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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스타트업의 '그 이름'

조회수 2017. 3. 18. 16: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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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신경을 써야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네이밍 센스 삽니다.


어떤 서비스(상품)는 시장에 내놓자마자 이름만 들어도 설명 없이 소비자의 뇌리에 착 달라붙는다. 이것이 잘 지은 브랜드 네임의 힘이다. 혁신을 몰고 오는 스타트업 서비스의 특성상, 이 이름은 나아가 관용어처럼 사용되면서 삶을 비집고 들어온다. 주변에서 ‘구글링한다’, ‘뽀샵했다’ 와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을 떠올려 보면 말이다.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제안하고 그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의 로망 아닐까.

지구 반대편에도 존재하는 SEO의 노예 by 구글링

하지만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마치 ‘한 문장으로 서비스의 핵심을 요약하라’는 주문 만큼이나 잔인하고 어렵다. 요약하고 정수를 추려내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 말이다. 좋은 이름이 불러올 막대한 효과가 탐나지만 대기업처럼 브랜딩에 돈을 들일 수 없는 것이 초기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에 신경을 써야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경쟁자보다 먼저 떠올리게 만들어 앞서 나갈 수도 있다. 그 첫걸음으로 최신 네이밍 트렌드를 익혀보도록 한다. 네이밍에도 유행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이름을 지어본 경험이 얼마나 있겠는가.



네이밍 트렌드 복습


요즘 잘 나가는 스타트업 서비스의 네이밍 트렌드를 알아보기 앞서, 익히 알려진 이름들을 복습해 볼 필요가 있다. 다소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경향성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삼아 본다. 스타트업으로서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묻어난다.



1. 문자의 유희적 변형


비싼 도메인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플리커(flicker), 텀블러(tumblr), 스크리브드(scribd)처럼 스펠링을 의도적으로 줄여 오타처럼 사용하거나, 단어 뒤에 -sy, -ly, -ify 등을 붙여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국가 코드 최상위 도메인인 ccTLD 기준으로 ly는 리비아에 할당되어 있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수많은 스타트업에서 활용 중이다. (카다피에게 의문의 1승을 안겨준 -ly 시리즈 브랜드 네임 모아보기)

과열양상.jpg : ooo+ly, ooo+ify 로 네이밍한 이들에게 특별한 센스는 기대되지 않는다. 믿고 거르는 조합.



2. 단어 조합과 합성어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이다. 설명적이고 자상하기 때문에 힙하다는 느낌보다는 무난한 인상을 준다.


넷플릭스(netflix)는 인터넷의 net과 영화를 의미하는 filcks 두 단어의 물리적 조합이다. 단어를 오버랩시켜 신조어를 만드는 핀터레스트(pinterest), 스냅챗(snapchat), 노트폴리오(notefolio)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흔히 쓰여온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네이밍을 하게 되면 이 범주에서 통상적으로 결정된다. Easy-going의 느낌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의미를 가진 여러 단어 중 탁월한 선택을 해야 하고, 로고 디자인에서 힘을 줄 필요가 있다.

벤처+스퀘어 홈페이지 푸터에 위치한 파트너사 : 데모+데이, 로켓+펀치, 오픈+트레이드



3. 익숙한 상징을 전용하기


상징이 서비스의 성격과 무관하더라도 상징으로서 갖고 있는 이미지를 환기시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스트라이프(stripe)나 카카오(kaka0), 잔디(jandi) 같은 경우, 핵심 가치와 동떨어진 일반적인 명사라 즉각적으로 장점을 어필하긴 어렵지만, 오히려 실제 상품 속성과 무관해서 상표권 등록에는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안드로이드 OS 역사를 보면, 알파벳과 디저트를 매칭 하는 아이디어를 채택해서 다소 차갑고 딱딱해 보이는 IT를 달콤함으로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What’s Next? 안드로이드 OS 버전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디저트 업계가 들썩인다. 다음은 나초일까 너겟일까.



4. 의미보다는 재미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을 가진 다다이즘 예술을 떠올리게 만든다. 훌루(Hulu)나 징가(Zynga), 캐글(Kaggle) 같은 장난스러운 이름을 만들어 낸다. 엄격 진지 근엄하게 핵심 가치를 담은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골머리 썩이는 이들에 비하면 그저 천하태평으로 보이기만 하다. 특이하고 유쾌한 발음으로 만들어 기억에 남기는 것은 좋은 네이밍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다만 상품과 이름을 일대일 매칭 시키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둘 사이의 연결 고리에 대해 인식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 시장에서 고속성장해 텐센트로부터 500억 투자를 유치한 kik 메신저의 이름은 무려 lol의 오타에서 유래한다.

이외에도 거슬러 올라가면 두문으로 이니셜을 만들어 줄여 사용하거나, 2(to)나 4(for) 같은 숫자나 알파벳 E(electronic)를 함축적으로 활용하는 트렌드가 존재해왔다. 어떤 브랜드 네임이 위 범주에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케케 묵거나 유행에 뒤처진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후발 업체들로 인해 유사하게 베껴진 사례가 너무 많아 쿨해 보이긴 어렵다.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이렇게 이미 소비되어 버린 이미지를 좇을 필요는 없다. 단물 빠진 껌에서 눈길을 돌려야 할 때이다.



더 본질적으로, 더 호전적으로, 하지만 낯익은 얼굴로


이제부터는 지금 네이밍을 고민하고 있는 스타트업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새로운 경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포켓(pocket), 슬랙(slack), 박스(box), 클로즈(close), 팬시(fancy), 스케치(sketch)… 이들의 공통점은 딱 한 마디 단어로 도출된 키워드로 본질만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더없이 쿨한 무가공의 맛이다.

영한사전을 오랜만에 펼쳐보았다.

굳이 분류하자면 환유형 Metonymy 네이밍 기법으로 볼 수 있다. 이전처럼 메타포를 차용하면서 에둘러 치지 않고,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장난질도 없다. 합성어와 조합어로 만든 이름은 이제 구차해 보인다. 돌직구라 직관적이어서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


이렇게 본질을 꿰뚫는 이름을 고안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손쉬운 방법론은 마인드맵을 통한 워드 뱅킹 기법이 가까워 보인다. 핵심 개념을 중앙에 두고 가지를 뻗치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방 있는 명쾌한 단어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인드맵핑을 도와주는 도구도 있다. 이미 다 있다…

이런 변화가 스타트업계의 어떤 대단한 철학적 사유에서 왔다고 보이진 않는다. 포화된 시장(하루에 신규 생성되는 도메인의 개수 10만 개 이상)에서 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해 이리 피하고, 상표권 침해하지 않으려고 저리 피해 가다 더 이상 내딛을 곳이 없어 마련한 자구책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현실성이 있다.


그런데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낯익은 얼굴이라 인식률도 높고 이해도 쉽지만 그 이름이 ‘Available’ 한지에 대한 문제이다. 다시 말해 ①상표권과 ②도메인 및 계정 확보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것인데 똑똑한 스타트업이 그런 문제를 몰랐을 리는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숙제는 내일로 미루고 못 본 체하는 것이다. 나중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에 미리 발목 잡히기보다는 시장에서 바로 검증받으면서,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면 된다.

이메일 자동화 서비스 reply의 도메인은 replyapp.io 로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하나라도 잡았으면 한다.

이런 네이밍 기법이 유행할 수 있게 된 요인으로 몇 가지 환경 변화를 들 수 있다. 서비스명.com이라는 공식 대신에 닷코(.co) 닷씨씨(.cc) 도메인을 쓰거나, app, like, get 등 단어를 서비스 네임 앞뒤에 붙여 도메인을 써도 용인되는 문화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었다.


게다가 예전처럼 도메인 주소를 타이핑하거나 검색 엔진을 통해 접속하지 않고, 앱 자체 혹은 소셜 미디어에서 바로 링크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도메인 주소가 갖는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드롭박스가 그러했듯이 자금 확보 이후에 닷컴 주소를 취하는 전략이다. 초기에 안에 담긴 서비스와 콘텐츠의 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한 상표권 출원 및 등록 절차는 국가를 막론하고 어차피 1년 이상 소요되는데, 변화무쌍한 스타트업에게 1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라서 당장 문제 될 것이 없다. 추후 상표권 분쟁이 일어날 확률보다 소리소문없이 문 닫을 확률이 훨씬 높을 테니까.



돌직구 불나방 같은 네이밍


위험성을 알고도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도 같다. 그래서 이런 네이밍 기법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서비스이기에 인정받을 수 있는 시도이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일 때 더욱 스타트업스럽지 않은가. 다만 호기롭게 불길에 몸을 던지기 전에 이와 같은 분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바이다.

그림 앱 ‘페이퍼’, “페북 페이퍼 이름 바꿔” (2014.02.04 블로터)

또 한 가지,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키치 감성의 한글 브랜드가 선호되고 있다. 네이밍 센스도 스타트업스러워야 살아남는 업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최신 네이밍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최근, 네이버 라인이 www.line.co.kr 도메인을 등록, 보유하고 있는 한 업체와의 소송에서 승소하였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업체는 억울하게 무상으로 도메인을 넘겨주는 셈인데 이 사실로만 본다면 도의에 어긋나고 안타까운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라인이라는 아이템을 크게 성공시켜 상표를 보호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초기에 스타트업이 도메인을 쟁취하려는 노력이 능사만은 아님을 곱씹어보아야 할 것이다.

원문: 토토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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