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 이 글은 Aeon의 「The Science of love」를 발췌 번역한 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여 년 전,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젊은이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이 시작되기 10년 전, 올더스 헉슬리는 “지각의 문(1954)”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향정신성 약물 경험을 묘사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이자 판화제작자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천국과 지옥의 결혼(1790)”에 나온 비유에서 따온 것입니다.

헉슬리는 인간의 뇌를 수도꼭지에 비유했습니다. 뇌는 우리의 인식 들 중 지각, 아이디어, 기억 등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만을 남기며 나머지는 모두 제거해버립니다. 이렇게 제한된 인식은 우리를 이미지와 인상의 홍수로부터 보호해 주지만 한편 우리는 이런 학습 때문에 만들어진 스스로를 가둔 동굴을 현실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헉슬리는 이를 벗어날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헉슬리의 이런 가정, 곧 지각의 문이 평소보다 더 넓게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오늘날 뇌 영상 실험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해 약물, 최면, 오랜 영적 훈련 등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순간적인 사랑의 감정이 이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랑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랑을 과학적 용어로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생각들은 사랑을 열정이나 성적 욕망으로 묘사하고 있는 노래와 영화의 영향을 받았고, 또 사랑이 곧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야 한다는 이야기들에서 역시 영향을 받았습니다.

혹은 사랑은 곧 독점적 관계와 책임감(commitment)임을 말하는 오늘날의 결혼식 역시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들은 매우 개인적이며 각자의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사랑에 성공했던 경험, 상처로 남은 경험, 불장난이 남기는 교훈 등은 사랑에 대한 진지한 지적인 토론을 쉽지 않게 만듭니다. 그리고 사랑의 새로운 정의를 이해하는 것 역시 어렵게 만듭니다.

나는 감정의 과학에 기초하여 사랑을 연구합니다. 나는 20년 이상 기쁨(joy), 즐거움(amusement), 고마움(gratitude), 희망(hope)과 같이 좋은 느낌을 주며 신체와 정신을 모두 고취하는 감정들을 연구해왔습니다. 우리는 하루에 수십 번씩, 홀로 있거나 때로는 다른 이와 함께 있을 때 이런 고취된 상태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아무리 짧고 순간적이라 하더라도 긍정적인 감정은 우리의 삶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힘을 일으킵니다. 먼저 이 감정은 당신의 신체를 문자 그대로 더 크게 만듭니다. 마음은 열리게 되며 융통성이 생기고 창조적으로 바뀌며 현명해집니다. 나와 다른 이의 연구들은 긍정적인 감정이 우리의 삶을 더 높은 단계로 상승시키며 스스로 더 나은 자신으로 바뀌게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이 난해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긍정 시스템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입니다. 나는 이 긍정적인 감정 하나하나에 주목하기 보다 이 감정이 전체적으로 한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떻게 이 감정이 우리 삶의 직물, 곧 우리를 다른 이들과 하나가 되게 만드는 사회적 직물을 짜는 데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우리를 성장시키고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다시 일어서게 하는지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이 시스템 전체를 이르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긍정성(positivity)”입니다.

이 긍정성 시스템 전체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사랑에 대한 더 정확한 정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긍정적인 감정과 마찬가지로, 사랑 역시 “확장과 축적(broaden and build)”이라는 원형논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다른 이와의 즐거운, 그러나 순간적인 연결의 감정은 당신의 지각을 확장하며 당신의 삶에 지속적이고 유익한 변화를 축적합니다. 나는 사랑이 곧 이런 다른 사람과의 연결에서 그 따뜻하고 열린 마음의 순간에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이 긍정 시스템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신체가 지구의 대기에서 산소를 필요로 하듯이, 그리고 음식에서 영양소를 필요로 하듯이 우리는 사랑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랑은 마치 깊은숨을 들이쉬거나 지치고 목마를 때 오렌지를 먹는 것처럼 그저 좋은 기분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삶에 힘을 주며,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고, 우리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사랑을 이렇게 이야기할 때 나는 단순히 시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로 말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존재나 부재가 어떻게 신체에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점점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 생화학적 변화는 세포속 DNA가 표현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이제 이 짧은 긍정적 연결의 순간으로써의 사랑을 꾸준히 즐길 때 한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를, 건강해지고 쾌활해지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의 행동이 어떻게 바뀌며 신체 내의 복잡한 생물학적 연쇄반응을 추적함으로써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몸(body)은, 특히 서구의 문화에서는, 하나의 정적인 대상으로 다루어지기 쉽습니다. 우리가 보고 만질 수 있는 다른 물체들처럼 우리는 우리 몸 역시 그 물리적 성질을 기준으로, 곧 키, 몸무게, 피부색, 피부 나이, 등을 바탕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5년 뒤에는 키가 조금 작아지고, 조금 더 무거워지고, 약간 더 창백해지거나 더 나이 들어 보이도록 바뀌겠지만,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는 자신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래전 동양의 철학자가 말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식의 장난이며 환상에 불과합니다. 끊임없이 변한다는 그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입니다. 특히 살아있는 것들은, 그 정의에 의해, 변화하는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합니다. 식물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해를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의 심장 역시 우리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낄 때마다, 심지어 새로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다르게 뛰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몸은 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동적인 대상입니다. 변화하고 두근거립니다. 연결하고 성장합니다. 야윌 수 있고 흥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몸의 끊임없는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사진이 아닌 동영상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학자들은 동적인 기능만큼이나 정적인 형태를, 동적인 생리학만큼이나 정적인 해부학을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사랑에서 만큼은, 이것이 동적인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랑은 행동 속에 존재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 존재합니다. 바다에서 파도가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사랑도 생겼다가 사라집니다. 사랑의 생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런 끊임없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나는 이제 우리 삶의 즐거움을 책임지는 두 가지 생물학적 요소를 설명하려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와 신체를 오가는 호르몬인 옥시토신, 그리고 뇌간에서 출발해 심장, 폐, 그리고 다른 기관들로 이어지는 10번째 신경인 미주신경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되는(in synch) 느낌이 만들어지는 장소인 뇌를 포함해 이 세 가지가 사랑의 생물학을 이루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군가와 만날 때, 이 세 가지 요소는 우리를 다른 사람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그리고 가능하다면 더 강한 관계를 가지도록 서서히 인도합니다. 이들이 우리의 동기와 행동에 주는 영향은 매우 미묘하게 이루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다른 이들과 만드는 사회적 관계망 속에 우리를 더 강하게 밀어 넣게 됩니다.

뇌와 신체에 모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옥시토신이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그리고 다른 이에게 애착을 느끼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오래 전입니다. 1994년 메릴랜드 대학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들쥐인 프레리 볼이 다른 성의 프레리 볼 옆에 있을 때 뇌에 옥시토신을 주입했고, 이들이 서로를 원하고 곁에 붙어 있으려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의 경우, 남녀가 성관계를 가질 때 옥시토신은 상승합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을 때, 젖을 먹일 때, 그리고 새로운 만남을 가지거나 기존의 관계를 더 굳게 만드는 중요한 순간에 옥시토신 수치는 올라갑니다. 이런 특별한 순간의 옥시토신 방출이 너무나 확실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오랜 시간 일상의 작은 옥시토신 변화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놀아줄 때, 새로운 이웃을 만날 때, 사업상의 파트너와 새 계약을 맺을 때 등의 일상 행동에서도 옥시토신은 조금씩 변화합니다. 물론 이 작은 변화를 측정하기 어려웠던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유럽에서는 연구목적으로 옥시토신 합성물을 나잘 스프레이(액체를 코 속으로 분무하는 도구) 형태로 뿌리는 것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유럽에서 이루어진 실험 결과들은 옥시토신이 우리 삶을 어떻게 극적으로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2005년 취리히에서는 ‘신뢰게임’이라는 실제 금전적 보상과 관련된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128명의 남성은 임의로 ‘투자자’ 혹은 ‘보관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투자자와 보관자에게는 각각 동일한 금액이 주어집니다. 투자자는 그 돈 중 일부를 보관자에게 맡길 수 있고, 보관자에게 맡겨진 그 돈은 세 배로 불려지며, 보관자는 그 돈을 다시 임으로 나누어 투자자에게 돌려주게 됩니다. 즉 투자자는 보관자에게 맡긴 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가 모든 돈을 맡기고 보관자가 공평한 사람이라면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금액을 두 배로 늘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 앞서 참여자들은 진짜 옥시토신 스프레이와 플라시보를 배제하기 위한 가짜 스프레이에 노출되었습니다. 옥시토신이 이 게임에 끼친 영향은 막대했습니다. 자신의 돈을 모두 보관자에게 맡긴 투자자의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흥미롭게도, 다른 신뢰게임 실험에서는 단지 다른 이에게 신뢰를 얻는 것만으로도 보관자의 자연적인 옥시토신 수치 증가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리고 보관자의 옥시토신 증가가 클수록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의 크기도 증가했습니다. 이는 옥시토신이 두 사람 사이에 동시에 증가할 때 신뢰와 협력도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2005년 옥시토신이 신뢰게임에 끼치는 영향이 네이처지에 발표된 이래, 이 실험은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옥시토신은 단지 돈에 대한 신뢰만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비밀스런 정보까지도 상대에게 밝히도록 만듭니다. 방금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비밀을 밝힐 때 우리의 자연적인 옥시토신 레벨은 올라가며, 다시 이 옥시토신은 상대에 대한 신뢰를 증가시킵니다.

다행히도, 옥시토신이 무차별적인 신뢰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옥시토신의 효과는 상대방이 도박적이거나 무책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은 신호들에 매우 민감합니다. 옥시토신 스프레이가 에어컨을 통해 사무실 전체에 뿌려진다 하더라도 당신은 여전히 누가 신뢰할 만하며 누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한 감각을 날카롭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옥시토신 나잘 스프레이에 뇌영상 기술이 결합하자 옥시토신이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는 편도체(amygdala)를 어떻게 조절하는지가 밝혀졌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한 번의 스프레이만으로도 위협 상태에 맞춰져 있던 편도체 부분은 잠잠해졌고 긍정적인 사회적 기회에 맞춰져 있던 부분의 신호는 증폭되었습니다.

단 한 번의 옥시토신이 즉석연설을 해야 하거나 배우자와 논쟁을 해야 하는 것과 같이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황을 쉽게 극복하게 해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분비를 줄여 우리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유도하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하도록 만들고, 시선을 마주치고 우호적인 손짓을 하게 만듭니다. 또한 친절한 행동 자체가 자연스런 옥시토신 분비를 증가시켜 스트레스에 의한 심박 수 및 혈압의 증가를 억제하고 우울감을 없애며 고통을 잘 참을 수 있게 만든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옥시토신은 잘 알려진 “투쟁 혹은 도피(fight-or-flight)” 반응에 대응되는 포유류의 “진정 그리고 관계(calm and connect)” 반응의 핵심 요소입니다. 옥시토신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거부하게 만드는 공포심을 진정시키고 또 다른 이와 관계를 맺는 솜씨를 높여줍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의심해 피하게 만들기보다 다른 이의 선의를 포착하게 만들고 당신 역시 선의를 가지고 그들에게 접근하게 만듭니다. 모든 인간은 단지 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옥시토신은 ‘삶의 가장 큰 조력자’로 불리어 마땅합니다.

옥시토신은 또한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줄여줍니다. 다른 사람의 옥시토신은 결국 내가 옥시토신을 분비하도록 만듭니다. 사람들 사이의 옥시토신 분비가 동기화된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는 아기와 부모에 대한 연구로부터 나왔습니다. 아기와 부모─엄마이든 아빠이든─는 때로 서로에게 완전히 빠지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부모와 아기가 하나가 되었을 때 이들의 행동과 감정은 상호 긍정적인 교환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부모가 아기에게 키스를 퍼붓는 장면과 아기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간지럽히며 아기에게 웃음 짓고 ‘엄마 말투(motherese)’로 불리는 높은 톤의 소리로 말을 거는 장면을 생각해 봅시다.

이 부모들은 아기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아기에게 간지럼을 태우고 속삭일 때 이들은 아기의 얼굴과 행동에서 즐거움이 서로에게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아기들 역시 부모의 장난에 맞춰 웃고 재잘댑니다. 긍정성은 이들 사이를 반복하며, 이 짧은 순간들이 바로 사랑입니다.

물론 모든 아이-부모의 관계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서로에게 충분히 집중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와 눈을 잘 맞추지 않으며 긍정성을 별로 주고받지 않습니다. 때로 이들은 서로 부정적인 교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들은 애정이 아니라 괴로움과 무관심을 바탕으로 연결됩니다.

부모와 아기의 웃음과 장난 같은 긍정적 행동의 일치는 곧 옥시토신 분비의 일치로 이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들은 아기와 부모가 교감하기 전후의 부모와 아기의 침에서 옥시토신양을 측정했습니다. 상호 긍정적인 교감을 보여준 아기와 부모의 옥시토신 분비는 같은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감이 없는 가족들에게 옥시토신 일치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긍정성의 공명현상에 의해 한 세대와 그다음 세대는 서로 강한 결속관계를 유지하게 되며, 이는 매우 정교하게 조절된 생화학적 현상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사랑의 영향은 오래 지속됩니다. 그리고 최신연구 결과들은 옥시토신이 바로 사랑의 건물을 짓는 망치질에 해당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랑의 두 번째 생물학적 요소인 미주신경 역시 지금 당신의 모습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주신경은 뇌간 깊은 곳에서 출발해 신체 내의 여러 장기와 연결되며 특히 뇌와 심장을 이어줍니다. 모욕당하거나 위협받을 때 우리의 심장은 급하게 뛰기 시작하며, 이것이 ‘투쟁 혹은 도피(fight-or-flight)’라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미주신경은 옥시토신을 이용해 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다시 진정시키며, 이것이 앞서 이야기한 ‘진정 그리고 관계(calm-and-connect)’ 반응입니다.

미주신경은 사랑, 곧 타인과의 관계를 경험할 때 우리 몸의 반응을 지배하는 신경입니다. 미주신경은 의식과 무관하게 얼굴 근육을 자극해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게 만들고 상대방의 표정을 따라 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귀의 작은 근육을 조절해 상대방의 목소리를 더 잘 듣게 만듭니다.

미주신경의 성능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는 심박과 호흡을 측정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제일 아래 갈비뼈에 부착한 센서로 심박을 측정하고 흉곽의 움직임으로 호흡을 기록함으로써 ‘미주신경 긴장도(vagal tone)’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근육 긴장도(muscle tone)와 마찬가지로, 이 수치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미주신경은 심박을 호흡에 맞춰 움직이게 하는 방식으로 우리 몸을 더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숨을 들이마실 때는 폐의 혈관에 새로운 산소가 공급되고, 따라서 이때에는 심박이 빨라지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이때 심장은 산소가 포함된 더 신선한 피를 뇌와 신체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반면 숨을 내쉬었을 때에는 심장이 빨리 뛸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러한 미묘한 심박의 변화를 바로 미주신경이 관장합니다. 미주신경은 숨을 내쉴 때 심장을 살짝 느리게 만들며 반대로 숨을 들이쉴 때 심장을 살짝 빠르게 만듭니다. 이 차이를 측정함으로써 미주신경의 상태를 알려주는 미주신경 긴장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뇌의 무의식적 심장관리는 진화의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개인 고유의 특성입니다.

놀라운 점은 높은 미주신경 긴장도를 가진 이들은 모든 분야, 곧 물리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분야에서 더 유연성을 가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하며, 이는 무의식의 수준에서 이루어집니다. 물리적인 면에서 미주신경은 글루코스 유지와 염증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내부의 신체를 조절합니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주의와 감정, 그리고 행동까지 조절하며 다른 이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짧은 순간의 사랑들을 더 많이 경험합니다. 뇌와 심장 사이의 신경이 더 잘 작동하는 것만으로 이들은 일상의 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내 박사과정 학생 베타니 콕과 내가 발견한 것입니다. 낮은 미주신경 긴장도를 가진 이들에 비해 높은 미주신경 긴장도를 가진 이들은 일상에서 더 많은 사랑을 경험하며 더 많은 긍정성의 공명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이 미주신경 긴장도를 바꿀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우리 PEP 실험실(긍정 감정과 정신생리학, Positive Emotions and Psychophysiology)에서는 고대의 자애 명상 정신수련(mind-training practice of loving-kindness meditation)의 효과를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참가자들의 미주신경 긴장도를 측정한 후 이들에게 임의로 이 수련에 참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에게 매일매일 그들의 기분과 그들이 유지하는 사회적 관계에 대해 우리 웹사이트에 가입해 기록을 남기도록 부탁했습니다. 몇 달 후, 우리는 이들을 다시 불러 미주신경 긴장도를 측정했습니다.

2010년 5월, 나는 이 결과를 달라이 라마 앞에서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수련에 참가한 이들의 미주신경 긴장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주일에 겨우 한 시간의 수련에 참석했던 이들도 몇 달이 지나자 미주신경 긴장도가 상승했습니다. 또한 복잡한 통계적 계산을 통해, 다른 이들과 더 자주 긍정적 공명을 경험한 이들이 미주신경 긴장도가 더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실제로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하는 것이지요.

새로운 사랑의 과학은 우리의 몸이 매일 변화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물론 DNA나 눈의 색깔과 같은 몸의 어떤 부분들은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뇌는 변화하는 환경을 쉬지 않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체와 뇌를 세포 수준에서 다시 적응시키는 생화학 물질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신체는 우리가 긍정성 공명을 얼마나 느끼는지, 그리고 얼마나 이것이 부족한지에 따라 우리 몸의 각 부분에 화학물질을 보내 우리를 건강하거나 아프게 만들며 또한 우리를 더 혹은 덜 사랑하게 만듭니다.

사랑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움으로써 당신의 삶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당신은 긍정적 감정을 나누는 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과학이 인간을 반드시 박제된 나비처럼 취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은 거짓 희망과 거짓 예언, 거짓 주장들을 제거하고 진실을 향하게 만듦으로써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화려하고 다차원적인 인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비를 박제할 필요 없이, 살아있는 그대로 다시 날려보낼 수 있습니다. (Aeon)

원문 : 뉴스 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