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약을 먹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두 가지

조회수 2017. 7. 20.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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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도 없는 치료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어느 날 당신에게 특정한 질환이 생겼음을 인지했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것 같은가?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아마도 그 질환을 치료하거나 질환으로 인한 증상들을 경감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부 사람들은 위의 목적 달성에 아무런 기여도 못 하는 수단을 선택하곤 한다. 심지어 많은 경우에는 그 선택으로 인해 질환이 더 악화되는 경우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저 특정 분야에 무지하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래서 필자는 합목적적인 선택을 위해 알아야 할, 아주 기초적인 내용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당신이 고를 수 있는 4가지 수단


우리가 질환 치료를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1.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

2. 안전하고 효과가 없는 것

3. 안전하지 않고 효과가 있는 것

4. 안전하지 않고 효과가 없는 것


언뜻 보면 굉장히 당연한 얘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안전성은 몰라도 유효성은 스스로 알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필자가 주변인들을 관찰하다 보면, 2를 효과가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4를 효과 있고 의약품보다 훨씬 ‘안전한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는 경우마저 봤다. 각각의 예시에다가 현행 한국 보건당국의 정책적 입장을 간단히 덧붙여서 서술해보려 한다.



1.


우선 가장 나쁜 경우인 4. 안전성도 없고, 유효성도 없는 경우가 여기에 속하는데, 최근에 유명세를 탄 ‘안아키’ 같은 황당한 치료법들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는 폐쇄된 네이버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아토피 아동들이 피부를 벅벅 긁도록 방치하라든가(긁는 자극이 아토피를 다시 일으키게 된다), 열이 나는 아이에게 관장을 하라든가(고열을 방치하는 경우 신경계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관장은 열을 내리는 효과가 없다) 하는 것들이 그런 경우인데, 상식적인 부모라면 도저히 따라 할 거라 생각되지 않는 수준의 기행들이다.


그럼에도 막연한 자연에 대한 동경과, 현대기술 문명에 대한 거부감으로 질환을 악화시키니 참 답답할 노릇인데, 사실 이런 류의 행위는 안아키가 최초가 아니다. 지금은 사망한 허현회라는 자연치료요법 신봉자는 유방암을 치료한다며 암종에 침을 놓는 만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데, 이는 바늘로 악성종양들을 강제로 다른 조직으로 전이시키는 암 전이 촉진행위에 가깝다.


본인은 나름의 선의로 했을지도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충분히 치료가 가능했던 초기 유방암을 급속도로 악화시켜 환자를 사망케 한 끔찍한 만행일 뿐이었다.

짤 한 장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2.


두 번째로 3. 안전하지 않고 효과는 있는 것들인데, 다이어트약 중에 유독 이런 것들이 많다.


가령 ‘마황’이라는 생약이 포함된 다이어트약들이 그러한데, 여기에는 에페드린(Ephedrine) 성분이 많다. 에페드린은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발열을 촉진하는 약물인데, 결과적으로 신체의 물질대사가 증가하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에페드린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장복 시 말이 어눌해진다)은 물론 여타의 부작용이 심각한 약물이라 미국에서는 사실상 퇴출됐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에서는 다이어트약이라며 팔려나가는 것이 현실. 다이어트를 위해서 기생충 알을 섭취한다는 일부 중국 여성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비슷한 것이 소위 ‘디톡스’라고 불리는 요법인데, 이건 몸에서 독소가 빠져서 붓기가 빠진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아니라 그냥 굶으니까 살이 빠지는 거다. 무작정 굶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먹으면서 빼는 거니 안전할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는데, 결과적으론 근손실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훨씬 크다. 절식 정도라면 몰라도 뭔가를 탄 액체만 마시며 단식을 하는 건 살은 빠질지 몰라도 위험한 행동이다.

거의 일주일 내내 이것만 먹는다. 살은 둘째치고 위장이 급속도로 상할 것 같다…



3.


세 번째로 2. 안전하지만 효과는 없는 것들인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맞았다던 각종 주사들이다. 마늘주사, 태반주사, 신데렐라주사 등 갖가지 희안한 주사들이 참 많기도 한데,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입증된 바도 없는 약물들이다.


‘그래도 병원에서 처방하는 건데···’, ‘그래도 돈을 그만큼이나 주고들 맞는 건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거 딱 ‘그 무당이 정말 용한 무당인데, 복채를 그만큼이나 줬으니까’와 별 차이가 없는 얘기다. 게다가 실제로 맞은 사람들이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플라시보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런 가짜에 속을 것 같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신약 개발 시에 위약 대조군들이 ‘증상이 완화됐다’거나 ‘질환이 나았다’는 답변을 하는 비율이 최대 35% 정도 된다.

많이도 샀다…

그래도 안전성은 있으니 그만 아니냐 싶을 수도 있다만, 무의미한 사이비 치료를 하는 사이에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도 고려를 해야 한다. 가령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비타민C 과용량 복용 요법이라는 아무런 효과도 입증되지 않는 수단으로 증상개선을 꾀하다가, 지방간염이 간 경화로 이어질 때까지 방치한다면 이는 결코 무해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위의 세 분류를 제외하고, 식약처가 요구하는 ‘안전성·유효성 입증 자료’를 제출하여 두 사항을 각기 어느 정도 충족시킨 것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비하는 의약품이다. 아마 대부분이 의사의 처방을 요하는 전문의약품일 것이고, 일반적으로 처방이 이루어지는 약물은 건강보험 적용도 될 것이다. 같은 적응증을 가진 약물이라도 비용 대비 치료과성이 큰 것들만 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니, 보험약들은 의약품 중에서도 다시 한번 스크리닝이 된 약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주사 류는 보험 적용되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중증 질환에 적확하게 처방된 의약품이 아닌 다른 것들을 찾는다. 무슨무슨 약초를 달인 물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니, 어떠어떠한 것을 환부에 발랐더니 증상이 완화됐다니 하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위의 세 분류에 속하는 입증되지 않은 개소리들이다.


제약회사가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까지 들여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받은 것이 그냥 동네 약국 가면 잔뜩 쌓여있는데, 왜 효과는 물론이고 안전성도 의심스러운 이상한 것들을 찾으러 산으로 들로 다니는가? 뉴트리아에 쓸개에 곰 쓸개보다 웅담 성분이 많다는 뉴스가 나오자 뉴트리아 씨가 말라간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보통 그런 생체에서 유효물질 추출율은 많게는 10:1에서 적게는 10,000:1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뉴트리아 쓸개 10,000g에 웅담 성분(UDCA)이 1g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긴데, 그 성분이 가장 많은 게 약국에 파는 ‘우루사’다. 그게 웅담의 유효성분만 모아서 만든 약이니까. 우루사 알약 한 통이 곰 쓸개에 있는 웅담 성분 정도 된다는데, 수천만 원 주고 불법적으로 그걸 먹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웅담 말고 뉴트리아 말고 우루사를 먹읍시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문명화되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수많은 약학자들이 신약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국가기관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검사하고, 출시 후에도 지속적으로 부작용 모니터링을 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모두를 충분히 입증한 것들이 현대 의약품이다.


약국 가서 3천 원 하면 감기약 3일분 쯤을 사니까 별것 아닌 것 같겠지만, 그건 본인부담금 30%일 따름이고 나머지 70%인 7천 원은 여러분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지급되고 있다. 일반적 시장에서는 싼 것이 비지떡이란 경험치가 적용될지도 모르지만, 의료공급자들을 착취해가며 유지되는 중이란 비난까지 들으며 유지되는 세계적 수준의 의료보장 시스템을 갖춘 한국에선 그러실 필요 없다.


그렇게까지 해뒀는데도, 값비싸고 효과도 없는 이상한 대안을 찾는 데에만 골몰하실 이유가 있을까?

아프면 제발 병원을 가시라. 그리고 복약지도하는 대로 드시기만 하면 된다. ‘그거 한번 건너뛰어도 괜찮더라’, ‘증상 사라졌는데 약을 뭐하러 먹냐’는 식의 헛짓거리를 하다가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란게 착잡할 따름이다.


출처: Coldtongue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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