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게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조회수 2017. 2. 16.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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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한다.

당신은 같은 모양의 블록 세 개를 모아 터뜨리는 부류의 단순 노동 방식의 모바일 게임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명절에 모인 가족을 대화합의 장으로 이끌었던 ‘애니팡’은 그만큼 강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현재 카카오에 등록된 모바일 게임만 약 300여 개이며, 개중에는 정말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게임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긴다. 소셜친구를 활용해야 원활하게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의 특성은 비인기 게임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하지만 나 말고는 당최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다른 게임을 했더라면…

그래서 준비했다. 비주류 게임을 하며 서러웠던 트웬티스 타임라인 에디터 5인의 짠내 나는 스토리.



‘애니팡 사천성’ 엄마에게 매일 연락을 드리는 이유 by 정원


PC 게임 ‘거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거상은 동북아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주로 전투와 장사를 하는 게임이지만, 이 안에서도 게임 머니를 벌기 위해 하는 소위 ‘노가다’가 존재한다는 걸 말이다. 그 노가다는 아주 간단한 미니 게임을 통해서 이뤄지곤 했다.


그중에서도 같은 모양의 마작패를 두 번의 굴절만으로 매칭시키는 일명 ‘사천성’이라는 게임은 소박한 몰입감을 안겨줬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시간이 지나서도 ‘애니팡’이니, ‘캔디 크러쉬’니, ‘프로즌’ 같은 블록을 세 개씩 짝지어 터뜨리는 게임이 아닌 ‘애니팡 사천성’를 종종 하곤 했었다. 주변에 함께 하는 카카오톡 친구가 없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작은 문제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경쟁을 신청한다!… 고 말하고 싶었는데 가만있어도 내가 1등

‘애니팡 사천성’은 15탄마다 세 개의 열쇠를 얻어 열어야 하는 자물쇠가 있다. 문제는 이 자물쇠를 푸는 방법이었다. 주로 카카오톡 친구 세 명에게 요청하여 열쇠를 받고 자물쇠를 푸는 게 보편적이었다. 그런데 ‘애니팡 사천성’을 하는 나의 카카오톡 친구는 단 한 명, 엄마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자질구레한 부탁을 해도 민망하지 않을 주변 지인들에게 열쇠만 주면 된다며 ‘애니팡 사천성’을 설치해주기를 간청(?)하기 시작했다. 물론 캐시를 지르거나 종종 있는 이벤트로 얻을 수 있는 페리로도 자물쇠를 풀 수 있었지만 빠르면 하루, 늦어도 2-3일이면 또다시 직면하는 자물쇠를 매번 돈을 써가며 열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열쇠 동냥(?)을 했다. 동냥도 하루이틀이었다. 미안함과 동시에 쌓여가는 비참함은 결국 게임 아이콘 위에 떠 있는 ‘X’ 버튼을 누르게 했다.

출처: MBC
안 하고 만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마치 영화 ‘쏘우(Saw)’의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채로 끊임없이 게임을 시작하는 직쏘처럼 ‘애니팡 사천성’을 다시 시작했다. 떠나가는 유저들을 잡기 위해서인지 이제는 보스 스테이지라는 걸 깨면 열쇠를 준단다. 그렇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쓸데없는 열정을 불태우며 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느새 1,200탄에 머물러 있다.


다만 높아진 스테이지만큼이나 보스 스테이지가 어려워져서 열쇠 하나 얻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차해서는 친구 없음에 설움을 느끼고 다시 떠날지도 모른다. 대체 왜, 비인기 게임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설움을 느끼고 게임을 그만해야 한단 말인가! 이러다 엄마와 함께 게임을 하는 친구분들과 카카오톡 친구라도 맺어야 할 판이다.

 


‘스타팝’ 덕후 친구 어디있니. 살아 있니? by 유라


많은 캐릭터 중에서 하나를 결정해서 일하며 돈을 번다. 그 돈으로 옷도 사 입히고, 밥도 먹이고, 교육도 한다. 잠도 내가 재워야 한다. 안 재우거나 안 먹이면 아파서 병원에도 데리고 가야 한다. 이렇게 귀찮고 죄책감을 유발하는 게임은 ‘프린세스 메이커’ 이후로 해 본 적도, 관심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그림이 예뻐서? 세계관이 좋아서?… 아니다. 샤이니가 나왔기 때문에. 덕후이기 때문에 나는 이 은근하게 집착하게 돼 지지리도 궁상맞은 ‘스타팝’이라는 게임을 한다.

이 게임을 하는 이유: 있길래

SM 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한 이 모바일 게임은 동방신기, 샤이니, 엑소의 각 멤버들과 친구가 되어 데이트도 하고, 스케줄 관리도 해주고(?), 밥도 먹이고(??), 옷도 입히고(???), 잠도 재우며(?????) 즐겁게 노는 육성게임이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 그저 내 새끼 좋은 거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싶은 마음에 정신없이 돈을 벌게 된다.


캐릭터별로 닮은 멤버도 있고, 별로 안 닮은 멤버도 있지만, 이 게임의 엄청난 장점은 단연 오디오다. 대사들이 진짜 샤이니의 멤버들이 녹음한 목소리로 들리는데, 이럴 때 덕후는 사망합니다. 꽥.

네… 터치하겠습니다…(사심)

이런 러블리한 게임을 하면서도 비참함을 느끼는 순간은 많다. 체력이 0이 될 때까지 스케줄을 돌리다가 문득 내가 SM보다 더하구나 싶을 때, 다른 스케줄은 몇 분씩 걸리는데 팬 사인회는 10초밖에 안 될 때, 예능 방송에 내보냈더니 우·결을 찍고 앉아 있을 때…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비참을 느끼는 순간은 역시 ‘액션 스티커 보내기’ 퀘스트를 만날 때이다.


‘스타팝’ 친구에게 보내줄 수 있지만, 나의 독고다이 덕후 인생에 ‘스타팝’ 친구가 있을리가 없다. 친구의 SNS에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 이해해주는 너그러운 친구는 만나보지 못했다. 사실 이런 게임이 폰에 있다는 것만 이해해줘도 다행이다. 결국 내 이모티콘은 누구에게도 전송되지 못하고, 결국 퀘스트는 클리어 되지 못한 채로 몇 개월씩 방치되어 있다.


저랑 스티콘 주고받으실 덕후 구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연락해 주세요.



‘회색도시’ 친구 없으면 돈을 써야하는 이 자본주의… by 현익


간단히 말해 ‘회색도시’는 정해진 스토리에 맞춰 죽을 고비에서 탈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게임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자신의 딸을 잃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복수극을 꾸미는 전직 경찰을 막기 위해 게임 속 캐릭터 양시백, 권혜연, 배준혁, 하태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다가 더 큰 위험에 처한다는 내용의 게임이다. 위기를 피하며 숨어있던 진범을 찾아내야 하기에 스토리는 막판까지도 정신없이 이어진다.

출처: 회색도시
솔직히 명작이다.

당연히 스토리에 따른 미션이 계속된다. ‘사건의 증거를 찾아 조작하라’와 같은 간단한 미션에서부터, ‘미로 같은 10층 건물에서 추격자를 따돌리고 어떻게든 탈출하라’와 같이 까딱 잘못하면 주인공이 도륙당하는 미션까지 다양하다. 이런 미션들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필름’을 소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션 하나당 2-5개의 필름을 소모해야만 다음 플레이가 가능하다. 문제는 필름이 하루에 딱 1번, 5개씩만 충전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완수할 수 있는 미션은 1-2개뿐이게 된다. 결국, 주인공들이 갇힌 방 안에서 간신히 탈출하기만 하면 미션이 끝나서 플레이하기까지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저녁 드라마도 한 회를 이렇게 끝내지는 않는다!


필름을 추가로 얻는 방법은 2가지. 하나는 돈 주고 사는 것이다. 3만 원 정도면 전체 플레이 가능한 필름 250개를 살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친구를 통하는 것인데, 이게 좀 복잡하다.

1. 친구에게 게임 초대장을 날린다.
2. 게임초대를 하면 ‘코인’을 받는다.
3. 1000코인을 쓰면 ‘뽑기’를 통해 필름을 뽑을 수 있다.

…물론 프로필 사진이나 쓸데없는 아이템이 뽑힐 때가 훨씬 많다. 그래서 작정하고 친구들에게 ‘회색도시’ 초대장을 뿌리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코인이 쌓였다. 그 코인들로 여러 차례 뽑기를 돌렸다. 100명의 친구에게 모은 코인을 모두 쓰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때 까지 새로 모은 필름은 단 10개. 1시간 동안 온갖 욕을 들어가며 모은 필름 개수라고 하기에는 형편없었다.


산술적으로 따져서 필름 250개를 모으기 위해서는 2,500명의 친구가 필요함이 명백해지는 확률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만큼의 친구가 없었고, 2,500명의 새 친구를 만들기 위해 곳곳을 뛰어다니기에는, 건물에 갇힌 채 불량배에게 쫓기는 양시백을 빨리 살려내는 것이 급했다. 결국, 나는 시원하게 3만 원을 질렀다.

출처: 회색도시
네… 매우…

‘회색도시’의 후속편 겸 프리퀄인 ‘회색도시 2’는 상당히 수작이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그나마도 이처럼 기분 나쁘게 과금하는 시스템 때문에 마케팅을 담당하는 회사에 모두가 하나되어 욕을 날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회색도시’ 시리즈의 영업이익 부진을 탓하며 개발진을 모두 권고 퇴사시켰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기 했다. 이전에는 친구가 많은 사람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게임 할 수 있게 하더니, 이젠 시리즈 완결도 보지 못하게끔 한 제작사에 리스펙트…



‘심즈 프리플레이’ 내 친구의 마을, 어디로 갔나요? by 보은


‘심즈 프리플레이’에서 게임을 하다가 심들 한 명 한 명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모든 게 내 마음대로 조종되기 때문이다. 내가 피곤할 때는 심도 20시간을 재우고, 여름에는 서핑을 취미로 삼게 하고, 겨울에는 집에 벽난로도 놔준다.

나는 망했으니 심이라도 잘 돼서…

그런데 심을 혼자 키우다 보면 사실 좀 외롭다. 다행스럽게도 페이스북 연동을 통해서 ‘심즈 프리플레이’를 하는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다. 친구의 마을에 내 심을 보내서 함께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고, 또 친구 몰래 친구 집의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하고… 여튼 별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심지어 친구 마을의 잘생긴 심과 내 심과 연애할 수도 있다! 한 동네에서 자꾸 마주치는 남자보다 이웃 동네의 훈내 나는 뉴페이스라니… 물론, 여자 심의 몸매가 비현실적으로 좋은 데에 비해 남자 심의 외모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상상은 자유이니 이 얼마나 로맨틱한가!


그러나 한동안 ‘스머프’나 ‘심즈’ 같은 육성 게임이 유행했던 시절을 지나, 갈수록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씩 줄어든 끝에 이제는 나 혼자만이 남았다. 그 말인즉슨 자주 놀러 가던 이웃 친구 마을까지 사라졌다는 말이다.

내 사랑의 기억들아, 안녕…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나의 사랑을 대신해주던 심은 그렇게 짝을 잃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감정을 이입하며 게임을 하지 않아도 함께 플레이하는 친구가 사라지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다. 이웃 친구가 있으면 파티 보트와 이웃 마을 퀘스트를 통해 보라색 별(기본 화폐인 시몰레온과 캐시 개념의 LP보다 훨씬 고가인 SP)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라색 별만 있으면 아주 고급스러운 저택과 특이템들을 쉽게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 이웃 마을이 사라져서 퀘스트 깨러 갈 곳이 없다. 보라색별도 없다. 짝도 없다. 불쌍한 나의 심들. Say Goodbye…☆



‘아이러브파스타’, 떠나간 사람, 남겨진 게임 by 형기


스물넷,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연애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친구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였다. 그녀는 게임을 크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따금 나와 같이 하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아이러브파스타’였다.

참으로 러브했던 파스타 게임

게임은 여느 경영 SNG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어여쁜 일러스트 기반으로, 종업원을 고용하고 재료를 사서 손님의 주문에 따라 파스타를 만들고, 그렇게 돈을 벌어 가게를 꾸미고 넓혀가는 게임이었다.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매일 서로의 가게에 들러 종업원을 눌러 포인트를 쌓기도 하고, 친구가 수락하면 입점하는 소셜 샵에도 서로의 캐릭터를 들여놓았다. 별 볼 일 없던 허름한 가게는 어느새 서로의 취향으로 도배되었고, 우리의 추억이 쌓여가는 만큼 가게도 나날이 커져만 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로에게 퍼즐 조각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밤늦게 자리에 누워서는 서로의 가게에 들러 종업원을 눌러주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다. 그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와 헤어졌다.

아… 어…

자신만 바라보기 바쁜 내가 더는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받는 사랑이 너무 당연해져 그 이상을 주려 하질 않았다. 취업 준비를 핑계로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다시 잘해볼 마음은 없냐며 마지막 기회까지 던져줬지만, 무서웠다. ‘내가 더 잘할게.’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나는 책임에서 도망쳤고, 혼자가 되었다. 3일이 지나 다시 게임에 접속했을 땐 난 이미 혼자였다.


각자의 마을 한 귀퉁이에 자리 잡았던 소셜 샵은 철거되었고, 나는 더이상 퍼즐을 보낼 수 없었다. 종업원을 눌러줄 수도 없었다. 이제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카카오톡 게임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더이상 소셜샵 보너스도 받을 수 없었고, 친구와 함께하기 종류의 이벤트는 참여할 수도 없었다. 정말 우리가 헤어졌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한 일상 속에서 실감해버렸다.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이러브파스타’를 한다. 벌써 오래전 일이라 미련이랄 것이 남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내 가게 주변의 텅 빈 소셜 샵을 볼 때마다, 늘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원문: TWENTIES TIMELINE / 작성: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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