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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연습하는 글쓰기

조회수 2017. 6. 2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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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쓰는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반복해온 습관이다.

어떤 분이 글쓰기에 대해 물어오셨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글쓰기는 지속적인 연습뿐인가요?
계속 써보는 것 또는 글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역시 어렵네요.

많이 읽고 쓰라. 깊이 공감되는 말이다. 하지만 자전거 잘 타는 방법을 물었더니 “오른쪽 페달을 밟은 다음 자전거가 쓰러지기 전에 왼쪽 페달을 밟으세요.”라고 답하는 느낌이다. 정작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분들과 이야기 해보면, 페달을 번갈아 밟는 동안 자빠지지 않는 그 ‘운동신경’을 어려워한다.

그러니까..방법…방법이 필요합니다…

나는 논리적 글쓰기에 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답을 할 만한 깜냥이 못 된다. 다만 어렸을 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자 고안했다가 꽤 효과를 본 방법이 있다. 지나고 보니 그게 운동신경을 키우는 연습이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첫 문장을 쓰기도 전에 힘들어 하는 분들을 위해 소개한다.



운동신경 기르기


① 특징 3개 찾기


먼저 연습장이나 메모장을 편다. 메모 앱 안 된다. 진짜 종이여야 한다. 그 다음엔 눈 앞에 보이는 어떤 사물이든 정한다. 그리고 대표적 특징을 세가지 적는다. 번호를 매기면서 세로로 적는다.

1) 이러하다.
2) 저러하다.
3) 그러하다.

부담 갖지 말고 평소에 생각 날 때마다 취미처럼 해도 좋다. 일단 습관이 되어야 한다.


② 대상 넓히기


사물의 3특징 찾기가 익숙해지면 ‘현상’이나 ‘오감’ 또는 ‘감정’ 등으로 범위를 넓힌다. 예컨대 날씨, 사건, 냄새, 슬픈 영화를 본 느낌 같은 것들이다.


어떤 이는 비 오는 날을 ‘질척이는 습기’로 적겠지만, 누군가는 ‘촉촉한 공기’로 적는다. 주관적이어도 상관없다. 생활하면서 인식하는 모든 것들로 점차 대상을 확장한다.


③ 시간 단축


이제 시간을 단축시켜 보자. 먼저 첫번째 특징을 적으면서 두번째를 포착하고, 두번째를 적으면서 세번째를 포착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첫번째를 적으면서 두번째와 세번째를 포착 하도록 연습한다.


단축시킬 마음만 먹어도 속도는 어느 정도 빨라진다. 시간이 단축 되면 그 다음 과정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으니 속도 올리기에 집중한다.


④ 강조하기


속도가 좀 붙으면 이제 순서를 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특징이 앞이나 뒤에 올 수 있다.

1) 첫째, 가장 큰 특징은 이것이다.
2) 두번째로 이러한 특징이 있다.
3) 그 밖에 세번째 특징은 이 것이다.

또는

1) 첫번째 특징은 이 것이다.
2) 또한 두번째 특징은 이러하다.
3) 가장 중요한 세번째 특징은 바로 이것이다.

눈치 챘겠지만 점강법과 점층법이다. 적고 여러 번 소리 내 읽어본다. 강조하는 강약과 높낮이 그리고 박자가 생긴다. 사람마다 이 리듬이 다 다르다.


글쓰기는 악상을 기보 하듯 말의 리듬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자신만의 리듬대로 옮기면 글쓰기가 한결 편하다.


⑤ 강조하기


처음에 세로로 쓰라는 이유가 있다. 각 특징들의 인과관계를 엮어서 매듭을 지을 것이다. 어릴 때 하던 이름궁합과 같은 방법이다. 가령 축구공에 대해서 적어보자.

각자 찾은 특징이 다를 것이다. ⓐ과 ⓒ의 매듭이 없어 아쉽다. 우선은 이 정도 기본 매듭에 익숙해지자.


⑥ “따라서”와 “그러므로”


이제 ‘따라서 매듭’과 ‘그러므로 결론’을 붙인다. 위의 축구공 예시에서 이어가보자.

축구공의 특징은
첫째. 탄성이 있고,
둘째. 공기로 채워져 있으며
셋째. 가장 큰 특징은 둥글다는 것이다.

= 따라서 잘 튀고 잘 구른다.
= 그러므로 축구공은 움직임의 폭이 커서 넓은 축구장에 알맞다.

항상 여기까지 적도록 한다.


⑦ 적지 않기


이제부터는 적지 않는다. 머리 속으로만 ‘그러므로 결론’까지 진행한다.


평소 생활하면서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 감정, 오감 등을 상대로 앞의 과정을 반복한다. 사람은 생각 할 때 자신이 속한 사회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속으로 말하는 상태가 된다. 어쩌면 이미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계속 습관처럼 하도록 한다.


⑧ 말하기


대화 중에 대상, 소재, 주제 무엇이든 3가지 특징을 말하며 입을 뗀다. 일단 ‘첫째는’ 이라며 물꼬를 트고 반드시 마무리를 짓도록 자신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된다.

축구공은,
첫째 탄성이 있고
둘째 공기로 채워져 있어
그리고 셋째, 가장 큰 특징은 둥글다는 거지.
따라서 가볍고 잘 튀는 데다 구체라서 멀리까지 굴러갈 수 있어.
그러므로 축구공은 움직임의 폭이 커서 넓은 축구장을 쓰는 축구경기에 알맞아.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주 사용한다. 습관이 되면 자신의 요구나 주장도 이런 3특징 전개로 해나갈 수 있다.


⑨ 말하는 대로 쓰기


이제 생각을 말로 하는 대신 글자로 옮기면 글이 된다. 간단하나마 나름대로 논리적 구성을 갖춘 글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시간 단축 연습부터 잘 됐다면, 보는 순간 생각하며 동시에 그대로 적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각자 자기 입맛대로 심화시킬 수 있다. 특징을 늘려나가고 매듭들을 복잡하게 엮을수록 내용이 알차게 된다. 내 생각엔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말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여기서부터다.


지금까지 기본적인 운동 신경을 기르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계속해서 ‘체질 강화’ 까지 가보도록 하자.



체질을 강화하자


먼저, 체질 만들기란?


많이 읽고 쓴다고 해보자. 과연 무엇을 어떻게 읽어서 뭐라고 써야 하나. 만권의 책을 읽어도 한 줄의 깊이를 못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한 줄의 문장을 읽고도 만권의 가지를 뻗는 사람이 있다. 잘 못하는 분야에서 우리는 항상 전자에 해당한다.


이 단계로부터 더 나아가려면 정보의 수를 늘리고 인과관계도 많이 다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인지와 각인이 잘 되는 체질이 되도록 평소에 연습해야 한다.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 덩어리 쪼개기


사람들은 대개 상황을 덩어리로 인식한다. 가령 하늘에서 똥이 떨어진다면,

똥은 불쾌한 냄새를 가진 -> 역겨운 오물이니 -> 불결하므로 -> 피한다.

라는 과정을 모두 밟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똥!”이라는 단어가 그려주는 어떤 상 하나만 불러내서 재빨리 피한다. 생존에 유리한 본능이다.


이러한 상을 지금부터 ‘느낌 덩어리’라 칭해보자. 오감 정보, 감정, 기억 따위가 혼재된 이 덩어리는 인식의 연합체라서, 세부 구성요소들이 간과되기 쉽다. 그래서 느낌 덩어리를 분명하게 쪼개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제대로 보는 것부터 시작이다.


ⓑ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기


주변의 모든 것들을 제대로 본다. 은유가 아니다. 실제로 바라보라는 주문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뒤늦게 찾으러 갈 수는 없다. 평소 분명한 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간을 빠르게 느끼는 것은 익숙한 것들이 정보수집 단위에서 걸러지기 때문이다. 즉 두 시간짜리 비디오를 중간 중간 끊어보면 시간이 금방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길가의 돌멩이, 버스의 엔진소리, 나뭇잎이 떨어지는 궤적 등이 그렇게 소거된다. 이러한 것들을 회복해야 한다.


흘려 듣지 않길 바란다. 강력히 권한다. 머리에 들어올 때까지, 정말로 하나하나 자세히 본다.


ⓒ 범위 넓히기


많이 보면 많이 들어오고, 익숙해져서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다. 마주치는 대상마다 낯설게 느껴야, 그 것을 정의하는 단어가 잘 저장된다. 결과적으로 어휘와 묘사가 풍부해진다. 많은 단어를 가진다는 것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오감을 넘어 감정이나 기억 등으로 인식 대상을 넓힌다.


앞서 3특징을 반드시 종이에 적으라는 이유도 같다. 특징을 적으며 필기구가 종이를 긁는 소리, 지질의 촉감, 당시의 정서 등이 몸에 남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보량이 커지면 변별력이 올라가고 매듭도 다양해진다. 그러면 표현이 선명해져서 설득력이 좋아진다. 만화 ‘신의 물방울’을 보며 “무슨 지중해가 펼쳐져! 다 뻥이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논리적인 글을 쓸 거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다.


ⓓ 끝없이 말하기와 체력


이제 남은 것은 시간 싸움이다. 늘어난 정보와 매듭을 매번 수첩에 적을 수는 없다. 시간을 벌기 위해, 글로 적는 대신 끊임없이 떠든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눈을 감은 그 상태로 시작해서 세수하고, 걷고, 밥 먹으면서, 게임하면서, 빈둥거리면서, 자기 전까지 계속 말한다, 단 머리 속으로 말이다.


머리 속에서 가상의 자신을 앞에 두고 설득하고 또한 반론한다. 이 논박을 통해 논리적 맹점이 점검되는 장점도 있지만, 이렇게 해도 글을 쓸 때엔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므로 일종의 ‘지치지 않기 훈련’이 되는 장점이 더 크다. 두뇌의 체력이 길러진다. 늘 말하는 습관은 별표를 다섯개 해도 모자랄 정도로 중요하다.


ⓔ 빙의


끊임없이 말하면 좋은 점이 있다. 가상의 누군가로 변할 수 있다. 즉 빙의 하는 것이다.


가령 정치를 효과적으로 비평하고, 대중으로부터 그 당위를 지지 받도록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현직 정치 평론가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훗날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칼럼니스트처럼 생각하고 글을 쓰면 된다.


그렇게 때론 토론프로그램의 패널처럼, 때론 논문을 발표하는 학자처럼 그 인물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며 말 하자. 그때 마다 리듬, 어휘, 색깔이 달라진다. 논리나 체계를 전달 하는 방식에 여러 색을 입힐 수 있다. 물론 처음엔 유치의 끝을 달릴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자.



마무리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제부터 논리적으로 쓸거야, 지금부터 체계적인 글탑을 쌓을 거야, 라는 심정으로 키보드를 당겼다면 이미 늦은 거다. 일상에서 논리의 톱니바퀴가 돌도록 생활하고, 글 쓸 땐 그저 반죽을 넣어 면발을 뽑아 낼 뿐이다. 그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여기까지 쓴 내용은 새로운 게 전혀 아니다. 글 좀 쓰는 많은 사람들이 거의 본능적으로 이런 공정을 반복/확장 할 텐데, 너무나 당연해서인지 좀처럼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들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아 이야기 해 보면, 논리적 발상 자체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지 몰라 답답해 하는 모습이 많다. 말을 글로 옮기는 9번까지의 훈련이 부족한 경우였다. 그래서 글쓰기 선수들의 조언이 잘 와 닿지가 않는다.


다행히 나는 비슷한 고민 끝에 의식적으로 이 과정을 치렀기 때문에 단계마다의 효과를 확실히 기억한다. 나이, 환경, 개인간의 차가 있겠지만, 열다섯 살이던 내 경우 9번까지 설렁설렁 5개월 가량이 걸렸다. 1년쯤 지났을 땐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성인이 작정하고 연습한다면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 모두 굿럭.


원문: TWENTIES TIMELINE / 필자: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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