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바디, 고급기를 쓰면 무엇이 달라질까?

조회수 2017. 4. 2. 19: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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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장비병, 저는 생각보다(?)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출처: B&H Photo

사진에 취미를 가진 사람은 많은 수가 이른바 카메라 장비병이란 걸 앓게 됩니다. 유사하게 기변병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사진 취미가는 모두 조금씩 경증으로 이 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순간에 사진에 대한 관심보다 바디나 렌즈에 집착하게 되면 이 병은 중증 단계로 접어들어서 사진 자체보다는 브랜드를 넘나들며 다른 바디와 렌즈를 계속 샀다가 팔았다 하며 사고 나서도 카메라 커뮤니티의 장터에서 뒤지거나 찾아보고 작은 불편이나 사소한 문제를 사유로 계속 장비를 바꾸게 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최근 몇 달 동안 사진을 담으러 나가는 시간보다 사진 커뮤니티의 장터 모니터링과 거래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면 이 병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사실은 저도 이런 증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때때로 꾹꾹 눌러 참을 뿐이지요. 물론 누군가의 질러야 편해진다는 충동질에 격렬하게 동의하고 싶어지는 날도 많습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만질 수 없는 수천만 원대의 중형 디지털 백 같은 것은 일단 젖혀두고 대부분의 경우 장비병이 온다면 카메라는 입문기, 중급기, 고급기를 거쳐 해당 브랜드의 플래그십 바디 정도에 도달해야 그 증세가 완화되는 것 같습니다.

캐논의 플래그십 바디 1DX Mark II

사실 장비병은 바디뿐 아니라 렌즈도 1년에 몇 번 쓰지도 않는 영역까지 모두 커버하는 화각대별 L렌즈를 모두 일단 갖추어야 그 욕구가 좀 사그라진다는 무서운 병(?) 입니다. 

2017년 3월 기준 캐논 플래그쉽 카메라의 공식 가격

위의 이미지의 바디 가격에 웬만한 L렌즈 하나 추가하면 거의 큰 거 1장이 됩니다. 이제 막 출시한 신모델인 오막포(5D Mark IV)는 좀 접어두고 작년 즈음에 오막삼(5D Mark III)같은 5D 시리즈에 신계륵(24-70mm)이나 1.2 조리개 대의 L렌즈 하나 물리면 여기서 딱 절반 가격 정도가 됩니다. 


오막삼도 한때 일반적인 사람들이 꿈의 카메라로 여겼던 때가 있는데 이만한 돈을 카메라에 쓴다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단 저부터가 저 가격에도 여유가 있다면 한번 장만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게는 저 정도 성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현실적으로 볼 때 오막포 정도에 지름 욕구가 충족될 것 같긴 합니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전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양을 보시면 캐논의 중급기(캐논 공식 홈에서는 플래그십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고 1DX를 고급기로, 5D 시리즈를 중급기로 분류합니다)에 해당되는 오막포가 3,040만 화소인데 비해 플래그십 1DX Mark II는 2,020만 화소로 오히려 화소가 작은 편입니다.


화소 위주로 마케팅해온 스마트폰 카메라나 콤팩트 카메라에 익숙한 일반적인 분들은 이 스펙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플래그십 바디의 다른 이름은 프레스바디이기도 합니다. 고화소보다는 신뢰성이 더 중요합니다. 니콘의 플래그십 바디인 D5의 화소 역시 2,082만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 밑의 급인 D810이 3,635만 화소인 것 역시 위와 유사한 이유입니다.


즉 플래그십 카메라의 조건은 화소가 아니라, 사진 기자나 프로 사진가같이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고화소로 적당한 사진의 질이 보장되는 촬영을 할 수 있는 신뢰성입니다.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바디입니다. 때문에 플래그십 바디는 일반적인 바디에 비해 빠르고 정확한 오토 포커스(AF)와 연사 속도, 고감도 저노이즈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이에 특화된 바디라 할 수 있습니다.

캐논 컨슈머 이미징 공식 홈의 제품 설명에도 주로 고감도, 연사, 동체추적, 빠르고 정확한 AF처럼 사진을 담을 때 신뢰성 위주의 성능을 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사한 예시 사진들과 크리에이티브 필터 같은 부가적인 사안에 중점을 둔 DSLR 입문기인 EOS 800D의 제품 설명과 비교해 보시면 그런 면이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플래그십 카메라 바디의 기능 설명에는 무슨 미니어처 효과 필터니 이런 부가적인 부분의 것이 아예 없습니다. 그만큼 애초에 바라보는 소비자 영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 사진 관련 커뮤니티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습니다. 오막삼 사용자인데 1DX 급으로 가면 사진이 달라지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아래 달린 댓글 중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앞서의 장황한 설명보다 플래그십 바디에 관해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줍니다.

대부분의 댓글에서 플래그십 바디란 어떤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신뢰성을 주는 바디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빛이 좋은 날의 주광 아래서는 비슷한 심도의 사진이라면 스마트폰이든 좀 저렴한 미러리스든 DSLR이든 사진 담을 때나 찍은 후 웹에 리사이즈해서 올렸을 때 그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빛이 부족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는 차이가 꽤 납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1DX Mark II를 가진 지인과 빛이 잘 들지 않아서 좀 어둡고 그늘진 장소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여러 바디로 사진을 담을 때 AF(오토 포커스)에서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22mm을 물렸던 미러리스 EOS M의 AF, “띠디디딕, 띠딕, 띠디디딕(아 젠장 못 잡네…) 삐삑 찰칵(아 찍혔다)”
신계륵을 물렸던 오막삼의 AF “띠딕 삑 찰칵”
오이만두(50mm)를 물렸던 1DX Mark II의 AF “삑 찰칵”

솔직히 예전 EOS M으로 사진을 담을 때면 10장 중 보통 4장은 핀이 맞지 않아서 지워야 했습니다. 오막삼은 신계륵 같은 렌즈를 물렸을 때는 20장에 1-2장 정도라는 차이입니다. 게다가 이것도 AF 문제라기보다는 제 막손의 핸드블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 Vincent Laforet’s Blog
“Incredibly impressive low light performance”

AF 성능의 이 차이는 중요한 샷을 담을 기회가 왔을 때 사진을 건지느냐 못 건지느냐는, 사실 프로들에게는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제 서브 카메라 EOS M은 정적인 사진이야 그럭저럭 괜찮지만 최대 단점이 

1. 느린 AF
2. 부정확한 AF
3. 아예 안잡히는 AF

입니다. 움직이는 사물은 촬영을 거의 포기해야 했습니다. 촬영된 사진도 LCD로 볼 때는 얼핏 비슷해 보여도 RAW로 보정하려 열어보면 노이즈와 다이나믹 레인지(DR) 때문에 사진 질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이처럼 신뢰성이나 촬영 편의라는 기능 차이에 수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카메라 바디 세상의 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아마추어 아빠 사진사들에게 이런 플래그십 바디 같은 장비가 꼭 필요할까요? 사실 그 질문의 답변은 스스로에게 달린 것 같습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추구하는 카메라의 성능에 원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요. 본인에게는 아쉽고 꼭 필요한 기능들인데 그것이 플래그십에 있는 기능이라면 꼭 필요한 것이고, 사실 뭐가 더 좋아지는지도 잘 모르는데 그저 최상위 기종이라 사고 싶다면 낭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1DX, 아주 잠시 만져볼 기회가 있었지만 플래그십이 좋긴 좋군요. 하지만 그 비용을 생각할 때 일단 전 그 손에 쥐었던 감각을 잊으려 노력 중입니다.


원문: 지후대디의 Favo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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