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길을 가려는 분들께 만화 편집자가 드리는 편지

조회수 2017. 3. 19.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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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만화'는 무엇입니까?

혹시 만화가를 진지하게 꿈꾸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1. 만화가는 이야기꾼입니다.


네. ‘그림’을 멋있게 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사회 전반에 뿌리깊은 엄숙주의 때문에 어린이의 공부할 시간을 빼앗는다는 이유로 만화사냥이 빈번히 벌어져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화를 업으로 삼으시는 여러분들은 '자기'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만화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안 된 사람에게 만화의 대단한 점을 설파해 봐야 알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런 눈이 없는 사람에게도 알만큼 ‘대단한 그림’을 보여주어 입막음을 해주는게 제일 좋았죠.


그러다 보니 어렵고 힘들게 그린 그림이나, 보통 사람이 따라잡을 수 없는 힘들고 어려운 구도로 그려진 ‘그림’을 우선적으로 평가해주는 풍토가 생겼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만화의 힘 중 절반만 보는 것입니다. 그림이란 글과 더불어,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매체)입니다. 어렵사리 그릇을 준비해도 거기에 담을 [요리](내용/스토리)가 없다면 얼마나 아쉬울까요?


차근차근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만화를 다시 읽어보십시오. 그 만화책에 씌여진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차근차근 한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그 대사와 내용은 빼어난 그림만큰 만들기 어려운 것을 발견하실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강렬한 대사를 만들어내기란 정말 힘들다.

이야기를 준비하십시오.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 사람들이 가진 다른 부분들이 다른 사람과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재미있고 호감을 주는 사람과 누구나 싫어할만한 나쁜 사람이 싸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이기는것을 바랄까요? 이야기는 왜 이사람이 호감을 주고 재미있는 사람인지 설명을 하고, 반대편의 사람이 왜 나쁜 사람인지 잘 설명해주고 결국엔 누가 이겼으며, 왜 이겼는지를 알게 쉽게 설명해주는 과정입니다.


가끔 나쁜 사람이 이기는게 멋있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나쁜 사람이 나쁜 짓하고 떵떵거리고 살면 기분이 좋던가요? 매일 그런걸 보면 기분이 좋을까요? 가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세상을 다시 보게하는 효과를 생각한다면 그런 이야기도 필요하겠지만,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게되는 이야기를 더 바랍니다.


좋은 사람 이야기를 쓰려면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또 좋은 사람을 많이 알고 있어야죠. 그래야 그 좋은 사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지요.



2. 만화가가 되고 난 뒤가 더욱 어렵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본 공모전의 문을 두들기거나, 혹은 한국에서 웹툰 작가가 되려고 하십니다. 하루하루 어렵게 어렵게 준비하고들 있죠. 그렇지만 만화가로 데뷔하고 난 다음이 더욱 큰일입니다.


만화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에는 정해진 작업 시간이 없습니다. 20페이지 30페이지 만화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데 시간을 얼마나 들이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로가 되면 짧게는 3일, 길게는 한달에 정해진 페이지에 어느정도의 퀄리티(질)를 갖춘 이야기를 만들어서 연재를 해야만 합니다.

출처: 참조링크 나무위키
물론 헌터X헌터 작가처럼 역대급이 되면, 오히려 편집장이 긴다.

만화가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 대해서 만화가하는 지위(위치)를 인정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그 가장 큰 책임 중 하나가, 정해진 시간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마감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인 계약이기도 합니다. 만화가가 된다는 것을 이 계약서에 싸인을 하시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3. 독자는 무서운 존재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당신은, 당신에게 돈을 주는 독자라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어느정도 생각하고 있는 정해진 분량의 만화를 내놓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당신이 아팠던, 친척이 사고를 당했던, 작업실에 벼락이 떨어져 공들인 데이터를 몽땅 날려버렸던, 정말 이야기가 풀리지 않아서 미칠 것 같고 그래서 미친 듯이 울었든… “알아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정해진 그 시간에, 기대하던 만큼의 원고를 보여줬는지로 평가합니다. 가끔, 웹툰 독자란에 따듯한 말씀 주시는 분들도 계시죠. 고마운 분들입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그분들 이상의 훨씬 많은 사람들이 냉정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조차도 만화를 읽을때 그런 냉정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합시다.

독자들의 냉정한 눈.



4. 당신이 생각하는 만화는 무엇입니까?


사람이 자신의 평생을 살아갈 수단-직업을 선택하여 그것이 필요로하는 소양을 쌓는데 들일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고, 돈도 많지 않습니다. 다들 한줌의 시간과 돈을 들여 자신을 갈고 닦지요.


만화가를 생각했고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 한다면, 일단 자신이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어떤 형식으로 풀려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서 낭비를 줄이십시오.


당신이 원하는 것은 200페이지 짜리 종이묶음으로 구성되어지는 일본식 출판만화입니까? 미려한 컬러와 장중한 장정으로 만들어지는 그래픽 노블인가요? 마우스 스크롤이나 스마트 폰 화면으로 보여지는 한회 20000픽셀로 구성되는 웹툰인가요?


당신이 만화가가 될 결심을 하게 만든 작품은 어떤 만화였나요? 그 만화를 만든 작가분은 어떤 절차를 거쳐서 그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까? 어떤 준비를 했습니까?



5. 그래도 만화가가 되실 분들에게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라고 불리는 정서적인 경험을 맛보게 해주는 사람이 되는 길에 동참하시기로 하셨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이 잠든 밤에 구수한 커피내음을 즐기며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자신의 정의를 실현해줄 주인공을 어떻게 보여줄지 다듬어가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한잔 술에, 고기 한점에 뜨겁게 자신이 생각하는 만화관을 토론해줄 많은 동료들과, 고뇌에 찬 선배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흔한 만화가의 삶. (참조 링크)

출처: Cookiebox
흔한 만화가의 삶.

자신의 생각이 담긴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인쇄되서 묶여진 만화책이 서점 가판대에 진열된 순간의 감격을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빠진 주인공이 그 곤경을 빠져나오는 광경을 보면서 눈물 흘린 독자의 고맙다는 인터넷 댓글을 보시고 가슴을 치는 또 다른 감동도 이제 아마 경험하실 수 있겠지요.


처음 받는 원고료로, 만화가라는 불안정한 직업을 택한 것에 얼굴 찌푸리던 부모님들에게 속옷을 사드리거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그분들 얼굴에 떠오른 안도의 표정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부조리도 있으며, 나쁜 사람도 있으며, 고통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세상에서 위대하다고 이야기되는 모든 업적들은 그러한 것들을 감내하고 노력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위대한 작품은 위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는 타인들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며 세상을 좋은 길로 이끄는데 일조합니다. 당신은 이제 그런 작업에 참가하실 티켓을 끊으셨습니다.


힘내십시오. 당신의 결단과 앞으로 펼쳐질 여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출처: warmania의 일본통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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