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조회수 2017. 5. 20. 12: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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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좋은 배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 발달이 그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새로운 정보처리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도 불린다. 이런 시대에 교육이란 어때야 한다는 것인가. 답은 굉장히 단순한 것일 수 있다. 바로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의 기본이란 결국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핵심이다‘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기도 하고 무슨 시대에 뒤진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게다가 언뜻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책을 읽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 저 말이 틀리게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정보는 사람이 가지고 있으며, 사람에 대한 것이고, 이런 점은 망의 발달로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에 훨씬 더 중요해진다고 말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책을 읽고 강의 동영상을 봐서 배울 수 있는 정보는 앞으로 점점 더 덜 중요해지고 올바른 사람을 만나서 얻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중요해지는 게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의 미래시대다.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는 더 그렇게 될 것이다. 당신이 물리학을 전공해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고 치자. 물리학, 수학 교재를 사서 그 안의 지식을 공부해야 한다. 그것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연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사실 그것들은 2차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지식이 있다. 혼자서 물리학을 일정 정도 통달한 후 어느 날 연구소에 나타나 ‘이제 내가 물리를 연구해 보겠소’ 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당신의 흥미에 맞고, 지금 학계에서 주목받는 연구를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에게서 정보를 얻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들의 통찰력을 보고 배워야 한다. 핵폭탄 발사 스위치를 누르는 손가락은 그저 손가락일 뿐이지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하게 행한 공부가 큰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막연히 홀로 지식을 쌓는 것은 많은 경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종종 ‘수저론’을 돈의 문제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돈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그런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맥, 즉 ‘누구를 만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정보가 특혜기 때문이다. 정보를 노력해서 얻었다고 생각하는 ‘금수저’들은 자신들은 특혜를 받은 게 아니라 열심히 정보를 찾았으며 그 노력의 보답을 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밀착형 부패로 보이는 것이 그들에게는 개인적 노력으로 보이는 것이다. 빈자와 부자 들은 한 나라에 살면서도 점점 더 두 개의 나라에 사는 듯 멀어진다. 돈보다도 정보의 흐름 때문,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얼마나 더 생기는가 때문이다.

출처: jtbc

정보가 권력이고 가치다. 언제나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정보가 수집되고 분석되기 쉬운 시대이기에 나만 아는 정보, 나만 줄 수 있는 정보가 중요하다. 물이 흔한 나라에서 물은 가치가 없듯 모두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는 덜 중요해진다. 이 점을 다음과 같은 사실과 함께 생각해 보라.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사실상 반세기 전과 아무 차이가 없다. 30년 전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것이나 지금 배우는 것이나 그 본질적 지식수준은 거의 같다. 오늘날 단순히 학교 나오는 것으로는 취직이 잘 안 되는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망은 엄청난 정보를 실어나르지만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특정 정보는 그 망을 따라 잘 흐르지 못한다. 첫째, 너무 중요한 정보일 경우다. 그런 정보는 때로 유통시키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은 정보에 따라 예측하는 것인데 내부 정보로 쉽게 돈을 버는 것을 허용할 리가 있는가. 보통의 정보가 너무 흔해져서 가치가 없을 때 당신은 오직 당신만이 가진 정보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하자. 그런 귀한 정보를 망에다가 마구 흘릴 것 같은가?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정보를 구하는 동시에 필사적으로 정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의 접촉이 더 중요하다. 중요한 거래는 항상 직접 하기 마련이다.


둘째, 어떤 것은 말로 전달이 안 되고 억지로 말할 경우 책임질 수 없다. 중요한 것을 많이 알수록 세상의 불확실성과 책임의 중요성 앞에서 입을 다물게 된다. 망을 통해 흐르는 정보는 대개 애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든 것이거나 원래가 확실한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어떤 한 점의 그림이 좋은지 나쁜지 감상을 말한다고 해보자. 당신의 느낌이란 말 이전의 것이다. 당신은 그걸 말로 구체화한다. 만약 뛰어난 말솜씨를 가졌다면 구체화에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평생 떠든다고 해도 그림을 보고 느낀 감정을 말이 대신할 수도 없으려니와 글솜씨나 말솜씨가 나쁘다면 왜곡도 생긴다. 미연방준비위원장 같은 사람이라면 사석에서 하는 말, 금리가 좀 높다든지 낮다든지 하는 말 한 마디에 세계경제가 흔들거릴 것이다. 진짜 의도는 그게 아니라고 마구 떠들어도 분란만 더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입 닫고 살아야 한다.


듣는 사람의 문제도 있다. 말이란 것은 주어진 문맥 안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복잡한 말은 문맥을 빼면 해석이 엉망이 된다. 설령 책을 많이 쓴 사람이라도 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그 사람의 책 내용을 찾는 게 아니라 다시 묻는다. 특정인의 특정 문제에 대한 ‘지금 이 순간의 반응’이라는 정보가 가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리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글이나 언어가 그 사람은 아니다. 위대한 교육자나 과학자의 글을 읽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걸로 그 사람들과 같아질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글을 읽는 것이 대면 접촉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아인슈타인을 옆방 연구 동료로 둔 사람이 과학을 하는 것과 그의 논문만을 읽고 과학을 하는 사람이 같을 수는 없다.


정보가 흐르지 않던 시절에는 선진국에서는 흔한 책 한 권만 읽었어도 나머지 한국인 모두가 그 책을 읽지 않았으니 계몽의 중심에 섰고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 책을 복사해 전국에 보급하는 것이 세상을 이롭게 했다. 이제 우리는 흔한 정보뿐 아니라 기초를 다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안된다. 기초는 너무 광범위하므로 결국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뭔가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강조했지만 사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어렵고 이것이 언제나 올바른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고민하고 슬프게 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좋은 교육이 있을 수 없는데 모든 만남이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지는 않는다. 만남이 좋은 배움으로 이어지기에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나는 당사자들이 공동체 정신을 가지고 서로에게 호의를 가지는 것이다. 즉 그 만남은 서로를 모두 이롭게 하는 것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의 사회 경험을 위해 회사와 연결해줬더니 회사는 어린 학생을 마구 착취할 공짜 노동력으로만 취급할 수도 있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 회사에서 얼마간 근무한 끝에 자살했다는 뉴스를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

출처: 채널A

좋은 교육에는 좋은 사회가 필요하다. 좋은 정책을 펴도 사회가 썩어 있다면 실행하지 않은 것보다 결과가 오히려 나쁘게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를 비관적으로 보며 학생들과 세상을 분리하려고만 하면 장차 학생들을 더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쓸 데도 없는 지식이나 기술만 가득하고 정작 세상은 모르는 바보인 채 나이만 들어버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가지는 교육의 어려움이다.


미래 교육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나 많은 세부사항을 숙제로 남겨둔 탁상공론이라 비판받을 수 있다.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대하고 그들과 어떤 협동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내 손 바깥의 일이다. 대통령도 재벌총수도 거대 연구소의 소장도 아니며 심지어 무슨 지역유지 같은 사람도 아니니. 그런 사람 중 하나더라도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우리는 더 많은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 천재적 지도자만 있으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정신이어야 한다. 이쯤 되면 그 일의 어려움에 질려서 내가 한 모든 말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평화로운 촛불 집회에서 한국의 희망을 보았다. 그들은 온건한 선의에 가득 차 있어 보였다.

출처: YTN

원문: 나를 지키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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