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회고: 왜 그렇게 금리가 낮았을까?

조회수 2016. 9. 28. 14: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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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에 깊은 상흔을 남긴 금융위기에 대해 파헤쳐 보아요

2008년 위기의 원인을 회고하는 시리즈 글을 총 6회에 걸쳐 올릴 계획입니다. 오늘은 그 1편으로, “왜 그렇게 금리가 낮았을까?”입니다. 참고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왜 그렇게 금리가 낮았을까?

2) 중국이 미국 부동산 버블을 유발했다고?

3) 미국은 왜 그렇게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나?

4) 규제완화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태도는?

5) 부동산 시장 붕괴의 원인은?

6) 부동산 시장 붕괴가 긴 불황으로 이어진 이유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


2008년 금융위기는 8년이 지나도록 세계경제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특히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를 기존 0.25%에서 0.15%로 인하하는 한편, ECB에 예치된 은행들의 예금금리에 대해 -0.10%의 금리를 부과하기로 결정해 큰 충격을 주었다.

마이너스 금리란, 돈을 맡길 때마다 예금을 받기는커녕 맡긴 돈의 0.1%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ECB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단 하나. 돈이 전혀 돌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통화 공급이 증가하지 않고, 더 나아가 물가 하락압력이 높아지는 상황. 즉 90년대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 기대가 부각될 때 소비자들과 가계는 더욱 저축에 열을 올리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지고 있는 부채의 실질 부담이 나날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가계를 생각해보자. 그의 월급이 500만원이라고 할 때, 연 400만원(2%의 이자율)의 이자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보유한 집의 가치가 하락하고 월급마저 깎인다면 어떻게 될까?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의 고정적인 이자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가계는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빚을 청산하는 것이다. 2억원 모두가 아니더라도 일부만이라도 갚으면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 대신 보유하던 콘도나 자동차 그리고 기타 유가증권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저축을 늘리는 것이다. 소비를 줄여 어떻게든 이자를 계속 내고, 더 나아가 돈을 저축해서 빚을 갚아나갈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결국, 이 두가지 방법 모두 저축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각 개별적인 가계 입장에서 저축을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경제 활동 참가자 모두가 저축을 늘린다면 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듯, 경제의 활력을 떨어지며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는 ‘플라스크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음을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한 나라의 경제는 끝없이 침체된다.


현재 유럽 상황이 딱 그 모양이다. 아래 <그림 1>에 나타난 것처럼, 실업률은 끝 없이 상승하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환경이 원인이었다


유럽 이야기는 이정도에서 끝내고, 본격적으로 이번 장의 주제에 접근해보자. 2000년 정보통신 거품이 붕괴된 지 불과 8년 만에 대대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위기 이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논쟁하고 또 연구한 결과, 가장 큰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환경에 있다는 쪽으로 맞춰지는 듯하다. 물론 이에 대해 전 연준의장 벤 버냉키는 저금리가 원인이 아니라고 반박하나, 일단 소수의견으로 볼 수 있다(벤 버냉키(2010), “Monetary Policy and the Housing Bubble”).


실제로 아래 <그림 2>에 나타난 것처럼, 2000년대 초반의 미국 정책금리는 적정금리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서 ‘적정금리’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고안한 적정금리 추정 모형인 테일러 룰에 따른 것으로, 2003년부터 2004년 사이에 3% 정도가 금리로 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적정금리는 실업률과 경제성장률 등 경제 여러 변수를 종합하여 계산되는데, 정책금리가 이보다 크게 낮으면 경기과열의 위험이 커지며 반대로 정책금리가 크게 높은 수준이면 반대로 불황의 위험이 커진다.

연준과 금융위기


물론 연준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대단히 낮은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게 연준의 변이다. 2003년 초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물가가 상승했었지만, 이건 전쟁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준의 주장은 상당한 일리를 가지고 있다. 아래의 <그림 3>에 잘 나타난 것처럼, 2003년 하반기와 2004년 초의 물가 상승률은 2%를 밑돌고 있었으며 경제의 생산설비 가동률도 75%에 미치지 못하는 등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물론 2004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넘어 3%대까지 상승하고, 공장가동률도 80%선을 회복했는데도 금리인상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것은 분명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2000년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경제가 다시 무너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라서 미 연준이 (몇 가지) 잘못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나 그들‘만’이 2008년 위기의 주범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된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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