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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알려 준 대로 해 봤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 잘 아세요?

조회수 2020. 10. 14.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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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는 네 엄마가 누구인지 몰라.

소녀와 엽서

나는 중학교 앞에서 십오 년간 문구점을 했습니다.


그날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등하교 시간을 지내고 나니, 초등학교 일 학년 아이가 들어와 물었습니다. 


“아줌마, 이 카네이션 얼마예요?” 조화 카네이션은 한 송이에 삼백 원이라고 말하니, 아이는 한참을 서서 생각에 잠기더니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했습니다. 


“두 송이 사면 육 백 원인데, 어휴.” 하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면 용돈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고민에 빠진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너 엄마 말씀 잘 듣니?” “아니요.” 

“공부는 열심히 잘하니?” “아니요.” 

“동생이랑은 잘 지내니?” “아니요.” 


“너 말썽꾸러기구나.” “엄마가 매일 그런 말 해요.” 

“그럼 아줌마가 가르쳐 준 대로 해 볼래?” “뭔데요?” 

“카네이션 말고 오십 원짜리 엽서 한 장 사서, ‘앞으로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동생과도 사이좋게 지낼게요.’ 하고 예쁘게 써 엄마에게 전해 보렴.” 


아이는 물끄러미 생각에 잠기는 듯했습니다. “아녜요, 그럼 엄마가 뭐라 할 거예요.” 


“무척 좋아하실 거야.” “정말요?” 


아이는 한참 망설이다 엽서 한 장을 사 갔습니다.


며칠이 흘렀습니다. 아이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뛰어들어 왔습니다. 그러고는 숨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줌마가 알려 준 대로 해 봤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 잘 아세요?” “아니, 나는 네 엄마가 누구인지 몰라.” 


“그런데 어떻게 엄마 마음을 아셨어요? 엄마 아빠가 엄청 좋아하셨어요.” “그랬구나. 앞으로는 엽서에 쓴 대로 약속 지키고, 내년에도 그렇게 해 보렴.” 


“고맙습니다.” 배꼽 인사까지 하고 돌아가는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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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대전시 서구에서 전혜수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목소리서포터즈 녹음
본 콘텐츠는
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미요'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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