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는 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회수 2017. 5. 31. 19: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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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경제학자는 이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로 여깁니다.

* 옮긴이: 만화로 알기 쉽게 설명한 복스의 해설 기사를 소개합니다. 원문의 그림을 함께 보며 글을 읽어 내려가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겁니다. 원문에서 샌드위치로 설명한 모든 것은 번역의 편의상 김밥으로 바꿨습니다.


미국 경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김밥이 샌드위치보다 어색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조세 형평성 문제나 세제 개편, 세수 확대 및 증세와 감세 문제 등에서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고민과도 닿아있다는 점에서 화폐를 김밥으로 바꿔 묘사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새로운 예산안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감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므누친 재무장관은 몇 주 전 트럼프 예산안을 옹호하며 공화당 의원들이 늘 해온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습니다. “감세를 해도 세수는 줄어들지 않으며, 성장 동력을 살려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세율을 줄여 감세를 해도 정부가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돼 감세로 오히려 세수(稅收)는 늘어난다고 말한 겁니다. 여기에 백악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할 것 같지 않은 “3% 경제성장률”을 자신했습니다.


감세가 세수를 오히려 늘린다는 주장에 대해 폴 크루그먼 교수는 물론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까지 주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주장이라는 의미에서 “주술 경제(voodoo economics)”라고 깎아내린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는 무얼 믿고 이렇게 대담한 주장을 고집하는 걸까요? “동태적 추계(dynamic scoring)” 기법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동태적 추계는 정책을 바꿨을 때 미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는 기법 가운데 하나로 사람들이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계산에 넣고 예측합니다.


동태적 추계 기법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감세를 해도 세수가 줄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억지 논리를 만들어내는 데 잘못 쓰인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감세를 해도 세수가 줄지 않는다는 주장을 영어로 표현하면 “tax cuts pay for themselves”로, 직역하면 “감세가 스스로 알아서 값을 치른다.” 정도가 됩니다. 대부분 경제학자는 이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로 여깁니다.


자, 모든 사람이 노동의 대가를 김밥으로 받는 세상을 가정해 봅시다. 여러분은 그 세상에서 세율을 정하고 세금을 거두는 정부입니다. 노동자가 받는 김밥 일부를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가는 거죠.


지금 여러분은 세율을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행 세율은 그렇게 높지 않아 노동자들이 세후 소득에 크게 불만이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합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는 김밥이 부족한 저소득층에 김밥을 더 나눠주는 복지 혜택을 확충하고자 세금으로 김밥을 더 거두기로 합니다. 세율을 올리는 방법 말고는 없겠죠. 정부는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줄 김밥을 확보합니다.

이제 노동자들은 전보다 훨씬 많은 김밥을 세금으로 내게 됩니다. 임금으로 받는 김밥이 한 줄에서 두 줄이 되지 않는 한 세금을 떼고 집으로 가져가는 김밥의 양도 훨씬 줄어듭니다.


열심히 일한다고 김밥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 되면, 노동자들의 노동 의욕이 떨어집니다. 일할 인센티브가 줄어드는 것이죠.


일을 덜 하는 사람도, 아예 일을 안 하기로 하는 사람도 생겨납니다. 정부는 기업에도 세금을 더 거둡니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남은 돈으로 사업에 다시 투자해야 하는 기업은 투자할 돈이 없어집니다. 세율이 오르지 않았다면 신형 김밥 자판기를 사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된 겁니다.


김밥 자판기를 만들어 파는 회사도 고객이 줄어 파리만 날리게 되니 수입이 없어 정부에 내는 세금이 줄어듭니다.


정부는 이내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을 거둘 노동자의 숫자도, 세금을 매길 기업의 수익도 줄어든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세원이 마르는 것이죠.


결국, 개인과 기업이 올리는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가져오는데도 총 세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세율을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세금 제도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계산하고 세율을 정해야 하는 겁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태적 추계가 소환됩니다.)

세금을 가장 많이 거둘 수 있는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이상적인 세율이 있습니다. (그래프: 복스 원문 기사에서 갈무리)

정부는 재빨리 새로운 실험에 착수합니다. 현행 세율보다도 오히려 더 낮은 세율을 적용키로 한 겁니다. 김밥 한 줄을 임금으로 받는 노동자들은 이제 끄트머리에 남은 김밥 하나만 세금으로 내면 나머지는 다 번 김밥 그대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노동자들에게는 일할 인센티브가 넘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랫동안 일하게 됩니다. 일한 만큼 집에 가져가는 김밥도 늘어났으니까요.


마침내 노동자들이 버는 김밥 자체가 늘어나 낮춘 세율을 적용해도 정부가 세금으로 거두는 김밥의 총량은 더 많아집니다. 김밥 자판기도 잊지 않으셨죠?


노동자들을 고용해 김밥을 만들던 회사도 세금을 덜 내는 만큼 신형 자판기를 사고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생깁니다. 자판기를 판매한 회사로부터 정부가 거두는 세금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이 마법 같은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율을 낮췄지만, 전체 세수는 줄지 않았다. 낮아진 세율 덕분에 기업과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인 정부의 세원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세율을 낮춰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여러분 앞에 경제학자가 나타납니다. 경제학자 대부분 감세가 경제 성장에 일부 기여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자 대부분은 감세를 해도 세수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래 주류 경제학자들이 내놓을 반박은 동태적 추계 기법 자체에 대한 반박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대부분 경제학자는 세율을 낮춰도 세수가 줄지 않는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무작위로 경제학자를 골라도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경제학자가 여러분 앞에 나타날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앞서 살펴본 시나리오는 무척 그럴듯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한 번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펼친 상상의 나래에 경제학자가 불쑥 등장해 잘못된 부분을 짚어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가정 몇 가지가 잘못됐다.”면서요.


먼저 살펴볼 지점은 세율을 크게 낮추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인센티브가 생겨 노동시장에 진입하리라는 가정입니다.


의회예산처에 있는 경제학자를 비롯해 대부분 경제학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일하게 된다는 부분 말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현실에서 증세나 감세에 대한 노동자와 기업의 반응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감세를 해도 갑자기 노동자들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세금으로 거둘 김밥도 마찬가지고요. 또 한 가지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세율을 낮추면 그만큼 정부 곳간도 빕니다.


정부는 세율과 관계없이 가난한 이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복지 제도를 운용해야 합니다. 세수가 줄어든 정부는 은행에 가서 김밥을 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연방 정부(중앙 정부)가 필요한 김밥은 꽤 많습니다. 정부 적자가 쌓일수록 은행이 갖춰 놓은 김밥의 상당량을 정부가 대출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유한 김밥이 바닥을 드러내면 은행은 은행대로 이자율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은행에서 김밥을 일부 빌려 김밥 자판기를 사는 데 투자하려던 기업은 위축됩니다. 높은 이자율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유보하게 되는 겁니다.


김밥 자판기를 샀다면 고용했을 자판기 기술자도 고용하지 않게 되어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나지 않고, 기업이 자판기를 통해 올렸을 수익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밀어내기 효과(crowding out)라고 부르는데,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느라 시중의 돈을 가져다 써 민간 부문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율을 낮추면 (정부 적자가 늘고 이자율이 높아져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 세수도 줄어든다는 당연한 사실입니다.


혼란스러우신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경제학자가 하려는 말은 감세가 단기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할지는 모르지만, 감세를 통해 세수를 늘린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간명한 사실입니다.


우파 성향의 세금 재단(Tax Foundation)도 세율을 낮추면 필연적으로 세수도 준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세금 재단의 카일 포멜로는 제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도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말했어요. 아니 거의 매일 되풀이해 말하죠. 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요. 정적으로 보든 동적으로 보든 계량 방식의 차이가 아니에요. 그건 명확한 사실이죠.”


그렇다면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경기를 살리는 효과가 크다면 다른 문제가 있어도 시도해봄 직한 정책인 걸까요?


어찌 됐든 주변에 경제학자가 있거든 명절 때 이런 거 물어보지 마세요. 명절 내내 당신을 붙잡고 설명하려 들 테니까요.)

앞서 살펴본 그래프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거둘 수 있는 지점의 왼쪽에 있느냐, 오른쪽에 있느냐에 따라 감세가 세수를 늘리느냐 줄이느냐가 결정됩니다. 미국은 왼쪽에 있기 때문에 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프: 복스 원문 기사에서 갈무리)

반면 세금 재단은 감세가 높은 경제 성장을 추동한다는 주장을 종종 내놓는데, 이는 대중을 오도하는 대표적인 잘못입니다.


지난해 세금 재단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10년간 8조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감세안에 대해 이 계획대로라면 세수는 거의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분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족한 세수가 메워지는 부분이 실제로 경제가 활성화돼 세금이 더 걷히는 대신 사실상 새로운 세금이나 다름없는 “과세 범위 확대(base broadening)”를 통한 것이라는 점을 쏙 빼놓고 교묘한 숫자놀음을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8조 달러 가운데 약 2조 5천억 달러는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 덕분에 더 걷힐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고 설명했는데, 이마저도 터무니없다고 펄쩍 뛰는 경제학자들이 많습니다.


현재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있는 경제 전문가 조시 배로는 2015년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세금 재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세금 재단이 불쌍하다 싶을 정도로 ‘감세가 세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무장 해제시켰는데, 경제학자들은 특히 이런 논리가 바탕을 두고 있는 핵심 가정이 현실에서 나타나는 경험적 근거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습니다.


그 가정은 미국 경제가 완전 개방 경제라는 가정입니다. (옮긴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 개방 경제 체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자, 앞서 만화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은행에서 정부가 돈을, 아니 샌드위치, 아니 김밥을 빌리는 부분으로 가보시죠.


현실 세계에서는 김밥이 아니라 돈이 매개일 테니, 돈으로 설명을 해보자면 정부 재정이 적자라도 제도를 운용하는 데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고, 은행이 가진 돈이 줄어들면 자연히 이자율을 높이게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계속하려던 기업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죠. 세금 재단은 바로 이 부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은행 이자율이 높아져도 기업은 여전히 돈을 빌릴 곳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원문 만화가 다시 돈 대신 샌드위치로 설명을 이어갑니다. 번역도 김밥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자, 미국의 김밥 은행은 김밥이 부족해진 탓에 이자율을 올렸지만, 김밥 잔고가 충분한 외국 은행들이 있죠. 기업들은 외국 은행에서 낮은 이자로 김밥을 빌려 김밥 자판기를 사고 투자할 수 있습니다.


외국 은행의 낮은 이자는 덩달아 국내 은행의 높은 이자를 낮춥니다. 세금 재단은 미국 경제가 충분히 개방적이라서 외국 은행에 비축해둔 김밥이 얼마든지 미국 기업에 대출되고 미국 경제로 흘러들어와 이자율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무역 정책 기조는 그만큼 개방적인 경제를 지향하지 않을뿐더러 미국 경제 규모가 워낙 커 외국 은행에서 흘러들어오는 자금으로는 좀처럼 이자율이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예산처의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는 등 돈을 더 빌리게 되면 김밥 자판기로 상징되는 기업의 투자가 꽤 위축됩니다. (연방정부 적자가 1달러 늘어날 때마다 기업 투자는 0.33달러 감소)


세금 재단은 그렇다면 정책 변화와 외부 충격 요인이 꾸준히 있었는데, 미국의 이자율이 요동치지 않고 꾸준하게 유지된 건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다시 이자율의 지나친 변동을 억제하는 수많은 제도적 장치를 나열하며 세금 재단의 주장을 일축합니다.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 이렇게 세제 개편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예상은 천차만별입니다.


세제를 바꿨을 때 일차적으로 나타날 기준 효과(baseline)에 견줘 어떻게 예상하는지에 따라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감세에도 세수가 늘어나고 감세가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미국 경제가 완전 개방 경제이고, 정책의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세금 재단이 논리적인 비판을 넘어 욕을 먹는 이유도 이렇게 억지 가정을 바탕으로 계속 주장을 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는 2021년까지 세금 재단이 무리해서 예측한 경제성장률 2.3%를 뛰어넘는 3% 경제성장률을 이룩하겠노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감세를 해도 세수가 줄지 않는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못해 터무니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는 “아무튼 우리가 해낼 테니 잠자코 지켜보시라“고 말했습니다. (복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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