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되면 '브렉시트' 현실화?

조회수 2017. 6. 9.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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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는 좋은 일인가? 아니, EU은 좋은 집단인가?

코미 전 미국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핵폭탄급 폭로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다. 영국의 메이 총리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예상치 않게 여당인 보수당과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테레사 메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전 세계가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고 브렉시트가 일어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누군가 답해주기를 바란다. 트럼프가 탄핵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영국 노동당이 승리하고 트럼프가 탄핵된다면 ‘브렉시트가 일어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제시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나씩 따져보자.



김영란법 때문에 귀농이 어려운 세상

얼마 전 회사를 때려치우고 귀농한 친구의 안부를 물었는데, 대뜸 김영란법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참고로 이 친구가 귀농하여 키우는 작물은 애호박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되물으니, 김영란법으로 꽃을 키우던 화훼농가들이 대거 애호박 등 다른 작물로 대체하면서 관련 농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30%나 폭락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참으로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금융위기, 브렉시트, 트럼프


이제 위 세 단어가 뭔가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했을 것이다. 여러분은 역시 똑똑하다. 맞다.


2008년, 금융위기라는 쓰나미가 닥치기 전까지 대안정기를 만끽하던 전 세계는 1929년 대공황과 맞먹는 위기에 빠졌다. 이 사건은 경제 문제로 이어졌다. 그리스가 파산하는 등 유럽의 재정위기 발생으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에 고통받아야 했다. 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양적 팽창을 통해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지만,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양극화와 실업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게 되었고 브렉시트 찬성과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복합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쳤지만 큰 흐름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브렉시트는 좋은 일인가? 아니, 유럽연합(EU)은 좋은 집단인가?


브렉시트 배경에 대한 대체적인 시각은 이렇다. 영국인들은 과거부터 유럽과 자신들을 분리해서 생각해왔고, 세계를 지배하는 대영제국 시절에 대한 향수, 민족주의, 자주권 침해 문제, 테러와 이민 문제 등이 브렉시트 찬성의 이유다.


2012년 노벨위원회는 “유럽연합은 지난 60년간 유럽의 평화와 화해, 민주주의, 인권 향상에 기여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과거에 3차례나 전쟁을 벌였지만 2차 대전 이후 지금은 유럽연합을 통해 양국 간의 전쟁은 더 이상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유럽연합의 안정화 노력이 전쟁의 대륙이었던 유럽이 평화의 대륙으로 바뀌는 데 일조했다”라고 평하며 유럽연합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유럽연합은 평화와 민주주의 정착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당시가 스페인, 그리스 등이 극심한 재정위기에 봉착하면서 수여 시점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많았다.


이렇듯 ‘유럽의 평화’ 유지와 단일 경제권하의 여러 경제적 혜택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독일이 이끌어 가고 있는 유럽연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선봉에 섰던 대표적인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을 들어보면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제러드 라이언스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 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인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의 경제 브레인이었고,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이코노미스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의장을 맡아 브렉시트를 적극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보리스 존슨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둘은 친구였으나 브렉시트 문제로 멀어짐
출처: 데일리 익스프레스
제러드 라이언스

제러드 라이언스는 1999년 이미 파운드화를 유로화로 대체하는 ‘영국의 유로존 가입’에 반대해왔고, 그때부터 유럽연합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재정위기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했다. 누구보다도 경제적 입장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의 의견에 주목할 만하다. (참고로 그는 2008년 금융위기도 정확히 예측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의 저서 『거대한 전환』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이 유럽연합 체제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출처: NAVER 책
제러드 라이언스의 저서 『거대한 전환(골든어페어 펴냄)』
“영국이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남는 일은 에스컬레이터를 반대 방향으로 타려고 노력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다. 세계화와 기술적 변화,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 유럽연합은 미래를 바라보지 못한 채 더욱 경제를 통제하고 규제하면서 오히려 시류를 거스르고 있다. 또한 유럽이 중심화되면서 정치적 측면에서도 유럽연합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또 다음과 같이 유럽연합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낸다.

“유로화의 경우 나는 처음부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으며, 유로화를 이원화하는 ‘이중 속도(Two-speed)’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다시 말해 북유럽과 같이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국가들로 이루어진 경제권과 그보다 발전이 느린 나머지 경제로 구성된 경제권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자국 경제에 맞는 속도의 화폐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스를 예로 들어 보면,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환율이 폭등하여 여행객 증가와 수출 증가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었을 것이지만, 유로존에 묶여 있어 이런 자동적인 경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독일은 제조 기반의 수출 강국이다. 유로존에 묶인 덕분에 환율이 떨어지지 않아 높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엄청한 혜택을 보고 있다. 유럽연합을 독일의 제4제국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고 기득권을 확보한 세력들이 언론을 통해 유럽연합을 보기 좋게 포장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로존 설계자인 오트마 이싱은 유로존은 통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 정치 공동체를 지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의견에 조지 소로스도 유로화 창설은 분명히 잘못된 시도라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오트마 이싱 본인이 2012년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 당시 출간한 저서 『유로화 구제와 유럽 강화 방안』에서 “통화동맹에 앞서 정치동맹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출처: 더 탤래그래프

같은 맥락에서 제러드 라이언스도 유럽연합의 정치 동맹으로서의 개혁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으며, 최근 유럽연합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치 개혁이 없는 한 ‘유로존은 붕괴’될 것이라고 했다. 라이언스는 유럽연합을 타이타닉에 비유하여 ‘침몰하기 전에 뛰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은 세계 경제 비중이 15%밖에 되지 않는다. 향후 20년 간 세계 경제는 경이적인 성장기를 맞을 것이며, 이 기간 동안 전 세계는 새로운 세계 질서로 재편될 것이다. 그래서 이에 맞춰 ‘가장 심한 보호무역주의 집단’인 유럽연합에 묶여 있을 것이 아니라 주권도 지키면서 세계화된 영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요지다.


위기감을 느낀 독일이 유럽연합의 동맹군 창설과 유로본드 발행으로 공동 예산을 마련하는 안을 제시하며 정치적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유로본드 발행을 통한 공동 예산 마련은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연합 입장에서 쉽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동맹군을 창설한다니 왜일까? 그동안 영국이 동맹군 창설에 강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유럽연합 주요국의 국방비 분담 비율을 보면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출처: 조선일보

독일과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평화로 인해 군비 지출을 줄여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이른바 ‘평화배당(peace dividend)’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 비율을 높이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편적인 면만 살펴보아도 독일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는 유럽연합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독일의 이익 수호에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를 어떻게든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 이제 네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여 유럽연합과 강하게 협상하거나 아예 협상 없이 탈퇴하려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친할지 여부와 트럼프가 탄핵을 당할지 여부 두 가지 핵심 변수를 놓고 네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자.

이 네 가지 시나리오들에서 ‘시나리오 3’과 ‘시나리오 4’는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여 국민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유럽연합과 강하게 협상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경우다.


여기에서 트럼프가 건재한 ‘시나리오 3’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달라고 할 것이고, 독일 입장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유럽연합을 개혁해야 한다. 이 시기는 바로 브렉시트 협상이 진행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연합이 획기적인 개혁을 한다면 영국은 유럽연합을 떠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영국은 유럽연합에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노동당이 승리하고 트럼프가 탄핵당하면(‘시나리오 1’이 발생하면), 소프트 브렉시트 협상이 진행되고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도 없기 때문에 유럽연합 개혁 필요성은 낮아져 브렉시트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노동당이 승리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거나(‘시나리오 2’가 현실화되거나), 보수당이 승리하고 트럼프가 탄핵되는(‘시나리오 4’가 현실화되는) 경우에서는 좀 더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 표지 이미지 출처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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