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마케팅: 나 빼고 문제가 있음

조회수 2020. 12. 17. 16: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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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고기가 아닌 '신선한 이미지'를 파는 게 아닌지?

정육각이라는 업체가 인터넷을 통해 ‘초신선 돼지고기’를 판매 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기사의 내용이 영 거슬린다. 아니나 다를까 이 회사의 대표는 카이스트 출신의 젊고 잘생긴 남성이다. 미디어들이 딱 좋아할만한 포인트다. 사람들은 엘리트의 이단적 행동에 더 주목하는 법이니까.

출처: 정육각

기사에서도 그렇고 정육각의 웹사이트에서도 그렇고, 이들은 ‘초신선’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인 유통망으로 우리가 받는 돼지고기는 도축 후 7일에서 길게는 40일이 걸리므로 맛이 없는 돼지고기만 먹게 되는데 자기들이 유통망의 단축을 통해 도축후 1-4일된 돼지고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돼지고기를 ‘초신선’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육각의 고기를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으나 이 사람들이 마케팅 하나는 잘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일단 ‘초신선’이란 말이 뇌리에 확 꽂히지 않는가? 게다가 설명을 들어보니 그동안 저품질의 돼지고기만 먹고 산 것 같아서 억울한 마음이 들 지경이다. 이렇게 좋은 업체가 있을까?


그런데 하나 태클을 걸어보자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극도로 신선한 고기라면 떠올리는 것은 말 그대로 ‘도축 직후’의 사후 경직이 발생하기 전의 고기를 말한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여기는 그 정도의 고기는 아니다. 이쪽의 핵심은 유통기간을 줄인 것인데 이걸로 ‘초신선’을 말하는 것은 너무 오버가 아닐까 싶다.


대표가 테스트하기로 돼지고기는 도축 후 6일째부터 맛이 변한다고 이야기 하고 국립축산과학원을 이야기하며 ‘돼지고기의 골든 타임은 3-5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내 검색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저 돼지고기의 골든타임이 3-5일이라는 자료를 찾지 못하겠다. 오직 정육각의 인터뷰만 걸린다.

출처: 정육각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발표한 ‘냉장저장 중 돼지 저지방 부위 근육들의 이화학적 특성 변화‘에서는 돼지고기를 도축 후 냉장저장하여 3일, 7일, 14일 동안의 변화를 지켜보았는데 일단 대체적으로 7일 간은 유의적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오고, 14일의 경우에도 부위에 따라서 유의적인 변화가 있는 부위도 있고 없는 부위도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유의적인 변화가 있다면 나쁜 고기인가?’ 하면 글쎄다. 그 유의한 변화가 있는 부분이 전단력인데 이 전단력이란 것은 고기의 질긴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많은 연구에서 숙성기간이 증가할 수록 전단력이 낮아져 고기의 연함이 증가한다는데 이건 더 부드러운 고기가 된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는 진공포장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긴 하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고기들이 이런 식으로 진공포장되어서 유통된다. 이렇게 진공포장된 상태로 숙성을 거치는 것이다. 이렇게 숙성된 고기는 더 연한 육질을 가지게 된다.


정육각은 이 개념과는 반대로 도축한지 4일 이내에 고기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단어가 ‘초신선’이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의 문제점은 나 빼고 다른 종사자들의 상품들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점이다. 일반적인 숙성육을 ‘신선하지 않은 고기’로 만드는 저러한 방식의 마케팅이 옳은 것인가?


또한 저러한 방식의 유통을 정육각만 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직접 고기를 받는 정육 식당이나 프리미엄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고기들이 보통 도축한지 7일 이내의 고기들이다. 이미 시장에 뻔하게 있는 것을 마치 자신들만이 하는 것이라 포장하는 것은 또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다만 정육각의 고기는 괜찮은 평가를 받는 걸로 보아서 괜찮은 고기를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저 사람들이 정말로 신선한 고기가 아닌 ‘신선한 이미지’를 파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상적인 생산·유통방식을 폄훼하며 자신들의 것이 우월하다고 교묘하게 말하는 쪽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는가?


원문: Second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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