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스컬 아일랜드' 몬스터버스로 돌아온 킹콩

조회수 2017. 3. 12. 2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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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거대 박쥐 등 여러 괴수가 등장할 새로운 세계관의 신호탄

너무 커서 슬픈 짐승, 킹콩이 돌아왔다. 그동안 몇 차례 리메이크된 적 있던 ‘킹콩’이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는 차원이 다르다. 일회성 컴백이 아니라 마블 유니버스처럼 여러 몬스터들을 한데 묶는 ‘몬스터버스’의 한 축으로 기획된 것이다. 미국의 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 브라더스, 일본의 고지라로 유명한 도호 영화사는 몬스터버스를 위해 뭉쳐 앞으로 괴수 영화를 꾸준히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콩’의 차별화 포인트는?


84년 전 탄생한 킹콩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두 가지를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인간을 뛰어넘는 거대한 몸집과 힘, 또 하나는 그럼에도 ‘미녀와 야수’처럼 의외로 순정파인 반전 매력이다. 전자는 스펙터클 전시효과로, 후자는 감동적인 드라마로 시선과 마음을 잡아끈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후자보다 전자에 공을 들인다. 영화는 킹콩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뉴욕 장면을 의도적으로 들어낼 정도로 드라마보다 캐릭터에 천착한다. 정글에서 최강인 콩의 전투력을 부각시켜 향후 몬스터버스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려는 의도다.


우선 콩의 키를 1933년 원작 18미터의 2배가량인 30미터로 키웠고, 외모는 다른 리메이크작과 달리 원작에 가깝게 복원해 실제 고릴라처럼 네 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두 발로 걷게 했다. 콩이 안개 속에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은 정글의 왕으로서 아우라를 뿜어낸다.


원작에서 스컬 아일랜드에 도착한 영화 제작진은 검룡, 익룡, 뇌룡, 티라노사우루스 등 다양한 공룡들에게 쫓겼다. 당시 공룡들은 배우들이 인형을 쓰고 연기해 조잡한 모습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선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색다른 괴수들이 등장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콩의 대적자로 막강한 싸움꾼인 거대한 도마뱀 스컬크롤러를 비롯해 대나무처럼 긴 다리로 지상의 먹이를 잡아먹는 왕거미 뱀부 스파이더, 몸집은 크지만 온순한 아프리카물소를 닮은 버팔로, 사람을 낚아채 뜯어먹는 익룡, 정글의 보호색으로 위장한 거대한 메뚜기, 길이가 15m에 달하는 대벌레, 기괴한 소리를 내는 왕개미 등 정글 속은 낯선 괴수들로 가득 차 스크린에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돈다.


몬스터버스는 향후에도 고지라, 거대 박쥐 등 여러 괴수를 등장시켜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그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슈퍼히어로가 즐비한 마블 유니버스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과욕이 초래한 아쉬운 스토리

‘콩: 스컬 아일랜드’는 신비한 몬스터로 가득하지만 스토리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대 배경을 베트남전이 막 끝난 1973년으로 설정했는데 미국 입장에서 패배로 끝난 베트남전과 괴수를 연결하려 한 의도부터 참신성이 떨어진다. 비슷한 소재는 이미 ‘지옥의 묵시록’(1979)부터 ‘야곱의 사다리’(1990)까지 수차례 만들어진 적 있는데 그 영화들과 메시지도 차별화되지 않는다.


원작의 서사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영화 제작자가 킹콩을 뉴욕으로 데려와 전시하면서 킹콩을 가해자이자 비운의 피해자로 만들어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1933년 대공황 시대 망가진 자본주의, 1976년 오일쇼크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킹콩은 미국을 상징하는 고층빌딩(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올라 전투기를 마구 부수며 시름에 잠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원작에서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는 영화 제작자 캐릭터를 전쟁광 패커드 중령(사뮤엘 L 잭슨)으로 바꿔 동물의 지배자를 자처하는 인간의 오만을 꼬집으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패커드는 베트남전에 패한 분풀이로 시종일관 콩에 대한 정복야욕을 불태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보다는 한 미치광이의 일탈로만 읽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의 감독은 선댄스영화제에서 극찬받은 ‘킹 오브 썸머’의 조던 보트로버츠다. 그는 아시아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밝혀온 만큼 ‘콩: 스컬 아일랜드’에서는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에반게리온’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영화에서 영향받은 장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토르’의 톰 히들스턴, ‘룸’의 브리 라슨이 주연을 맡았다.

 


콩: 스컬 아일랜드 ★★★


콩 비긴즈. (뒷심 달리는) 신비한 괴수사전.


원문: 유창의 무비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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