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기록 WPA는 도대체 무엇인가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가 새로 단장하면서 WPA라는 기록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KBO 홈페이지에서는 WPA를 “각 플레이마다 얼마나 승리확률을 높였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승리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개념인지 와 닿으십니까? WPA가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WPA는 Win Probability Added에서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여기서 먼저 WP는 승리 기댓값이라는 녀석입니다. 예전에 WP에 관해 썼던 기사를 살짝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 뒤 여러 학자가 통계적인 보정을 거쳐 언제 어느 때나 팀의 승리 확률을 알아낼 수 있는 승리 기댓값(WP·Winning Probability)을 정리했다. WP는 플레이 하나 하나마다 변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방문 팀이 1회 초 공격을 시작할 때는 두 팀 모두 WP를 .500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방문 팀 1번 타자가 1루에 살아나가면 이 확률은 53.5%로 3.5%포인트 올라갑니다.
여기서 2번 타자가 2루타를 쳐서 방문 팀이 선취점을 뽑으면 이 확률은 65.3%로 12%포인트 가까이 올라갑니다.
이때 3번 타자가 유격수 직선타를 쳤는데(61.6%) 2루 주자가 미처 귀루하지 못해 같이 아웃당하고 말았습니다(57.9%). 4번 타자가 뜬공으로 물러나자 방문팀이 승리 기댓값은 55.5%가 됐습니다.
이러면 1번 타자는 위에서 본 것처럼 WP를 3.5%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2번 타자는 2루타로 11.8%포인트를 더했다가 주루 플레이 실수로 3.7%포인트를 까먹었으니까 최종적으로 8.1%포인트를 끌어올린 셈이 됩니다.
3번 타자는 직선타로 3.7%포인트를 까먹었고, 4번 타자도 2.4%포인트를 내렸습니다. 그러면 이 1회 초 공격에 제일 잘한 선수로는 2번 타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 선수가 불러일으킨 승리 기댓값 변화를 모두 더한 게 바로 WPA입니다.
물론 이 기록은 타자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위 예에서 공격 팀이 최종적으로 5.5%포인트를 땄으니까 수비 팀은 5.5%포인트를 잃은 셈이 됩니다.
투수와 야수가 -5.5%포인트를 나눠가져야 하는 겁니다. 어떤 기록을 기준으로 삼아 WP를 계산하는지에 따라 값은 달라질 수 있지만 WPA를 계산하는 기본 원리는 이렇게 WP를 더하고 뺴는 게 전부입니다.
한 이닝 동안 WPA를 계산할 수 있으면 한 경기라고 못할 건 없겠죠? 당연히 한 시리즈나 아예 한 시즌 기록을 WPA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프로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으로 지난해 WPA가 가장 높았던 타자는 7.37을 기록한 김태균(35·한화)이었습니다.
투수는 두산 니퍼트(35)가 2.69로 최고였습니다. 물론 해마다 이런 기록이 나오니 통산 WPA도 알 수 있습니다.
WP는 .500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러면 .500을 더하면 팀에 1승을 안기는 셈이 됩니다. 김태균은 7.37이나 올렸으니까 팀에 14.7승을 더 올려준 셈입니다.
니퍼트도 +5.4승입니다. 정말 김태균이 니퍼트보다 2.7배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믿으시는지 아닌지가 여러분이 WPA를 믿으시는 기준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시즌을 치르다 보면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경기가 있게 마련인데 WPA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시면 좋습니다.
WP 그 자체로 경기를 분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래는 제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났을 때 페이스북에 썼던 글입니다.
그런데 저부터 저렇게 쓰면 숫자가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WP는 사실 글보다 그래프에 더 잘 어울리는 녀석입니다.
경기 내내 WP가 어떻게 변했는지 정리하면 아래 그림처럼 경기 흐름을 그래프로 그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위 그림은 2013년 7월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넥센 경기를 그래프로 그린 겁니다. 이 경기는 야구 팬들이 흔히 ‘705대첩’이라고 부르는 명승부(?)였습니다.
원문: kini’s Sportuge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