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주일이 길어요, 한 달이 길어요?

조회수 2020. 4. 2. 1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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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먹은 아이의 그 마음이 하도 기특해 그러자고 허락했다.

며칠 전, 유치원에서 돌아온 큰아이가 “엄마, 일주일이 길어요, 한 달이 길어요?” 하고 물었다. 


한 달이 길다고 대답했더니 “엄마, 신이네 집에 또 불이 났어요. 한 달은 기니까 일주일만 우리집에서 재워 주면 안 돼요?” 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신이네는 얼마 전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화재를 당한 모양이었다. 그런 신이네가 갈 곳이 없을까 봐 걱정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일곱 살 먹은 아이의 그 마음이 하도 기특해 그러자고 허락했다.


다음날 아침, 겉옷을 입히며 “유치원 끝나고 엄마랑 신이네 집에 가자” 하고 말했더니 “엄마, 안 돼요. 그래서 너무 슬퍼요” 하며 울먹거렸다. 


어제 저녁에 엄마의 허락을 받고 기분이 좋아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식구도 많은데 어디 다른 식구를 들이냐며 안 된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얼마나 마음에 상처가 됐으면 그 어린 아이가 슬프다고 표현했을까? 하지만 어른들께서 안 된다고 하신 일이라 시무룩해 있는 아이를 그냥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후쯤, 아이는 웃는 얼굴로 집에 들어서더니 “엄마, 제 저금통 신이 줘도 돼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선뜻 그러자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생수통을 저금통으로 만들어 돈을 넣은 지가 아이의 나이와 같으니 그걸 다 보내기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아이가 결혼할 때까지 놓아둘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빠랑 의논해 보자며 대답을 미루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그 얘길 했더니 남편은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지 않냐며 그 마음을 지켜 주자고 했다. 


그 일이 밑거름이 되어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가족뿐 아니라 친구나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살기를 바랐고, 잠시나마 그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다음날 그 돈을 지폐로 바꾸어 아이 편에 신이네 가족에게 보냈다. 


'신이네 가족이 다시 힘을 얻어 꿋꿋이 일어날 수 있었으면, 또 우리 아이가 그 예쁜 마음을 오래도록 잃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비는 마음으로.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인숙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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