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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는 오래전부터 말로는 하지 못할 얘기를 연애편지 쓰듯 쪽지로 주고받곤 했습니다.

조회수 2020. 10. 14. 13: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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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등불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면, 선물을 사 달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늘 선수를 치곤 했습니다. 


“생일은 선물받는 날이 아니다. 그저 부모에게 낳아 주셔서 고맙다고 하면 된다.”


필요한 게 있으면 아버지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받는 동생과 달리 나는 체념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졸라 본 적 없었습니다. 혼자 힘으로 돈을 벌고 무언가를 사는 일에 익숙했죠.


나는 욕심이 많고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반면, 동생은 욕심이 없고 중요한 순간에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늘 동생을 더 걱정하셨습니다. 


나도 실은 강한 척하며 약한 마음을 숨긴 건데, 아버지는 나를 씩씩한 딸이라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때로는 동생만 챙기는 아버지에게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동생이 먼저 잠들어 불을 켜지 못하고 텔레비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으로 책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는 말했습니다.


“큰딸, 안 자나? 그렇게 보면 눈 나빠질 텐데. 불 켜지 그라노?” 


“도희 자잖아. 형광등은 너무 밝고. 이 책 꼭 읽고 싶은데 우야노?” 


“늦었으니까 조금만 읽다 자라.” 


얼마 후 저는 곯아떨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머리맡에 새하얀 스탠드가 놓여 있었습니다. 크기는 작아도 불빛이 영롱했습니다. 


스위치 옆에 붙은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큰딸, 스탠드 켜고 책 많이 읽어라. 사랑한다. 아버지가.” 


아버지와 나는 오래전부터 말로는 하지 못할 얘기를 연애편지 쓰듯 쪽지로 주고받곤 했습니다. 나는 분홍색 쪽지에 답장을 썼습니다. 


“아버지는 제 마음의 등불이에요. 언제나 꺼지지 않고 비춰 주죠. 꼭 필요한 것을 주는 아버지의 지혜, 가슴에 새길게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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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기도 성남시에서 권미래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목소리서포터즈 녹음
본 콘텐츠는
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전은희'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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