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을 없애면 조직문화가 바뀔까?

조회수 2017. 4. 6. 10: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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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UAE에서 봄방학을 시작한 날인 오늘, 한국 내 주요 일간지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대기업 삼성전자에서 호칭을 없애겠다는 기사였다.


링크참조


. 삼성전자, `싱글 삼성` 벗어나 `창의 삼성`으로 조직문화 바꾼다 (전자신문)

. 삼성전자, 수직적 문화 개혁… 호칭도 “○○님” “○○선배” 등으로 통일 (조선일보)


이 글을 접한 사람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게 되겠어?” 혹은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 그렇다. 이 조직에 나름 오랫동안 몸담은 적이 있던 나의 의견 또한 전자에 가깝다 하겠다.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게 되겠어? 가 아니라 절대 안 된다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왜 되지 않을까에 대한 일반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경험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수학이라는 도구가 인간의 생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은 실험 정도로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우선, 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특히, 그중에서 “집합과 명제”에서 다루는 것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명제의 역, 대우에 대해서 말이다 (이전 글 참조).


위의 기사를 조금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왜 직급 호칭을 없애려고 하는가?


그 이유는 (미국 스타트업과 같은)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럼, 왜 하필 호칭인가?


수평적 문화로 성공한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동양권과 같은)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위의 문장의 마지막 문장(Statement)이 바로 삼성이 호칭을 없애려는 가장 큰 근거일 것이다. 자, 이제 명제로 위의 상황을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명제로 간략화할 수 있다.


p: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의 수평적 문화

q: 직급 호칭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삼성이 근거로 삼는 논리는 바로 조건부 명제이다. 즉, 조건부 명제의 다음 내용:


p: 참(True)

q: 참(True)

∴ p → q: 참(True)


을 근거로 한다. 물론, 위의 조건 명제는 참(True)이지만, 삼성이 하려는것은 p→q가 아니라, q→p 즉,


“직급 호칭을 없애면(q), 수평적 문화(p)를 이룬다”


이며, 여기서 가장 큰 함정은 “p→q (p이면, q가 이다)가 참(True)인 명제라고 하여도,


“q이면 p이다 (q→p)” 가 참(True)임을 절대 보장하지 않는다.


는 점이다. 위의 문장이 왜 참(True)인지를 따지고 드는 분들은 제발 집합과 명제를 공부하고 오시라.


그리고, 조건부 명제(p→q)를 참(True) 만드는 핵심은 q(직급 호칭 없앰)가 아니라 p(수평적인 문화) 자체라는 점은 부분집합의 개념을 이해한 중등수준의 수학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삼성이 이루고자 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더 나아가서 창조적인 조직문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미, 삼성이라는 조직은 직급 호칭을 사용하는 만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아는지? 이미 내가 일하던 2000년대 후반 부터 조직내에서 직급호칭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떻게 아느냐고? 내가 현지인들과 일을 할 때, 그 친구들 이름을 불렀다. 당연히, 그 녀석들(?)의 직급과 관계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일하는 현대인들이 삼성이 수평적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S급 인재로 스카우트 되었던 많은 인력이 삼성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길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직급 호칭이 없는 것은, 수평적 문화인 곳에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일 뿐,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나? 보다 결정적인 예를 들어주겠다.


“실패”한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또한 조직은 수평적이고, 직급 호칭이 없다.

1. 보다 근본적인 문제


그렇다면, 한국에서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줄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름(?) 전문가들도 많고, 언론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다루었을 것이다.


군대 문화, 유교 문화, 상명하복식 구조, 경직된 조직문화, 꼰대들의 진상질, 리더들의 독단,…. 나열한 단어들로 구글링을 해보면, 어마어마한 숫자들의 신문기사들과 논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름 전문가들이 내놓은 결과는 하나같이 이러한 구조를 (미국의) 스타트업 같은 문화와 조직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왜? 외국 스타트업들이 그래서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삼성이) 어떻게 바뀔 것이냐?” 가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들이 ‘왜 ‘수평적인 문화로’ 바뀌었나?


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대부분 조직이 수평적이며, 직급 호칭을 부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쩌면 태생적인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보통의 잘나가는 스타트업, 구글이나 애플 심지어 MS를 생각해보자. 그들이 처음에 어떻게 기업을 시작했는지 말이다.


HP는 어떤가? 보통 이러한 기업들은 둘이나 셋이서 (대등한 관계에서) 시작을 했으며, 사무실이 아닌 부모님 집 혹은 친구네 집 창고에서 시작했다.


둘, 셋이서 시작하는 구멍가게(?)에서 상하관계가 무슨 필요가 있으며, 상명하복식의 계층적 혹은 수직적 조직구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게 시작해서 스타트업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이렇게 시작한 조직은 인력을 충원하게 되고 이렇게 조직이 커지게 되면 어느 정도의 계층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애플의 조직이 수평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구글의 조직이 수평적이라 생각하는가? 그들이 수평적 조직구조라 하는 이유는 우리(동양권)와 비교해서 수평적이라는 의미지 절대적인 (혹은 이상적인) 의미의 수평적인 구조가 아니다.


이는 수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어떠한 명제가 사실(혹은 참)임을 증명하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그 반대, 즉, 그 명제가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쉽다.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은 거짓인 예를 단 하나만 보이면 된다). 구글의 조직이 수평적이라면, 피차이는 CEO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면 안 되며, 구글을 대표해서도 안 된다.


혹은 반대로, CEO 역할을 하고 있더라도, 실무담당자와 같은 연봉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여러분은 이러한 논리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만큼 (절대에 가까운) 수평적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2. 수평과 수직 조직의 중간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업은 그게 삼성과 같은 기업이건, 구글과 같은 스타트업이건 조직이 커지게 되면, 조직문화는 수평과 수직의 그 사이 어딘가 형태의 조직구조를 가져야 하고,


그 “어딘가”를 잘 찾아간 기업은 성공하게 되며, 그 “어딘가”를 제대로 못 찾게 되면 그 기업은 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직적 구조와 수평적 구조 사이의 그 어딘가는 기업마다 다르다.


는 것이다. 즉, 삼성이 해야 할 일은 직급 호칭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삼성에 맞는 그 “어딘가”를 찾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오랜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들 하는 걸 따라 하면 안 된다.


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남”은 실패한 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남”을 의미한다.


수평적이고 창조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성공한 스타트 기업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애(?)들을 따라 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다시 말해, 남들이 자리 잡고 있는 그 “어딘가”는 자기 자리가 아닌 거다. 왜냐하면, 삼성은 구글이 아니고, 페이스북이 아닐뿐더러, 스타트업 회사는 더더욱 아니다.


삼성이라는 조직이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변화해야 하지만, 그러한 변화는 삼성 “고유”의 변화여야 한다.


조직은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람과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변화한다.


사람도 (기존의) “삼성” 사람이고, 대빵도 여전히 “삼성” 사람인데, 조직문화를 (기존의) “스타트업”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이라는 거다. 그리고,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은 위의 전제를 바탕으로 진행이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3. 덧붙여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고 반문을 하실분들이 있으시리라.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다루지는 않겠다. 어쨌든,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한가지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여러 제안 들 중에 어떤 것들은 상당히 진보적 파격적인 반면에 어떤 제안들은 매우 보수적인 것들도 있다. 그리고, 보다 “행간”을 놓치기 쉽기에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원문 : amang kim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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