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의사, 그리고 수학

조회수 2017. 3. 6. 2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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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의사나 수학전문가는 인공지능 때문에 망해 버리는 것일까?

최근 대한민국은 가히 인공지능(AI) 광풍인 것 같다. 아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이런 인기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예전에 한 번 인공지능 관련한 글을 적은 적이 있는데, 페이스북에서 페친 분이 올린 글을 보고 생각하던 것이 있어 페북에 적었던 글을 좀 더 확장해 남기고자 한다.


우선 기사는 조선일보의 ‘닥터 왓슨과 의료진 항암처방 엇갈리면… 환자 “왓슨 따를게요”’이다. 그리고 이 글을 피딩한 페친의 담벼락 글을 인용하자면,

이즈음에 드는 생각.

과연 왓슨(Watson)의 출연이 의사의 권위를 추락시킬까?
이런 대변혁(Trend Shift)이 과연 처음 있는 일이었을까?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직업은 과연 망할 것인가?

물론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겠지만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1. 과거: 계산기(컴퓨터)가 대중화될 즈음


계산기(컴퓨터)가 나오기 전에는 수 계산이 아주 중요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칙연산을 빨리하는 것이 ‘실력’으로 평가받던 시기였다. 학교에서는 수학 과목 이외에도 부기, 주산처럼 수 계산에 특화된 과목이 있었으며 이를 잘하는 사람들은 실력자로 평가받았다.


이에 대한 평가 기준은 얼마나 ‘빨리’ 하느냐, 얼마나 ‘정확히’ 하느냐, 더구나 ‘암산’을 하게 되면 그런 평가는 배가되었다. 당연히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은 전문가로, 능력자로 인정을 받았으며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보편적인 생각, 혹은 패러다임은 수학=계산, 수학 잘함=계산 잘함이었다.


하지만 계산기(컴퓨터)가 나오면서 세상이 바뀌었다. 이 시대에는 계산기 대 사람의 암산 대결 같은 소재가 예능으로 심심치 않게 소개되며 많은 사람은 수, 숫자와 관련된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리라 예상했고 이에 걱정도 했다. 계산기가 확산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는 암산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수학과 계산을 동일시했던 당시 인식으로는 수학이라는 학문은 (직업을 갖기 위해)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했으며 수학과 관련된 직업은 망할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했다.

에이켄과 IBM이 공동으로 개발한 최초의 전기 기계식 계산기.

세월은 흘러 이제 컴퓨터(계산기)는 더이상 학자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냥 보통 사람이 사용하는 기기가 되었다. 숫자를 읽을 줄만 알면 3-4살짜리 꼬마조차도 계산(사칙연산)을 할 줄 알며, 주판은 그냥 구시대의 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시대다.


이런 생활의 편리함보다 중요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수학과 산수·계산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암산을 잘한다는 의미가 수학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수학전문가’의 범위를 재설정하게 되었고, 이런 (진짜) 전문가는 되기도 어렵고, 전문가가 된 후에도 인정받기도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한 번 인정을 받게 되면 그에 대한 대우는 예전의 수학전문가(계산전문가)들 보다는 월등한 대우를 받는 시기가 되었다.

 


2. 현재: 인공지능이 대중화될 즈음


2016년은 앞서 언급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비롯해 인공지능을 접하게 된 인간들에게는 획기적인 해였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나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지 떠드느라 핏대를 세우겠지만 내가 보는 것은 한 가지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던 편견, 즉 ‘바둑은 무한해서 기계가 인간을 따라올 수 없다’에서 ‘바둑은 더 이상 무한하지 않으며 인간은 기계를 이길 수 없다’로 바뀐 것을 증명한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인식의 변화가 미래 예측에 중요한 요소인 이유는 바로 이런 인식의 변화를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대중화에 따라 많은 사람이 흥분하며 미래의 불확실성을 걱정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페친의 언급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리라. 하지만 이런 인식의 변화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 혁신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증기기관과 계산기가 대중화됐을 때도, 전화기와 인터넷이 보편화됐을 때도 있었다.


인공지능이 대중화된다고 특별한 건 없다는 거다. 위에 언급했던 계산기가 대중화 되면서 생겼던 대중 인식의 변화, 전문가의 정의, 새로 생기는 직업군, 사라지는 직업군 등의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를 예를 들어보겠다. 의사가 되는 것이 왜 어려운가? 수많은 용어를 외우고, 여러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법을 알고, 비교하고 분석하고 이에 맞는 처방을 배우고, 이를 모두 다 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시험을 치려면 외워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암기가 바로 의사라는 전문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었다. 마치 예전에 암산 실력을 수학 실력의 잣대로 삼았던 것처럼 말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확실한 것은 머릿속으로 외우고 사람의 감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부류의 작업은 더 이상 전문가를 인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에는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고 정형화된, 혹은 보편화된 수술 작업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수학이라는 학문이 ‘암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리고 그런 영역들 가운데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 할배가 와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런 영역이 존재한다.

 


3. 미래: 결국 살아남은 것은…


인공지능이 확산되더라도 의사라는 전문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전자계산기(컴퓨터)가 나오고도 수를 이용해 분석하는 모든 직업군을 포함한 수학전문가들이 사라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인공지능의 보편화가 의사라는 직업군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직업군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문가의 잣대로 여겨져 왔던 기준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어떤 기준이 의사라는 전문가를 만드는가? 바로 인간은 할 수 있는데 인공지능, 혹은 인공지능+로봇은 할 수 없는 그런 영역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요즘 사람들이 많이 다뤄보지 않은 분야, 혹은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해서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분야, 지엽적인 조건에 방법이 달라져서 일반화가 어려운 분야들 말이다. 의학 지식이 하나도 없는지라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 닥터 하우스의 분야 같은 거 말이다.

미국드라마 ‘하우스’ 등장인물.

닥터 하우스와 그 팀이 다루는 분야는 희소병 분석과 외과 수술이다. 만약 당신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거나, 아주 적어 머신러닝이 불가능한 희소병을 잘 찾아내고 타인과 로봇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수술을 척척 해낸다면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완전히 확산된 미래에도 확실히 살아남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현재보다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진짜 전문가만이 살아남는다. 전문가를 흉내 내던 어중이떠중이들은 잘 훈련된 기계를 이길 수 없다. 인공지능의 확산은 인간의 전문직에 대한 권위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권위’로 인정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반 대중에게 알려주는 좋은 도구가 된다. 우리가 전문적이라고 생각했던 분야, 혹은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많은 분야는 더 이상 전문적이지도 않고 인간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 그래서 그 가치를 더 크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영역은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일 것이다.


어떤 분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위의 글처럼 권위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의사 분야도, 법률 분야도 틀림없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런 영역을 잘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바로 미래에 잘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뭐 대충 그렇다는 거다.

알려지지 않은 어떤…

덧붙이는 글


위에 언급한 영역 말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주체 영역을 오직 인간으로 한정시킨 분야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포츠다. 어떤 종목은 아직도 인간이 우세해서 기계가 도입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종목은 이미 기계가 인간을 앞서 있음에도 ‘그냥 인간끼리’로 한정했다. 이런 분야는 미래에도 틀림없이 살아남을 직업군이다.

출처: 뉴시스
예를 들면 대충 이런.

원문: Amang Kim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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