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자들이 글을 쓰는가
처음 브런치를 알게 되었을 때 트위터(Twitter)의 공동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만든 미디엄(Medium)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런치에서 시도하는 ‘작가 육성’적인 면이나, 글을 쓰기에도 읽기에도 간편한 ‘디자인’마저 미디엄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140자 이상의 글을 남기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던 에반의 시도는 2012년을 시작으로 지금껏 많은 작가, 사업가, 블로거, 정치인 등을 미디엄으로 이끌어냈습니다.
어제 웹서핑을 하던 중에 ‘최고 글쟁이들(Top Authors)’이라는 미디엄 리더보드를 알게 되었고, 팔로워 순으로 나열된 작가 리스트를 보다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은 사실 하나를 눈치챘습니다. 미디엄의 작가 순위에 여자보다 남자들이 훨씬 많다는 것.
영어라는 언어로 글을 창조하는 남자와 여자의 비율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일 목적은 아니기에, 저는 오히려 리스트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이 여성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3위 힐러리 클린턴 Hilary Clinton
많은 여성의 지지를 받은 미국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여성의 존재성과 자존감 자체를 ‘아름다움’과 ‘의미’로 표현하는 (매우 애정하는) 뉴스 사이트 ‘리파이너리29(Refinery29)’에서는 미국 대선을 기념해서 힐러리 클린턴의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그녀가 미디엄 여성작가 중 1위이자 총 순위 3위를 차지했습니다.
10위 줄리 주오 Julie Zhuo
페이스북 제품 디자인 총책임자. 자발적 초짜이자 식도락가, 게임/단어 애호가. 트위터나 웹사이트에서 만나요.
2006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 후에 제품 디자이너로 시작했던 페이스북에서 이제는 디자인과 리서치 팀을 이끄는 책임자가 된 줄리는 트위터와 미디엄에서 활발하게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UX Designer)이자 브런치 작가인 신유민 씨의 글 ‘페이스북 디자인 총괄 Julie Zhuo와의 대화’를 추천합니다.
29위 사라 쿠퍼 Sarah Cooper
테크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시나리오들을 독창성 있는 유머로 풀어내는 작가 사라 쿠퍼. 그녀의 글들은 제목만 봐도 웃음이 나네요.
- 테크 콘퍼런스에서 똑똑해 보일 수 있는 9가지 방법
- 운동하지 않고도 운동한 것 같은 기분을 내는 방법
- 수학 용어를 사용하여 똑똑한 척하기
53위 지나 트라파니 Gina Trapani
그녀가 만든 메이커베이스(Makerbase)는 다양한 디지털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구독 사용자들의 소셜 미디어에서의 모습을 복습해볼 수 있는 싱크업(ThinkUp)은 이제 문을 닫은 상태지만 할 일 목록 앱인 투두텍스트(Todo.txt)와 라이프스타일 블로그 라이프해커(Lifehacker)는 다른 팀에 의해 운영되는 중입니다. 그녀가 엔지니어링을 책임지고 있는 포스트라이트(Postlight)는 웹 제품에서부터 모바일 앱까지 기획하고 완성하는 에이전시지요.
55위 베로니카 벨몬트 Veronica Belmont
그로우봇(Growbot)은 슬랙(Slack)에서 팀원들의 크고 작은 성취들을 독려하고 축하하는 자동 프로그램입니다. 직장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일의 효율성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믿는 여러 로봇 회사 중 하나죠. 베로니카는 로봇 마니아로 심지어 봇 소식을 담은 온라인 주간지 《봇! 진(Bot! zine)》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57위 다나 보이드 Danah Boyd
소셜 미디어 학자이자 연구원인 다나의 글 중 「당신이 코드 하는 것을 조심하라(Be Careful What You Code For)」는 코딩이, 엔지니어들이, 여러 테크 회사가 초래할 수 있는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결과를 나열합니다. 제 눈에 비친 다나는 테크놀로지 산업에서 잊히기 쉬울 삶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학자이자 연구원입니다.
60위 크리스티나 지 Kristyna Z.
이 리스트에서 크리스티나 이름을 눌러보고 처음 알게 된 마크툽(Maqtoob)은 꽤 유용한 사이트입니다.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이트들을 소개해주고 다른 사용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크리스티나는 ‘마음에 새기는 기업가 정신(Mindful Entrepreneurship)’이라는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
65위 카테리나 페이크 Caterina Fake
파인더리(Findery)는 어느 지역에 대한 정보와 소식을 나누는 지역 공유 사이트입니다. 아이튠즈에 소개된 대로 얘기하면 ‘이야기가 있는 모든 곳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파인더리인 것인데요. 카테리나는 파인더리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플리커(Flickr)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고, 손으로 만든 제품들을 소개하는 엣지(Etsy)의 보드멤버이자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67위 제나 워덤 Jenna Wortham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기자인 제나는 흑인, 여성, 역사, 커리어에 관한 글을 기고합니다. 2014년의 글이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것을 보면 아마 다른 사이트에 올라온 그녀의 글을 따라 그녀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그저 많은 것인 듯싶습니다. 최근에는 직장 동료인 웨슬리 모리스(Wesley Morris)와 함께 ‘아직 처리 중(Still Processing)’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71위 로렌 모데리 Lauren Modery
로렌 모데리는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의 총을 사랑한다(Loves Her Gun)〉을 쓴 작가입니다. 폭력을 피해 뉴욕에서 오스틴으로 이사를 온 여자 주인공 앨리(Allie)가 오스틴의 총 문화에 빠지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다루는 스토리라고 하네요.
73위 다니엘 모릴 Danielle Morrill
매터마크(Mattermark)는 투자받을 준비가 된 테크 회사들을 소개해주고 추천해주는 회사입니다. 다니엘 모릴은 매터 마크 이외에도 개인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고, 매터 마크 이외에서도 글을 쓰고 읽는 글쟁이 중 한 명입니다.
위에 나열된 11명의 여성은 아래의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종과 나이와 지역을 넘어서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전문성과 관심 분야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길 응원해봅니다. 글을 씀으로 인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 매 순간 새롭게 탄생하는 생각과 마음이 그냥 사라지지 않도록 지킬 수 있습니다. 또한 혼자만 가지고 있던 지식과 감동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글을 쓰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플랫폼입니다. 사랑, 삶, 일, 지역, 디자인 등의 이야기를 하는 나라는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최고 글쟁이들’를 통해 어떤 여자들이 글을 쓰는지 질문했다면, 이제는 나 자신에게 질문할 차례입니다. 글을 쓰는 나는 어떤 여자일까요?
원문: Yoona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