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어사전을 쓰고 계십니까?

조회수 2017. 6. 6.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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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 한국어사전', 두 사전만 비교해도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국어사전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워낙 이 나라에선 대접받는 언어라 어릴 때부터 부득이 끼고 살 수밖에 없는 영어사전과는 경우가 다르다. 그게 ‘쉬운 모국어’라서가 아니라 그거 잘못 써서 타박 들을 일이 잘 없어서 그렇다.


집집마다 보급판 ‘국어사전’이 한 권씩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일부러 국어사전을 사는 일은 드물었으니 그건 물론 초중등학교 졸업식에서 타온 상품이기 쉬웠다. 그런데 영어사전과는 달리 그건 서가에 장식용으로 꽂혀 있다가 누렇게 바래져 가곤 했다.

세종대왕 선생님 죄송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과 ‘한글 교정기와 모든 사전’


국어사전을 그래도 가끔 뒤적였던 나는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한동안은 사전을 들고 수업에 들어가기도 했으니 아마 그 무렵에야 사전의 효용을 뒤늦게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블로그를 열고 글을 쓰면서 사전을 훨씬 더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종이책 사전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하 ‘표준’)을 이용해 왔다. ‘표준’은 용례가 풍부해, 국어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가나다’는 궁금증을 풀 수 있어 즐겨 찾았던 것이다.


다른 국어사전은 거의 이용하지 않았으니 애당초 내게는 비교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것일까. 나는 ‘표준’에 불만이 없었다. 스마트폰에서 쓸 앱은 따로 구매하지 않았다. ‘표준’ 어플은 1만 9,000원에 파는데 굳이 그걸 구입해 쓸 일을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무료 어플인 ‘한글 교정기와 모든 사전’을 내려 받아서 쓴다. 이 앱은 1달러를 후원하면 광고를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이 앱은 사전의 선택 폭도 크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국어사전은 물론이고 한영·영한·불한·독한·일한 등 엔간한 사전을 다 갖추고 있다. 거기다 맞춤법 검사와 한글교정기도 있으니 쓰임새가 꽤 있는 것이다.

사전 선택폭이 크다.

무심코 써 왔지만 이 사전에는 세 종류의 국어사전이 있다. 위키는 백과사전이니 빼도 ‘네이버’와 ‘다음’ 국어사전이 있다. ‘네이버국어사전’은 국어원의 ‘표준’을 쓰고, ‘다음한국어사전’(이하 ‘다음’)은 ‘고려대 한국어사전’을 쓴다. 그런데 두 사전의 차이가 적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표준국어대사전’과 ‘다음한국어사전’

‘표준’에 대한 믿음이 조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글쎄, 똑 부러지게 말하긴 어려운데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된 게 현직 국어교사 박일환이 쓴 『미친 국어사전』을 읽으면서다(이 책은 따로 정식 서평을 써 볼 작정이다).


‘표준’이 ‘미친’ 이유는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이 책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특별히 어떤 관점을 들이댈 일도 없다. 편하게 상식을 따르다 보면 어떤 사전이 내게 쓸모 있을지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친 국어사전’에서 다루고 있는 세 낱말을 기준으로 ‘표준’과 ‘다음’이 각각 어떻게 다른가 살펴보도록 하자. 앞엣것이 ‘표준’, 뒤엣것이 ‘다음’의 뜻풀이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비교이긴 하다.

‘사교육(私敎育)’은 ‘표준’에 따르면 ‘사립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국가사회의 공적 관리로 이루어지는 교육’ 즉, 제도교육은 모두 ‘공교육’으로 보는 사회 일반의 상식과 다른 부분이다. ‘사교육’은 통상 학원이나 과외 등 사적 관리에 의해 수행되는 교육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후 교육’도 공교육에 포함시키는 상황에서 이 뜻풀이는 난감하다. ‘다음’은 그나마 본뜻에 근접해 있다.

‘환희지’는 불교에서 쓰는 말인데, ‘표준’은 뜻풀이가 더 어렵다. ‘아승지겁(阿僧祗劫)’도 ‘자리이타(自利利他)’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데 한자조차 병기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음’에서는 쉬운 말로 풀어놓았다.

‘회’도 그렇다. ‘표준’은 간략해서 좋긴 한데, 정작 통용되는 ‘데친 회’가 빠지고 ‘날로 썰어서 먹는 것’만 이르고 있다. 거기 비하면 ‘다음’의 풀이는 친절하고 상세하다. 어느 쪽이 사전의 본 의미에 충실한지는 묻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


사전에 오른 표제어를 전부 비교하지 않은 한, 이 비교가 갖는 한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표준’은 이뿐 아니라 한자어, 외래어, 전문어를 지나치게 선호한다든가 뜻풀이가 이상한 것, 마땅히 올라 있어야 하는데도 없는 말 등 문제가 적지 않다. 모국어를 관장하는 국립기관에서 편찬한 국어사전으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하면서도 글쓴이는 이를 몹시 안타까워한다. 읽는 이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씁쓸하고 실망스럽지만, 국립국어원에서 이런 비판과 제언을 제대로 받아들여 ‘표준국어대사전’이 살아 있는 국어사전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원문: 이 풍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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