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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패자 부활전이 없는 이유

조회수 2017. 6. 4.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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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50대 초반에 해고를 당했다면, 과연 무슨 선택지가 남아있을까?

독일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즈음, 남자친구의 이모님을 뵈었다. 이모님은 58년 생으로, 우리 엄마와 동갑이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이 차는 이번에 우리 시아버지가 나 대학 졸업한 기념으로 한 대 사주셨어”


더욱더 놀라웠던 것은, 이모님이 55세의 나이로 대학을 졸업하시고, 갓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셨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교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재수에, 삼수에, 수능공부하랴, 수시 준비하랴, 무한 경쟁 전쟁터에서 골머리를 썩었을 텐데, 50대 중반에 어떻게 선생님이 되었을까? (참고로, 독일에서는 비교적 박봉으로 인하여 엄청난 인기 직업은 아니다.) 솔직히 한 대 얻어 맞은 듯 했다. ‘아, 이런게 바로 선진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단번에 스쳐 지나갔다. 독일에서는 패자부활이 가능했다. 나이가 얼마든,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이러한 예를 나는 무수히 보아왔다. 간호사 생활 후 치대 진학한 친구, 이라크 출신 이민 여성으로서 40대 중반에 의학 공학을 전공한 어머니, 대학 졸업장 없이 대기업 회계팀 차장까지 올라간 여성 등등…


한국의 소모적, 맹목적 경쟁은 한 번 실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패자 부활전이 없는 피비린내 나는 무한 경쟁 탓도 있으리라. 한 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찌 여유를 부릴 수 있겠는가.


도대체 우리 나라에서는 왜 패자 부활전이 없는 것일까? 물론, 로또에 맞아서,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나서, 주식이 대박나서 등등 패자 부활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매우 많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가장 쉽고, 투명하고, 안정적인 방법인 ‘교육’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지금 나의 나이가 35세라고 하고, 재기를 위하여 대학 진학을 목표한다고 가정하자. 과연 어떤 사항들을 고려하게 될까?


참고로, 독일은 대학 진학을 위한 김나지움(Gymnasium), 직업 학교인 하웁트슐레(Hauptschule)와 레알슐레(Realschule: 실업학교)가 있고 공부를 잘하면 대학 입학 자격인 아비투어(Abitur)가 주어지며, Abitur를 받은 학생 중 50%(해마다 높아진다)가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교 입학


한국

학교의 서열화로 인해 피터지는 경쟁을 해야만 한다.

  1. 수능: 수능은 물수능으로 인해 점수를 받기가 어려운데다(한 문제만 틀려도 치명적이다) 정시 로 인한 정원 또한 감소 추세다.
  2. 수시: 내신+비교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신에서는 3년동안 일탈없이 좋은 성적을 얻어야만 한다. 중간 고사 하나만 망쳐도 좋은 대학 입학은 안드로메다행이다. 중간, 기말고사가 아니면 비교과 부문을 준비해야 한다. 수시로 붙어도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해야만 한다.
  3. 입학사정관제: 불투명한 제도로 복불복이다. 비교과에서 끝내주는 스펙이 필요하다.
  4. 실업계 고등학교 진학시 대학교 진학이 어렵다.
  5. 비교과 (토익/토플/제2외국어/경시대회/독서노트), 논술, 면접 준비가 당연하다. 혼자 준비가 힘들어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등골을 빼먹을 수밖에 없다. 시험 응시료만 해도 엄청나게 비싸다.



독일 

학교 서열화가 있으나 그 정도는 미미하다. 의대, 약대, 심리학과, 일부 법대, 공학, 건축과를 제외하고는 정원이 무제한이다.

  1. 아비투어(대학입학자격) 성적이 필요하다. (김나지움-일반계 고등학교 마지막 2년 성적+대학 입학 시험 성적)
  2. 정원 제한과 (NC) 제외하고는 정원 무제한이어서, 입학이 굉장히 쉽다.
  3. 실업계 고등학교 진학의 경우 아비투어 획득이 가능하다.
  4. 중, 고등학교 때 최하위권이어도, 일정 경력 이상이면 비슷한 과의 대학 합격이 가능하다.
  5. 경쟁이 심한 과의 경우, 대기리스트 (waiting list)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면 합격이 가능하다.


의대 입학 방법

  1. 성적이 최상위
  2. waiting list에 올리고 기다리기 (6년 기다리면 무조건 합격하는 대학도 있다)
  3. 실업계 고등학교 진학
  4. 아우스빌둥(Ausbildung)으로 가산점 따기 (간호학등 관련과)
  5. Los Verfahren 학기당 결석인원을 무작위로 추첨하며 운 좋으면 당첨된다.



학비


한국

2014년 4년 사립대 기준으로 1년에 733만 2천원


독일

1년에 60~120만원. 게다가 교통권이 무료다.



생활비/거주


한국

주거비, 교통비 제외 평균 66만원이 필요하다.[2] (경험상) 자취의 경우 최소 월 100만원이 필요하다. 기숙사는 부족하며, 서울 원룸에 살 경우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방세 60만원이 기본이다. 과외 등 귀족 아르바이트가 아닌 이상 최저임금 5,580원을 받게 된다.


독일

주거비 포함 570~1,100유로(71만원~137만원)[3]가 소요 된다. 양질의 기숙사가 대량으로 구비되어 있다. (250-300유로) 학교나 기업체에서 일주일에 20시간 일하면 600-800유로를 거뜬히 벌 수 있다.



장학금 제도


한국

학사의 경우 장학금이 드물어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 장학재단 제공의 연이율 2.9% 학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독일

  1. Bafoeg: 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한 장학금
  2. Kindergeld: 25세까지 한 달에 250유로
  3. 수많은 장학금 및 무이자 대출
  4. 이자 낀 학자금 대출이 거의 없다.



나이 차별/성차별


한국

무언의 압박이 있다. 나이가 많을 수록 대학 입학이 어렵다는 속설 및 눈치가 보인다. 여성은 임신 혹은 육아의 경우 주위 시선과 환경으로 인해 학업이 쉽지 않다.


독일

나이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 역시 주위 시선 신경쓰지 않아도 되며, 임신+육아+학업 병행 시 국가에서 생활비를 지원해준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엄청난 컬쳐쇼크에 정신이 혼미해지지는 않았는가?


한국에서는 35세인 당신은 이미 대학 입학부터 큰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미 둔해진 머리로 언제 수능을 공부하고, 수시와 입학 사정관제는 써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35세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1년 학비와 생활비인 2,000만원을 벌기 위해 24시간 밤새고 일해도 149.3일(2,000만원/5580/24)을 일해야 한다. 잠이라도 잔다치면 1년 공부하려고 3년 죽도록 알바를 뛰어야 한다.

반면 독일에서는 일단 Abitur가 있다면, 의대, 법대, 약대를 제외하고는 쉽게 입학이 가능하고, Abitur가 없어도 관련 직장 경험이 있으면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다. (만약 의대에 미친듯이 가고 싶다면, 6년동안 기다리면 무조건 의대에 합격할 수 있다!) 입학보다 더 중요한 건, 사실상, 등록금이 0원이라는 것이다. 30세 이하라면 Bafoeggeld인 경제적 취약 계층 생활비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외국인도 받을 수 있는 생활비이다.) 30세가 넘었다면, 학교에서 일을 하며 한 달에 600-800유로를 벌어 학생 기준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다.  


어떠한가?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라는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고 있지는 않은가?


무료 등록금과 재정적 혜택, 사회적 분위기로 독일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공부할 수 있고, 새로운 길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과연 언제나 이런 혜택을 볼 수 있게 될까? 마지막으로, 로버트 이모님의 인생 스토리를 소개한다.


이모님은 동독 출신으로 기계 공학을 전공하셨고, 20년 동안 토목 엔지니어로 일하셨다. 그러던 중 유로존 위기로 인하여,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갈 곳이 없게 되자 걱정과 두려움의 나날 속에 사셨다. 인생 사 새옹지마라고, 다시 한번 재기하기로 결심하시고, 교육학 석사 과정에 들어가신다. 석사 과정과 1년 인턴쉽 이 후, 드디어 교단에 서시며, 다시금 즐거운 꽃다운 중년을 보내고 계신다.


만약, 등록금이 비쌌다면, 나는 절대 다시는 공부하지 못했을 거예요.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 30대 중반의 늦깍이 학생이어서, 세대 차가 난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어요. 

BAföG Geld

만약, 한국에서, 50대 초반에 해고를 당했다면, 과연 무슨 선택지가 남아있었을까? 선택을 할 수는 있었을까?


원문: MultiK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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