 투기꾼들을 잘 골라내야 합니다. 투기꾼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정말로!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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