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원 유학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회수 2017. 4. 14. 1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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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학원에서 어떤 학생을 원할까'를 생각해 봅시다.

지난 수년간 대학원 입학 심사를 해왔습니다. 제 심사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 분야 박사 과정, 특히 생물학 분야로 미국 대학원 유학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될 만한 정보를 나누려고 합니다.


 

준비해야 할 시험은?

요새는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 별로 안 봅니다. 학교마다 전공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특히 과학 분야 대학원생들의 경우 GRE 점수가 학생들의 성공 여부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결과들이 많이 쌓여서 GRE 무용론이 대세입니다. GRE 준비하느라 너무 힘 빼지 마세요. 못 믿으시겠다면 사이언스지의 기사 ‘Student performance measures that don’t perform’를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토플은 대부분 학교 자체 또는 전공별 컷오프가 있어요. 그 컷오프만 넘기면 별로 신경 안 씁니다. 전공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 학교(퍼듀 대학교)에서는 대충 80-90점 정도입니다. 총점보다도 토플의 4개 항목 각각의 점수를 봐요. 그러니 항목별로 컷오프가 20-22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하네요. 4개 항목 모두 24점 이상이면 어디를 가도 충분하다고 봐요. 괜히 토플 점수 좀 더 높이려고 시간 돈 투자할 필요 없어요. 몇 점 더 받는다고 전혀 달라질 거 없습니다.

 


외국어 실력은 기본 중의 기본

출처: Windsor College

실제 영어 실력은 정말 중요합니다. 입학심사를 담당하는 교수님들은 다들 학생이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려면 충분히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면 바로 TA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요새는 외국 학생도 스카이프(Skype)로 인터뷰하므로 영어로 소통 안 되면 무조건 탈락입니다. 토플 아무리 잘 받아도 소용없어요. 그러니 영어는 미리미리 충분히 준비하셔야 해요. 전 솔직히 20여 년 전에 영어 서투른 상태로 유학 와서 실험실 동료들이랑 이야기하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영어 좀 서툰 학생도 와서 배울 수 있다고 실력 좋으면 뽑자고 하는데 미국인 교수들이 호락호락 안 넘어갑니다.


최소한 자신이 한 연구는 영어로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발음 좀 나빠도 자신 있게 말이 되는 영어를 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스카이프로 인터뷰하자고 하면 헤드셋, 마이크부터 제대로 된 걸로 장만하시고 미리 시운전 좀 해 두세요. 가끔 보면 마이크가 안 좋아서 인터뷰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점과 연구 경험

학점도 학점이지만 어떤 과목에서 어떤 학점을 받았느냐가 중요해요. 물론 유학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공과목 학점을 잘 받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1-2학년 때보다 3-4학년 때 학점이 더 중요하고요. 1-2학년 때 좀 망쳤어도 3-4학년 때 학점이 올라가면 이해합니다. 전공과목에서 C 있는 건 좀 위험하지만요. 학점은 3.5 정도면 무난하지만 다른 스펙이 좋다면 3.0도 가능합니다. 그러니 본인이 정말 의욕이 있고 박사과정을 꼭 하고 싶다면 학점이 3.0일지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학점이 좀 떨어져도 연구는 잘할 수 있다는 걸 설득하면 됩니다.


연구 경험이 무척 중요합니다. 석사학위가 있다면 당연히 충족이고요, 학부만 했더라도 연구 경험이 1년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연구 경험이 없다면 연구에 관심이 없는 학생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본인이 연구를 안 해봤는데 대학원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아느냐 의심하죠. 따라서 연구를 경험해 보고 더욱 연구하고 싶게 되었다고 설득을 해야 합니다. 본인이 무슨 연구를 했는지 확실히 이해함을 보여주어야 해요. 지원서에도 잘 설명하고, 인터뷰에서도 잘 이야기하고요. 연구했다면서 무슨 연구를 했는지, 왜 했는지,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설명 못 하면 바로 탈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류는 상세하게 갖추자

추천서 중요합니다. 특히 연구를 지도했던 교수님의 추천서가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학점이나 GRE 별로여도 지도교수님의 편지가 훌륭하면 다 용서가 될 수도 있어요. 물론 그냥 칭찬 일색은 소용없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칭찬해주셔야 합니다.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 학생이 아이디어를 내서 해결하더라’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걸 정말 즐기더라’ ‘내가 데리고 있었던 학생 중 상위 10%에 들어간다’ ‘내 방에서 박사를 한다고 하면 기꺼이 받겠다’ ‘○○대학에서 박사를 했는데 거기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더 뛰어나다’ 이런 식의 표현이 필요하죠.


한국에선 때로 학생에게 추천서 써오라 하고 사인만 해주시는 교수님들도 계신 것 같던데 그런 추천서 상당히 쉽게 들킵니다. 추천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지요. 짧게 써주시더라도 교수님이 진심으로 평가해주시는 편지가 도움됩니다.


자기소개서(Statement of Purpose, SOP)도 중요합니다. 일단은 헛소리를 안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헛소리로는

1. 현재 과학계의 관심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를 쓴다거나
2. 자신이 해온 공부와 완전 무관한 분야를 전공하고 싶다고 한다거나
3. A를 공부하고 싶다면서 B를 연구하는 교수님의 연구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자소서는 자신의 스펙에 문제가 있을 때 해명할 기회가 됩니다. 예를 들어 ‘1-2학년 때 학점이 안 좋았는데 그건 대학 생활에 처음 적응을 못 해서였다. 하지만 나중에 연구에 참여하면서 과학연구에 관심이 불타올랐고 그 뒤로 학점도 좋아졌다’ 이런 식으로요.


드물게 현재 지도교수님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그 경우도 자소서에 설명해주면 됩니다. 다 사연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해하니까요. 문제가 있는데 설명을 안 해주면 그냥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차라리 적당히 해명하고 넘어가는 게 감추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발표한 논문이 있다면 아주 좋죠. 논문이 아직 없어도 추천서에 ‘논문 준비 중’이라고 되어 있으면 플러스입니다. 그러나 석사를 마친 지 좀 되었는데 아직도 발표된 논문이 없다면 문제가 됩니다. 물론 추천서에 지도교수님이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면 감안하기도 하지만요. 논문은 당연히 질이 중요합니다. 듣보잡 저널에 저자 7명 중 5번째, 이런 논문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그러니 억지로 다른 사람 논문에 이름 넣으려 할 필요는 없어요.


차라리 자소서에 아직 논문이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하는 것이 낫고, 지도교수님이 추천서에 연구기여도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게 훨씬 나아요. 솔직히 듣보잡 저널에 저자가 떼거리로 들어간 논문이 여러 개 있으면 심사위원들이 오히려 의심스러워 하기도 합니다. 그런 식으로 논문 만들어내는 연구실에서 뭘 배웠으려나 싶은 거죠. 논문 실적이 돋보인다기보다 학생의 연구 윤리가 더 걱정되거든요.


 

대학원이 원하는 학생을 생각해볼 것

이렇게 대충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지원할 때 무엇보다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이 ‘대학원에서 어떤 학생을 원할까’예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찌 보면 당연해요. 와서 연구를 잘할 수 있는 똑똑하고 창의적이고 성실하고 연구생활 자체를 즐기는 학생을 원합니다. 그게 다예요. 그 답에 맞추어서 지원서를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지원 준비는 학부생 때부터 시작해야 해요. 박사학위를 받기 원한다면, 또 외국으로 유학을 원한다면 적어도 학부 2학년 때부터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하세요. 그래야 자신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대학원에 진학해서 성공적으로 박사학위과정을 마칠 수 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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