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반려동물을 기를까: 까치와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
1. 야생동물은 아닌, 반려동물이라기엔 이상한
사람들은 왜 반려동물을 키울까? 귀여워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서? 길거리 펫숍의 동물, 혹은 버려진 동물과 운명처럼 눈이 마주쳐서? 어떤 것이든 정답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어떤 동물을 많이 키울까? 개? 고양이? 햄스터?
여기, 아주 이상한 동물과 함께 사는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이 함께하는 동물은 무려 까치다. 깍깍 우는, 은혜 갚는, 7월 7일에 오작교 놓아주는 그 까치 말이다. 대체 까치와 함께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저자이자 화자인 캐머런 블룸은 사진작가다. 그가 끔찍이 사랑해 마지않는 아내인 샘 블룸은 간호사였다. 그들은 무척 여행을 좋아했다. 아들들이 차례대로 셋이나 태어난 후에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다시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니 그들에게 반려동물을 키울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별반 언급도 없다) 아마 그렇게, 그들이 계속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면 이후로도 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없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예상’이라고 한 이유는 그 태국 여행에서 아내인 샘 블룸에게 크나큰 비극이 닥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태국 여행에서 샘 블룸은 추락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척추를 크게 다쳐 더 이상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블룸 가족이 실의 속으로 빠져들어 갈 때, 그들의 삶에는 마법같이 까치 한 마리가 비집고 들어온다. 가족은 이 까치에게 ‘펭귄 블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살기 시작한다.
- 40쪽
이 ‘펭귄 블룸’ 양에 대해 짧게 알아보고 지나가자. 펭귄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치와는 조금 다르다. 책 속의 사진을 보아도 까만색과 흰색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졌다는 것 말고는 거의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
이 새는 정확히 말해서 ‘오스트레일리아 까치’라는 종이다. 이 새에 대한 위키백과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러나 이 문헌 어디를 뒤져 봐도 인간과 까치가 어떻게 같이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다. 역시 그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까치와 같이 산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방문한 외계인과 함께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소함일 것이다.
그러나 블룸 가족은 그 외계인, 아니 까치를 자신의 가족으로 맞아들인다. 그리고 사진작가인 캐머런 블룸은 가장 익숙한 자신의 집에서 가장 낯선 동물인 까치가 생활하는 그 독특한 광경을 카메라로 담는다. 그렇게 2년을 생활한 다음, 그는 결론을 내린다.
까치는 충분히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고 인간과 사랑할 수 있으며,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인간의 가족이 될 수 있노라고.
그러면 지금부터 캐머런이 직접 서술한 ‘까치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해 들어보자.
2. 인간과 까치가 함께 살아가는 법
1. 까치는 어떻게 생활할까?
- 43쪽
펭귄이 블룸 가족의 집에 막 도착했을 때, 블룸 가족은 저렇게 정성스럽게 둥지를 만들어주었다. 결과적으로 시도는 가상했으나 별반 성공하지는 못했다. 까치에게도 침대는 아주 푹신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주구장창 보게 되는 이미지는 펭귄이 인형이나 이불이나 침대 시트 등 하여간 부드러운 걸 두 개의 다리로 꽉 붙들고 뒹굴뒹굴하는 모습이다. 아주 편안하게 릴랙스하고 있는 그 사진들은 흡사 일요일 아침의 직장인들을 연상케 해서, 보다 보면 왠지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 56쪽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공통된 애로사항, 배변 문제. 아쉽게도 까치는 새의 특성상 배변훈련이 불가능한 것 같다. 머리 위에 톡 떨어지는 새똥을 웃는 얼굴로 치울 수 있는 성인군자거나 가구를 죄다 바꿀 정도로 재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가족이 고른 선택지인 ‘독립’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솔직히 자신만의 아파트를 주자는 블룸 가족의 선택에 일정 부분 배변 문제가 기여했을 것 같다).
- 64쪽
‘까치’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과 다르게, 집사를 부르는 소리가 무척이나 청아하다고 한다. 한국 까치의 소리와는 퍽 다른 모양이다. 유튜브 영상으로 감상해보자.
- 122쪽
(글을 읽을 줄 안다. 여유가 된다면 가르쳐보자.)
이상의 사실들을 확인해 보았을 때, 까치와 사는 일은 다소 애로사항이 있긴 해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반려동물로서 크나큰 궁금증이 남아 있다. ‘까치와 감정을 나누는 일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다.
2. 까치는 과연 인간과 교감할 수 있을까?
‘인간과 교감이 가능한 생물인가’라는 점은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데 있어 큰 선택지가 될 것이다. 개나 고양이처럼 인간과 섞여 생활하며 교감을 나누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금붕어나 파충류처럼 관상용에 가까운 동물들도 있다. 까치는 어디에 속할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캐머런 블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대로 한없이 전자에 가까워 보인다.
- 116쪽
인간은 왜 반려동물을 기르는가? 같은 인간과 함께 살면 별 노력하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어렵게 식사를 챙겨주어야 하고 변도 치워주어야 하는 동물과 같이 생활하고 싶어 할까? 위의 구절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의 사랑은 직설적이고 순수하다. 그들은 따뜻한 체온으로, 작은 부딪침으로 그들의 사랑을 전한다. 이 책 속 펭귄의 사진도 그렇다. 단 한 마디의 설명 없이도, 펭귄의 사진들을 보면 그가 블룸 가족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펭귄은 사람들과 입을 맞추고, 빼빼로 게임을 하듯 파스타 끝의 한쪽을 물며 장난을 친다. 사람의 부드러운 살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톱으로 지탱하며 서 있는 법을 안다. 그것은 인간과 다른 방식이나, 그렇기에 한없이 가까운 직설적인 스킨십이다.
그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겠느냐고? 우리의 가족을 생각해 보자. 가족들 또한 서로를 사랑한다. 그러나 다른 가족이 각자의 문제로 우울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그렇게 즉각적인 스킨십을 보였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가족들 사이에서도 체면 때문에, 혹은 평소 쌓여 있던 감정 때문에, 갑자기 가까워지는 순간의 생소함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의 펭귄은 그렇지 않다. 사진 속 펭귄의 애정 가득한 의사소통은, 자신의 답답한 몸에 갇혀 영혼까지 함께 질식해가던 캐머런의 아내 샘 블룸을 감화시킨다.
- 121쪽
- 126쪽
펭귄이 인간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점은 특히 샘에게 중요했다. 샘은 장애를 가지게 된 자신이 엄마와 아내로서 자격을 잃어간다 생각했다. 블룸 가족은 부지런히 그녀를 격려했으나, 당장 닥친 경제적 문제나 커 가는 아이들의 사춘기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신경 쓰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럴 때 펭귄은 소리 높여 아니라는 의사를 밝힌다. 언제든 지치지 않고 지지를 표한다. 그래서 샘은 부담 가지지 않고 펭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펭귄은 세상에서 입이 가장 무거운 상담가이다.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가족에게 끝없는 지지를 보여주는 것. 그것은 가족으로서 가장 중요한 소양이다. 그래서 펭귄은 이 가족의 일원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면 이제 이 글은 질문의 마지막 파트에 도달한다. 우리는 왜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일까?
3. 우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유: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 149쪽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한 사람의 세계는 다른 방향으로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과의 교류, 그것도 자신이 함께할 것이라고는 상상한 적이 없었을, 야생동물에 가까운 새와의 교류는 어떤 사람도 생각하기 힘든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자연과 더 많이 연결될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진다.
- 160쪽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단 한 가지 뽑아야 한다면,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까치라는 동물과 인간이 서로 모든 몸짓을 다 해 사랑하는 순간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몸짓을 이렇게 완벽하게 포착해낸 사진으로 듬뿍 볼 수 있는 책은 몇 없을 것이라고.
인간이 알고 있는 그 어떤 사랑보다도 더 큰 사랑이.
-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