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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무엇을 보고 투자하는가: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 권혁태 대표 인터뷰

조회수 2017. 5. 29.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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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생태계 이해하고 좋은 BM 그리기

1. M&A 연결의 신화를 쓰다 


리승환(이하 리): 무슨 일을 하세요?


권혁태(이하 권): 스타트업 벤처캐피탈(VC)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요. 일반적인 VC 대표는 조직 관리, 펀드 관리, 펀드 모집이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우리는 가용 시간의 80~90%는 스타트업들과 보내요. 같이 밥도 먹고 고민도 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심사역들이 그래요. 우리 주 고객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요.


리: LP님들(Limited Partner; 돈 꽂은 투자자) 무시하나염?


권: 구조적으로는 그런데… 기업들이 ‘고객 중심’이란 말을 하며 ‘업의 본질’을 찾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 고객은 결국 스타트업이라 생각해요. 스타트업이 잘 돼야 결국 쿨리지가 더 잘 되겠죠. 물론 LP 쪽을 무시하는 건 아니고(…) 마음의 중심은 항상 스타트업에 있어요.

새싹처럼 자라는 귀여운 스타트업

리: 어쩌다 이런 일에 뛰어드셔서…


권: 미국에서 회계학 전공하고, 자산운용사 일을 하다 IT 섹터에서 애널리스트를 했어요. 그때 마침 미국에서 큰 애를 낳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애를 보고 가더니 자꾸 애를 한국으로 보내라 하더라고요. 와이프랑 같이 보냈더니 어느 날 국가와 민족을 위하라고… 안동 권씨가 양반 가오나 아들 선호가 장난 아니게 세요. 마침 저도 한국에서 뭔가 해보고 싶어 귀국했죠.


리: 그래서 바로 VC를 차리신 건가요?


권: 아뇨. 제가 뱁슨 칼리지에서 MBA 나왔는데, 여기 나름 명문이거든요. 근데 당시 한국에서 이 학교를 거의 몰랐어요. 칼리지고 하니까 전문대 나왔냐(…) 이런 식이라, 직장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인터뷰만 계속하다가, 외국계 투자사에 들어가서 M&A를 맡게 됐어요. 이후 좀 더 실전에서 뛸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어서 작은 M&A 부티끄로 갔죠.


리: 본격 브로커의 세계로!


권: 한국은 지금까지도 M&A 중개하면 브로커 인식이 강하죠. 하지만 전 그때가 인생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 때였어요. 연봉 빼고 인센티브로 6~7억씩 벌었으니… 그때 케이블 SO(System Operator; 케이블TV 지역제공자)가 전국에 77개였는데 CJ, 태광, C&M으로 재편될 때였죠. 그때 완전 전국구로 뛰었죠.


리: 그래도 M&A 연결로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나요?


권: M&A를 사람들이 붙여만 놓으면 끝이라 생각해서 브로커라 불러요. 하지만 큰 딜에서는 전문가 영역이 많이 들어가요. 계약서 도장 찍어도 잔금 처리까지 1년 정도 걸려요. 판 분들은 대부분 첫 경험이라, 계약서 쓰고 나면 약속을 지킬 거라 착각해요. 하지만 사는 사람들은 처음 사보는 게 아니에요. 선금 꽂은 다음에 ‘실사하자’는 거 다 깎으려고 하는 짓이에요. 부채나 부실 같은 것도 잔금에서 차감하고요. 정작 판 사람은 계약금 받았으니 딜을 깨지도 못하고…


리: 그렇게 가격을 깎아서 돈을 번 건가요?


권: 반대에요. 전 파는 사람을 도왔죠. 부동산이야 양자 대리가 가능하지만, 큰돈이 오가는 기업 거래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제가 담당한 딜 중 1,300억 원 짜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딜 클로징 될 때 1,301억을 받았어요. 보통 100억은 깎일 딜이었는데, 업계에서 안 깎이고 돈 더 받은 사람 처음이라고 난리가 났죠. 회장님들 사이에 “권부장이랑 하면 돈 안 깎여”라는 말이 돌았고 부산, 대전, 광주 다 돌아다녔어요. 인생에서 제일 잘 나갈 시기였죠.

이런 시절이 있었다

2.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꾸고, 첫 투자사를 엑싯하다


리: 그런데 왜 관두셨습니까?


권: M&A 시장도 좀 죽었고… 원래 뱁슨 갈 때부터, 시작하는 사업들과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좀 빠르긴 했지만 이제 스타트업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게 2010년이었는데… 그때는 스타트업이란 말도 거의 없고, 창업 초기 기업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이현주 부사장, 강시혁 이사를 꼬셨죠. 보스톤에서 같이 공부한 사이인데, 쿨리지 코너가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학동 사거리? 거기서 같이 술 마셨던 거 기억해서 회사 이름을 ‘쿨리지 코너’로 지었죠.


리: 시작하니 어떻던가요?


권: 지금 이 사무실 그대로 구했어요. 라이선스도 받고 하니 이제 우리도 VC다! … 라고 신나 있었는데, 아무도 안 오더라고요. 요즘이야 테헤란로에 VC가 많지만, 그때만 해도 다 사채 이미지라(…) 스타트업은커녕 자꾸 이상한 사람들 와서 땅 사라 그러고(…) 그래서 VC 업계를 봤더니 다들 창업 초기, 지금 말하는 스타트업에 투자 열심히 하겠다 말만 하지, 실제 비즈니스 모델 검증 단계에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우리가 한다고 할 때도 아무도 안 믿었으니…

그때만 해도 파멸이었다(…)

리: 그래서 직접 찾아다녔나요?


권: 우리가 열심히도 찾아다니는 거야 기본이고, 창업자들이 직접 오게도 해야 VC는 굴러가요. 창업 생태계 봤더니 가장 큰 문제점이 창업경진대회, 인큐베이터, 투자가 다 따로 놀고 있었어요. 창업자 입장에서는 교육받고, 대회에서 검증받고, 자금 지원받아 시작하는 게 베스트에요. 그런데 한국은 창업경진대회 1등 하면 박수 치고 끝… 인큐베이팅도 열심히 교육받고 끝… 투자자는 어디 숨었는지 몰라…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생태계였던 거죠.


리: 어떻게 그 세계를 바꾸어 나갔나요?


권: 그래서 새로운 걸 만들기보다 대회, 교육, 투자를 이어보자… 그래서 창업경진대회 열어서 10팀 뽑고 16주 정도 인큐베이팅을 했어요. 창업이란 게 아이템 좋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비즈니스 전략, 조직화, 인사까지 다 알아야 해요. 나중에는 잘하는 사람 뽑아도, 알고 뽑고와 모르고 뽑고는 다르거든요. 그래서 커리큘럼 짜서 돌려보니까, 우리도 누가 준비됐는지 알겠더라고요. 그중 한 팀 뽑아서 투자도 했고요.


리: 그 팀은 잘 됐나요?


권: 지금은 옐로스토리와 합병해서 BCNX가 된 XP라는 회사였어요. 비즈니스 모델도 좋고 사람도 뛰어난데, 회원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근처에 박영욱 대표가 위드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반대로 여기는 회원은 많은데 비즈니스 모델이 약했죠. 열심히 설득하고 합병해서, 결국 엑싯까지 성공했어요.



3. 직원처럼 일하는 VC, 쿨리지코너


리: VC가 아니라 직원처럼 일하는군요(…)


권: 그때 창업보육센터도 없어서 우리 사무실 내줬어요. 지금은 장대규 대표 잘나가서 얼굴도 못 보는데, 그래서 더 뿌듯하죠. 지금까지 총 10번 대회를 진행했고, 지금도 꾸준히 투자금을 넣고 있어요.

출처: MK POST
보시다시피 정말로 잘 나가는 장대규 대표님

리: 주로 엑설러레이터 역할을 하시는 건가요?


권: 펀드가 10개 정도까지 늘어나면서 우리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해요. BCNX처럼 인큐베이팅해서 하는 투자도 있고, 띵동 같이 큰 곳은 그냥 발굴해서 돈을 꽂죠. 비율은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엑설러레이팅을 ‘노동집약적’으로 표현하는데, 우리 철학이나 정체성은 이쪽이 더 맞는 것 같아요.


리: 요즘 VC가 한둘도 아닌데, 쿨리지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디지요?


권: 저는 좀 해외 투자 쪽에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가기 힘든데… 글로벌 진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든 어디든 가면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보통 현지화를 도와줄 사람들을 찾지 않고 돈만 가지고 나가는데, 현지 시장에 소프트랜딩할 수 있는 파트너가 없이는 정말 힘들어요.


리: 그래도 기술 쩔면 현지 투자자가 관심 기울이지 않나요?


권: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개발도상국 천재 개발자 5명이 한국에 왔다고 해요. 그러면 한국 투자자가 어떻게 알아보겠어요? 그런데 한국 현지 플레이어가 데리고 다니면서 얘네 탑 파이브라고 소개하면 반응이 하늘과 땅 차이일 거에요. 이미 싱가폴, 태국, 실리콘밸리 등의 VC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우리가 투자해 보내면 해외 파트너들이 현지화를 시켜주는 거죠. 특히 실리콘밸리 파트너는 프레지(prezi)를 키운 양반이에요.

우리가 기억하는 바로 그…

리: 해외진출 성공 사례는 있나요?


권: 파트너십 맺은 지 4년 정도 됐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이미 몇몇 기업을 보냈지만 나갔다 들어오고 나갔다 들어오고… 그래서 이번에는 에디켓을 내보냈는데, 아예 파트너와 공동투자 형태로 보냈어요. 그쪽 계약서가 진짜 재밌는 게 ‘짐 다 싸가지고 와라. 왔다 갔다 할 거면 오지 마라’라는 조항이 있더라고요. 멤버 하나는 덕택에 여자친구와 강제 약혼도 하게 되고(…)


리: 그러고 보니 스타트업 VC 만들 때 형수님이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권: 와이프가 이 바닥을 잘 몰라서(…) 설득은 쉬웠어요. 자꾸 복잡하게 설명하니까, ‘몰라, 월급만 꼬박꼬박 줘’라고(…) 그간 번 돈 전부 다 VC에 넣었고, 지금도 속고 살고 있죠.



3. CEO들과 속초로 워크샵 떠나는 투자사


리: 성과가 별로 안 좋은가 봐요?


권: VC는 회사만큼이나 굉장히 롱 텀 비즈니스에요. 올해 들어서야 우리 쿨리지 코너가 BEP 맞추고 먹고 살아요. 7년이나 돼서… VC가 50억이라는 엔트리 배리어도 있는 등 생각보다 쉽지 않은 비즈니스에요. 저도 그 돈 만든다고 M&A로 팔아들인 회장님 찾아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심지어 회장님 성향 맞춰서 4개나 만들었죠. 그러다 보니 주주도 많고, 그중에 회장님도 많고(…)


리: 배당은 열심히 드리고 있나요?


권: 말씀은 많이 하는데, 어차피 다들 돈 많아서 그런 푼돈에는 욕심 없으실 것 같고… 감사 인사를 말로만 할 수 없으니, 결국 상장해야죠. 최근 DSC, TS 인베스트먼트 이렇게 두 VC가 상장했는데, 우리도 상장 모드로 가려 해요. 상장하려면 몇 년 연속 계속 흑자를 내야 하고 업사이트도 있어야 하고 안정성도 갖춰야 해서… 일단 올해는 좀 더 안정성에 집중해 보려 해요.

16년만의 역사…

리: 주로 어느 라운드에 투자하세요?


권: 주로 시드 단계에 투자해요. 어느 기업이든 우리가 발 벗고 같이 뛸 수 있는 쪽을 선호하고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오픈트레이드의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너무 규제가 세거든요. 이거 규제 바꾸려고 4년 동안 같이 미친듯이 뛰었어요. 지금은 와디즈가 좀 더 잘나가는 것 같긴 한데, 거기는 60억 투자 자금빨이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단순 투자자가 아닌, 함께 하는 회사로서 오픈트레이드가 더 잘 될 거라 생각해요.


리: 하지만 이 바닥은 투자금이 짱인데(…) 안 그래도 대표님이 되게 한국적 투자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뭔가 노가다 심한 분야에 투자 잘한다고…


권: 전 시리즈 B쯤 가면, 오히려 투자하기 쉽다고 봐요. 기울기 만들기가 어렵지 그거 보고 투자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창업자들의 꿈 같은 걸 좀 더 믿으려는 편이에요. 그리고 창업자는 외롭잖아요? 누구에게도 못하는 일적인 이야기도 많고… 그래서 창업자들 덜 외롭게 하려고 열심히 뛰는 편이에요. 매달 투자한 기업 대표들 모아서 문제해결 데이라는 걸 열어요. 다양한 분야의 뛰어난 분들이 모여서, 편하게 전화해서 도움받을 수 있도록… 그걸 아예 워크샵으로도 확대했어요.


리: 뭔 투자사가 워크샵까지 엽니까…


권: 초반에는 안성 정도 거리에서 CEO 워크샵을 했는데 2~3시 되니까 다 집에 가더라고요. 대표들 워낙 바쁘니까… 그래서 이제는 대리기사로 집에 못 돌아올 속초까지 가요. 워크샵의 알짜배기는 아침에 일어나서 라면 끓여 먹고 한두 분이 라면에 소주도 하고… 그런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가서 호텔 한 층 다 빌려놓고 각자 인사하고 밥 먹고 술 마시다 보면 맘 맞는 사람들끼리 이 방 저 방 가서 이야기하고 밤새 네트워킹하는 거죠. 그러면 자연히 친해지고 도움도 주고…

속초로 워크샵을 떠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CEO들의 모습이다.jpg (아냐!)

4. 투자자가 보는 창업자의 진실


리: 보통 투자자는 창업자를 제일 중시한다는데 뭘 보죠?


권: 사실 투자에는 지표도 중요하지만, 결국 투자자는 맘에 드는 사람에게 투자해요. 제 경우는 그릇이 큰 사람이 좋아요. 참 안타까운 점 중 하나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보면, 그릇 자체를 만드는 교육을 하지 않아요. 그릇은 대기업이 만들고 그 안에 사과를 담을까 오렌지를 담을까 고민하게 되죠. 그 판 자체를 바꾸려는, 그릇 자체를 만드려는 사람도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좀 비현실적일 수 있겠지만, 세상을 뒤엎어 보겠다는 창업자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리: 예를 들자면…


권: 요 몇 년간 제가 가장 많이 도와주려 하는 오픈트레이드도 그중 하나에요. 저와 고용기 대표가 보는 건 그냥 크라우드펀드 시장을 먹겠다는 게 아니에요. 은행이 자기 돈 가지고 돈놀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돈을 받아서 사업하는 간접금융이잖아요? 이걸 직접 금융으로 바꾸는 게 우리의 미션이에요. 이제 투자도, 직접 회사의 미래를 판단해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돈 꽂는 세상으로 바뀔 거라 생각해요. 실제로 오픈 베타 때 BCNX 투자금을 모아봤는데, 들어온 돈은 650만 원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1년 반만에 14배로 돌려드렸죠. 더욱 활성화된다면 판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장 중인 오픈트레이드

리: 좀 이상한 기업은 없습니까?


권: 로하라고 부산에 있는 기업은 메신저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진짜 생뚱맞아서 왜 만드냐고 했더니, 지금 메신저는 너무 주니어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이 든 분들은 공유나 하지, 실제 자기 메시지 전달 못 한다는 거죠. 일정 부분 동의가 가서, 그래서 니들 메신저는 뭐냐고 물으니 음성으로만 하는 메신저라 하더라고요. 실제로 문자로 I love you, I love you, too… 보내는 것보다 연인끼리 목소리로 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잖아요.


리: 카톡도 음성 메시지 되는데(…)


권: 저는 별도 카테고리는 다르다고 봐요. 오히려 정말 잘 되면 제2의 카카오톡이 될 수도 있잖아요. 물론 이런 상상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에 우버가 왜 안 나올까요? 처음 소셜 커머스 나왔을 때는 카피캣이 한 달에 200개씩 생겼잖아요. 그 이유 중 하나로 실리콘밸리에서 시리즈C 정도 가면, IPO 가기 전에 핵심 지역에 자회사를 만들어요. 서비스하든 말든, 우버가 한국 진출했다 하면 카피캣이 안 나오거든요. 그러다가 시장이 무르익으면 본격적으로 사업 시작하는 게, 괜히 비싸게 인수하는 것보다 훨씬 싼 걸 아는 거죠. 그와 비슷한 논리에서 저는, 누가 어떤 키워드로 세게 먹어둘 수 있다고 하면, 그 키워드가 대세 됐을 때 판이 바뀌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리: 뭔가 투자가보다 몽상가 같습니다만…


권: 원래 그랬어요… 나 자신도 꿈을 좇는 사람인 것 같고… 제가 최근 태국과 열심히 브릿지 만들려 뛰어다니고 있는데,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해요. 왜 그런 거에 힘 빼고 열심히 사느냐고… 저도 힘 빠지긴 하는데, 저도 꿈이 있으니…

이미 태국 PNP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리: 꿈이 뭐죠?


권: 연결자가 되고 싶어요. 역사는 만남을 통해서 이뤄진다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 만남은, 결국 굉장히 좋은 매치 메이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을 연결해 주며… 한번 새로운 역사들이 이뤄지게끔, 시작되게끔… 그렇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런 과정에서 계속 해외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거고요. 쿨리지 코너가 운용액은 그렇게 안 커도, 해외 파트너만 따지면 제일 많을 거예요.


리: 하긴 부산도 있으니(…)


권: 기업 대표들이 돈만 필요로 하는 게 아니에요. 결국 필요한 건 사람이에요. 날 도와줄 사람, 인사이트를 줄 사람, 혼내줄 사람, 이끌어줄 사람… 결국 사람이 모든 걸 해요. 그런 사람을 계속 만나게 해주면서 투자하고 수익 내고… 역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런데 그 만남은 이성적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정말 같이 돕고 싶고, 비전도 맞는…


리: 서비스 면에서도 그런 걸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네요.


권: 투자한 회사 중 메이크스타라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가 있어요. K팝 아이돌들이 상품을 기획해 올리면, 전 세계에서 돈을 내고 사는 사이트에요. 100만 원짜리 상품 구매해서 호주에서 한국까지 날아와요. 지금이야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한류 파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팬들의 검증 받고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전 세계에 팬 1,000명만 있어도 자기 앨범 낼 수 있는데, 그런 기회 없으니 맨날 연습생 생활만 10년 가까이 하고… 어차피 한류는 대형기획사 위주로 짜였으니, 다양한 사람들이 소수의 팬에게라도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5. 창업자들이 좀 더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현실이 필요할 때


리: 이러쿵저러쿵해도 꿈보다는 돈이긴 합니다(…)

꿈과 돈이 함께 가면 정말 좋을 것 같지만

권: 제가 M&A 출신이다 보니, 구체적 조언은 물론이고 현실적인 솔루션도 내려고 노력해요. 실제로 그렇게 스타트업 M&A나 엑싯을 몇 차례 하기도 했고요. 당장 꿈 같은 IPO 이야기보다 꼭 매각하고 싶을 때 어떤 전략을 쓰자, 이런 훨씬 구체적인 조언을 할 수 있죠. 전 지금 한국 스타트업 바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투자는 받아봤는데, 자기 지분이 현금화돼서 들어온 경험 많지 않은 거라 생각해요. M&A 제안 금액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주식 유동화시켜서 주머니에 돈 넣어 본 사람이 다음 스텝도 훨씬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한국 대기업이 너무 거저먹으려 하긴 하지만… 


리: 투자 조언 받으러 찾아오는 분들이 많을 텐데 어떤 조언을 주세요?


권: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가, 이 비즈니스 너무 좋으니 꼭 투자하라는 어프로치가 많은데… 실제 이 단계 투자자들은 결국 사람과 팀 보고 해요. 아무리 봐도 쟤는 꼭 성공할 것 같아, 이런 인상을 주는 게 핵심이에요. 그런데 너무 사업설명만 하더라고요. 그게 아니라 자기가 이 사업을 꼭 성공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연결해야 해요. 비즈니스 시장 좋고 세상에 없는 거고 세상 엄청 좋아진다… 그리고 팀 소개, 학벌, 경력…


리: 뭐, 창업자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모델도 무시할 건 아니잖아요?


권: 제가 맨날 하는 이야기가, 투자는 결혼이란 거에요. 결혼할 때 집안도 보고 온갖 거 다 보잖아요. 그게 저 사람의 삶의 과정을 다 보려는 거죠. 근데 보통 접근법이 노총각 노처녀 방법들만 쓰는 조건 따지기에요. 젊은 처녀 총각이 결혼하는 방법은 다르잖아요. 서로 뜻 맞는지 보고 같이 비전 공유하고,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리: 엔젤 투자, VC 쪽에 사짜도 많고, 피해자도 많은데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요….


권: 요즘 조금만 확인해 보면 사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첫 결혼이잖아요? 되게 중요한 일이에요.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달려들 일이 아니에요. 막말로 인터넷 검색하거나 대표님 같은 분한테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어차피 요즘 엔젤투자자는 다 협회 등록돼 있고 협회에서도 잘 관리해요. VC는 이쪽 협회에서 또 따로 관리하고… 이상한 놈 많은 것도 사실인데, 얘네들 2년만 있음 다 없어져요. 사기 친다고 돈 벌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어설프게 굴어봐야 금방 망해요.


리: 반대로 젊은 친구들이 VC 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쪽에 조언이 있다면?


권: 사회생활 좀 하길 권해요. 투자라고 하는 게 굉장히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오랜 경험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돼요. 사실 이 직업 좋은 게, 잘만 자리 잡으면 평생 할 수 있어요. 경험이 계속 쌓이고, 시행착오는 또 노하우로 바뀌고…

좋게 말해 사회생활… 나쁘게 말하면 야근…

리: 닥치고 일이나 하라는 말씀(…)


권: 다만, 강조하고 싶은 건 상상력이에요. 초기 투자에서의 사업계획은 미래 청사진인데 그 그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창업자가 어떤 상상하고 있는지 비슷한 상상력으로 같이 눈 감고 그려볼 수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계속 숫자밖에 볼 수 없으니까요. 저도 여러 가지로 멘토링 과정에서 엄청 재밌게 생각하고 많이 배워요. 이야기 잠깐 하고 저녁 먹자 한 후 새벽 2시까지 이야기하죠. 이런 회사들이 커지고 성공하는 건, 다른 직업에서는 느끼기 힘든 희열이에요.



6.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


리: 한국 스타트업계의 중요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권: 전 이거 말고 답이 없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를 사람으로 보면 비쩍 마른 꺽다리 같아요. 대기업 중심이라 키가 크니까 멀리서도 보이죠. 근데 몸은 부실해요. 근육을 만들고 체력을 만드는 사람들은 결국 스타트업 창업자라고 봐요.


리: 중요성이야 그런데… 과연 잘 될까요?


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냐, 아니면 콩나물에 물 주기냐. 이건 단연 후자예요. 지금 이렇게 십수 년 동안 정부주도이긴 했지만, 벤처나 스타트업 키워서 남은 게 없나요? 아니잖아요. 네이버처럼 큰 기업, 배달의 민족처럼 잘나가는 곳 계속 생기고 있어요. 그럼 콩나물에 물 줘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줄 수 있을까… 이건 저도 고민이에요. 정부가 시장에서 콩나물 제일 잘 파는 선수들 손 잡고, 콩나물 공장 만들어야죠. TIPS 타운이 이런 결과물이었다고 보고, 미래도 밝다고 봐요. 한국인들 워낙 뛰어나니까.

정부에서 쑥쑥 키우는 스타트업의 모습이다.jpg

리: 외국은 안 뛰어납니까?


권: 인력의 질도 그렇고 시스템도 차이가 커요. 태국 가봤는데 딱 한국 3년 전 같더라고요. 태국에서 우리 회사에 요청하는 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수입하고 싶다는 거에요. 태국에서도 빠른 친구들은 지 혼자 한국 유망 스타트업 같은 걸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시스템이 없으니 더 빨리 크지 못하죠. 제가 태국에 특히 집중하는 이런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을 한번 수출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에요. 맨날 남의 것 베끼지 말고 나눠 주자는…


리: 하지만 우리의 경쟁 상대는 태국이 아닌, 미국과 중국입니다(…)


권: 전 처음부터 우리나라는 시장이 아닌 테스트 베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유망 기업은 하루라도 글로벌로 빨리 나가야 해요. 보통 부모들이 내 자식은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싶다고 큰돈 들여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유학 보내잖아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매출 날만큼 나고, 직원 한 50명 될 때야 나가요. 이래서는 현지 문화나 철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없어져요.


리: 하긴 내수에 너무 갇혀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권: 핀란드 보면 엄청 글로벌 스타트업이 많아요. 사람들이 영어 때문이라 하는데, 사실 영어도 우리가 잘해요. 진짜 이유는 그 나라에 시장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국내에서는 간단하게 아이디어 테스트하고 바로 나가고, 그런 시도들 많아지니까 그 중 성공한 기업 생기는 거예요.


우리나라 시장은 너무 적당해서 문제에요. 좀 잘 되면 굳이 나가지 않아도 먹고는 살 수 있거든요. 대기업이랑 적당히 싸워가면서. 하지만 계속 이래서는 언젠가는 또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요. 이제 이런 단계를 벗어나도록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어요. 우리와 꿈을 함께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강연 일자 / 장소

5월 31일 (수) 19:30~21:30 /  비전티움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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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비즈니스 모델 설계
투자자가 스타트업을 보는 주요 포인트
스타트업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스타트업의 CEO, 임원급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
투자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싶은 분


이 강연을 들으면 뭘 알 수 있지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정말 투자가 필요한 사업구조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받는 게 베스트인지 알려 드립니다. 이를 위해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지,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구조와 자세에 관해서도 함께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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