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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사랑법, 닉슨과는 너무 다른: 청와대 진돗개 vs 백악관 스파니엘 운명 비교

조회수 2017. 3. 23. 13: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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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게 있어서 강아지란 자신을 예쁘게 꾸며 주는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2017년 3월 13일 자 동아사이언스 기사를 읽다가 혈압이 올라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개 사랑이 예전부터 유명했단다. 영애 시절에도 개를 키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단다. 이런 XX… 신생 인터넷 매체도 아니고 보수 정론지에서 이런 구라를 치다니…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아주 게으르고 불성실한 기사라고 욕을 하려다가 이게 어떤 한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 전체의 문제 같아서 개를 사랑하는 애견인으로서 몇 자 적는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일관성은 개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비열하고 일관되게 추잡하고 일관되게 무식하고 일관되게 무책임한 박 전 대통령은 개를 안을 때도 아주 일관되게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는데 아래 사진들을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모든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절대로 엉덩이를 받쳐 주지 않고 강아지 몸체의 가운데 부분인 흉부를 압박하면서 앞다리 안쪽을 들어 올리고 있다.

자, 박 전 대통령처럼 강아지를 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무게중심이 심히 불안정한 가운데 공중에 매달려 있는 셈이기 때문에 강아지들은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소름 끼치는 것은 불안한 강아지의 상태와는 전혀 상관없이 혼자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있어서 강아지라는 것은 보호하고 사랑해야 할 생명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사진을 잘 나오게 하는 소품이자 도구이자 배경일 뿐이다.

취임식 날 텔레비전 중계를 보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강아지를 저렇게 척추를 거꾸로 해서 들면 어떡해?


삼성동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안고 있던 모습과는 너무 비교되는 모습이다.

그나마 강아지가 고생하고 있지 않은 사진인데 무릎에 올려놓아 공중에 대롱대롱 떠 있진 않더라도 이 사진 역시 맹점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강아지와 눈을 마주친 적이 없다. 박근혜에게 있어서 강아지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좀 더 예쁘게 꾸며 주는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적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실제로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 여러 사진에서 은연중 드러난다.


국가기록원에서 공개한 희귀 사진 중에는 개와 눈을 마주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여럿 보인다. 무엇보다 카메라 정면을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보인다.


맨땅에서 기업을 일궈 본 경험이 있는 창업자와 모든 것을 그냥 물려받아 귀한 줄 모르는 재벌 2세와의 차이랄까?


워낙 박근혜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 터라 박정희의 이런 사진들조차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자신의 개를 위해 직접 애견용품 가게에 가서 물건을 고른다거나 백악관에서 개와 함께 달리고 장난을 치는 오바마까지는 바라지도 않겠다.


제발 개를 안을 때는 양손이 아니라 양팔을 쓰라고!


9.11 테러 당시 7시간도 아니고 고작 7분을 밝히지 못해서 맹비난을 받은 조지 부시도 개는 이렇게 양팔을 써서 안정감 있게 안았단 말이다.

빌 클린턴은 재임 중 스캔들이 터진 이후 이렇게 반려견과 얼굴을 맞대고 아주 친한 척하는 사진을 계속 공개했다.


개를 이미지 메이킹에 이용한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으나 어쨌든 이 초콜릿 색의 래브라도는 자신의 주인 빌 클린턴을 무척 따랐다.

박근혜-최순실 이전에 레이건-키글리가 있었으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은 조안 키글리라는 점쟁이를 통해 점을 쳐서 대통령의 일정, 연설문 작성, 토론회 날짜 등도 다 결정했다.


복채는 제삼자를 통해 은밀히 전달했는데 나중에 이 말도 안 되는 비선 실세가 밝혀지자 레이건 대통령 부부는 전 국민의 조롱거리가 됐다.


우주선 타고 달나라에도 가고 암도 정복하는 현대 미국에서 웬 무당이냐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낸시 레이건의 반려견 사랑은 한결같았다. 쭈그려 앉는 것도 마다하고 반려견과 포옹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극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은 리처드 닉슨의 개인 체커스(Checkers)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을 앞두고 사임한 그 주인처럼 체커스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는데 툭하면 어머니 아버지를 모두 흉탄에 잃어서 이제 남은 건 국가에 대한 봉사뿐이라고 이야기하는 박근혜만큼이나 기구하다.


1952년(공교롭게도 박근혜가 태어난 해다), 부통령 후보로 나선 닉슨은 불법 선거 자금 의혹에 휘말리게 된다. 언론과 여론의 십자포화 속에서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아이젠하워가 러닝메이트를 철회할 수도 있는 상황.


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닉슨은 정면돌파를 선언하고 1952년 9월 23일 오후 6시 30분, 그 유명한 체커스 연설(The Checkers Speech)을 시작한다.


사실 체커스 연설은 후에 붙여진 이름이고 불법 선거 자금 의혹에 대한 해명 연설인데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지인으로부터 1만 8천 달러의 후원금을 받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개인 용도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았어. 내가 개인적으로 받은 것은 텍사스의 어느 지지자가 내 딸에게 선물해 준 체커스라는 이름의 강아지 한 마리밖에 없어.”


그리고는 연설의 절정에서 그는 모든 사람의 뇌리에 남을 결정적 한마디를 던졌다.


Regardless of what they say about it, we’re gonna keep it! 그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강아지는 반드시 키울 겁니다!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재산 내역과 정치 인생에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역공까지 꽤 많은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남는 것은 인상적인 문구 하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강아지를 키울 거라는 닉슨의 말은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었고 중요한 것은 강아지가 아니라 불법 선거자금이라는 민주당의 호소도 덮어 버렸다.

체커스는 하루아침에 유명 스타가 됐고 닉슨은 결국 부통령이 됐다. 그리고 아이젠하워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닉슨은 8년 동안 부통령을 하게 된다.


권력의 중심에서 이인자로서 착실히 준비해 온 닉슨. 드디어 1960년 선거에서 대통령에 도전하는데 하필 젊고 잘생긴 케네디가 혜성처럼 나타나면서 고배를 마신다.


그 후 2년 뒤 닉슨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마저도 낙선, 누가 봐도 정치 생명이 끝난 야인이 되었다. 이건 이동원 전 외무부 장관의 회고록에 소개된 비화인데 닉슨이 1962년 선거에서 떨어진 후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에 당시 주한 미 대사였던 브라운 대사가 어쨌든 미합중국의 부통령을 지낸 닉슨의 이력을 존중해서 청와대에서 만찬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일언지하에 거절했단다.


대선에서 떨어지고 나서 주지사 선거까지 떨어진 사람인 만큼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였다.


결국, 브라운 대사가 개인 자격으로 김포공항에 나가서 그를 영접하고 청와대 대신 대사관 관저에서 만찬을 열었는데 하필 그 날 박정희 대통령이 갑자기 장관들을 몽땅 다 청와대로 불러들여서 닉슨을 위한 만찬 참석자는 이동원 외무부 장관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썰렁한 분위기에서 만찬은 금방 끝났고 닉슨은 피눈물을 삼키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서구 선진국도 아니고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박대를 당한 닉슨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닉슨을 곁에서 지켜준 건 체커스였다. 닉슨은 체커스를 안고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박정희가 그토록 철저하게 외면했던 그 닉슨이 1968년 대선에서 기적처럼 승리하며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에 다급해진 사람은 박정희였다. 공식, 비공식 외교 채널을 전부 가동해 닉슨을 만나기를 원했지만 계속 묵살당했다. 박정희의 끈질긴 요청에 닉슨이 결국 답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백악관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로 오라는 것이었다.


공식 업무 시간에는 만나기 싫으니 휴가 기간 중 자기 별장이 있는 곳으로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즉시 새크라멘토로 날아갔는데 약속장소인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에서 닉슨은 박정희를 일어서지도 않고 자기 자리에 앉은 채로 맞이했다고 한다.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로 이야기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박정희를 위한 만찬 장소로 바로 이동했는데 참석자가 국무장관 딱 한 사람뿐이었다. 그리고는 1971년 3월 27일 미7사단의 철수를 단행한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한 지 23년 10개월 만에 최초로 철수를 지시한 대통령이 바로 닉슨이다. 닉슨의 입장에서는 통쾌한 보복을 한 셈이다.


본인을 무시하던 박정희에게 시쳇말로 빅엿을 먹인 것인데 이때 닉슨의 강아지 체커스는 없었다.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4년 전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닉슨이 이렇게 화려하게 복귀한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하고 야인시절에 눈을 감은 체커스를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은 나머지 9월 23일은 아예 체커스의 날로 지정되어 있다.

주인이 정치적 위기에 빠졌을 때 방패막이가 되어 준 체커스.


이후 8년 동안 부통령인 주인을 따라 백악관을 드나들 수는 있었지만, first dog의 위치는 아니었던 체커스.


2인자였던 주인이 1인자 자리에 도전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패배하고 나서 주지사 선거마저 떨어지자 혼자 남게 된 주인을 계속 지켰던 체커스.


주인의 기적적인 재기를 결국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 체커스.


닉슨은 끝내 같이 백악관에 입성하지 못한 체커스를 생각하며 늘 백악관 집무실 책상 서랍 속에 강아지용 비스킷을 한가득 넣어 두었다고 한다.

박근혜 탄핵이 진행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이 닉슨인데 박근혜와 닉슨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박근혜는 영애 시절부터 개를 좋아했다고 알려져는 있는데 아무런 사건도 없고 에피소드도 없고 이야깃거리도 없고 구체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다.


만약 박근혜가 닉슨처럼 그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강아지는 내가 반드시 키울 겁니다 (Regardless of what they say about it, I’m gonna keep it!) 라고 했다면 난 촛불 대신 친박 집회에 참석해서 태극기를 흔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개를 좋아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도 2년 전 초겨울,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내가 가장 먼저 챙긴 것은 우리 집 강아지의 가방과 집, 그리고 강아지가 춥지 않게 덮을 담요였다.


언젠가 캘리포니아 부촌에서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이 일제히 챙긴 것은 반려동물이었다. 가족이기 때문에.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에. 말 못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우선으로 배려해줘야 하는 것을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혹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친박 집회에서 만난 어떤 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금 무슨 정신이 있어서 개를 챙길 수 있느냐며 별걸 다 트집을 잡는다고 했는데 헐… 모르시는 말씀. 사람은 힘들수록, 억울할수록 개를 찾게 되어 있다.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당하고 욕을 먹는다고 해도 개만큼은 변함없이 내 편이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 첫날, 선물로 받은 진돗개의 척추를 거꾸로 뒤집은 채 혼자만 환하게 웃던 박근혜는 결국 2017년 3월 12일 청와대에서의 마지막 날,


진돗개 9마리를 모두 버려둔 채 혼자만 환하게 웃으며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갔다.


가수 이승환 씨의 표현처럼, 참으로 기괴한 캐릭터가 4년 동안 청와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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