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가 보좌관에게 사적 지시를 내린 일의 진짜 문제

조회수 2017. 4. 17. 2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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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안 후보가 주창한 '새정치' 철학을 배신한 것과 다름없다.

세상 살면서 일일이 법과 도덕을 지켜 가는 게 쉽진 않다. 모든 사람이 허물없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대충 넘기며 사는데 저 혼자만 꼿꼿하면 인간관계에 여유가 없어져서 갈등이 잦거나 감정이 많이 소비된다. 한 사회의 의식 수준을 뛰어넘는 규범이란 없고, 그 규범조차 따박따박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며 저지르는 실수나, 그 실수가 남에겐 악행이 되리란 걸 모르는 상황들에 대해 그들의 인격까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단지 그러한 상태 자체를 환기하고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서 개선을 주장하고 실행하면 된다는 정도로 생각한다. 남들이 다 그러더라도 나부터 그러지 않겠다는 생각이 더 중요하니까.


부조리한 사회 문제의 한 가운데에는 나만 손해 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 일시에 모두가 멈추지 않는 이상 사라질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경우 이는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과 제도의 현실성 여부가 원인이다. 모두가 지키고 따를 수 있어야 하고 또 누구에게나 강력하게 집행된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 즉 시스템의 유용함이 관건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중의 비난을 받는 사회적 논란들에 관계된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고픈 생각이 없다. 징벌은 징벌대로 가더라도, 그들 또한 사회의 의식수준 범위 안에서 활동하던 이들인 만큼 모든 잘못을 그들의 인격과 품성에만 이유를 두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비약적으로 악마화함로써 잠시 편안함은 얻겠지만 그렇게 해서 시스템의 일부인 자신을 면책시키는 방식은 결국 개선되지 않는 사회라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삶의 변주들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맹점을 보완해 그것이 사회 어디서나 공통된 규범 규칙으로 통용되도록 하는 것이 개인에 대한 비난보다 더 중요하다.

때문에 보통의 선보다 높은 기대치를 스스로 기준 삼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사람은 간혹 실수도 했다가 잘못도 했다가 다시 반성하고 깨우치며 자신을 다잡아 가곤 한다. 그런 경험을 풍부히 하고 고민을 깊숙이 하다 보면 자신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스스로 성장한다. 처음부터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 무결한 사람보다 허물이 생기는 과정과 구조를 체험하고 인간의 평균적인 욕망과 얽힘을 이해하는 사람이 더 낫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궁리해야 사회가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 궁리는 세상 돌아가는 부조리한 모양새를 잘 알고, 그것에 깨달음이 있어 수라도로부터 표표히 떨어져 나왔음에도 여전히 그 복판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타자화하거나 악마화하지 않고 애정을 유지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가능한 일이다. 특히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가 안 후보의 보좌관들을 사적인 일로 지시했다는 사실이 가진 문제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시스템을 손보고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주어진 정치인이 ‘새정치’라는 구호로 새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면서 자신을 전환 국면의 적임자로 내세우며 대선에 나섰다.


그렇다면 세상의 다양한 헐거움과 낡은 허물들 속에서 좌충우돌 하는 사람들에게 주장의 이로움을 몸으로 증명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종종 실수 하는 지점들의 낡은 익숙함을 외면하더라도 아무런 해가 없음을, 도리어 그 게 더 좋은 것이라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 해 주어야 한다. 그 증명이 없는데 어떻게 그가 만들어 갈 미래를 신뢰할 수 있는가.


심지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추앙하던 사람들은 그 삶의 궤적을 기존의 낡음에 저항해도 세상살이가 가능함을 알려주는 실체적 증거로 삼아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다른 많은 부조리 장면에서나 보던 보좌관에 대한 상습적인 사적 지시는 이와 배치된다.

출처: JTBC

그러니 김미경 씨의 잘못은 단지 남편인 안 후보나 보좌관 또는 국민의당에 누를 끼친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사과는 정치인 안철수를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안후보의 알려진 삶의 모습과 신조를 지지한 지지자들을 향해야 한다.


김미경 씨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그러한 정황을 알면서도 그다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듯이 보이는 안철수 후보는 자기 자신의 정치적 주장과 철학을 배신한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된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을 위해서라도 안 후보는 이 부분에 자신의 명확한 입장과 비전을 밝혀야 옳다. 특히 정치인 안철수 후보가 자연인 안철수 자신을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다.

출처: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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