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덥던 8월, 빨래를 기다리던 어르신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조회수 2020. 10. 14. 13:1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한참 만에 나타난 어르신은 봉투를 내밀었다.

삶이 묻어나는 한마디

나는 이동 세탁 차량을 몰고 시골 마을을 다니며 어르신들의 이불을 빠는 봉사를 한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말벗도 되어 드린다.


유난히 무덥던 8월, 빨래를 기다리던 어르신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한참 만에 나타난 어르신은 봉투를 내밀었다. 우리를 위해 장터까지 가서 포도를 사왔다고 했다.


“더운데 왜 거기까지 다녀오셨어요.” 하며 걱정하니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그랬단다. 


어르신은 경로당 근처에 있는 제법 큰 집을 보며 한숨 쉬었다. 


“원래 우리 집이었는데 남편이 사업 실패해 팔고 변두리 낡은 주택에 세 들어 살고 있어. 볼 때마다 속상해.” 


그러면서 내게 당부했다. 


“뭐든 혼자 결정하지 말고 꼭 가족이랑 상의해. 알겠지?” 


어르신은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며 인사했다.


어느 마을 노인회장을 맡은 할머니는 우리에게 점심으로 자장면을 사 주겠다고 했다. 도시락 시켜 먹으면 된다고 손사래를 치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돈 많아도 음료 한 병 살 줄 모르는 사람도 있어. 가진 게 많으면 뭐해. 나이 들수록 베풀어야지. 쓸 땐 쓰는 게 돈이야.” 


그러면서 아무 말 말고 먹으라고 했다.


소일거리로 택배를 배달하는 어르신은 허리가 굽어 유모차에 의지해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일을 했다. 


개당 몇백 원의 배달료를 받았지만, “칠순 넘어서 내가 벌어 쓴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야. 일하며 건강도 챙겨서 좋지.” 하고 환하게 웃었다. 


삶이 묻어나는 한마디를 들으며 나는 오늘도 행복하게 일한다.

-

지금까지 충청남도 계룡시에서 류두희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