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사랑 고백 아닐까? 이왕이면 편지도 주지..'

조회수 2020. 10. 14. 13: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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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가슴 떨렸다. 생애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림의 떡

어느 날 갑자기 아래층 할머니가 찾아왔다. 


“길 잃은 꽃, 주인 찾아 주러 왔지!” 


대문을 나서려고 보니 웬 꽃 한 송이가 놓여 있기에 가져왔단다. 


“아무리 봐도 아가씨 것 같아서.” 


조화였지만 버릴 수 없었다. 그 뒤로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 대문 앞에 꽃이 있었다. 그렇게 모으기 시작하니 어느새 한 다발이 되었다. 


‘혹시 사랑 고백 아닐까? 이왕이면 편지도 주지…….’ 


왠지 모르게 가슴 떨렸다. 생애 처음 겪는 일이었다. 색깔도, 모양도 다양한 꽃을 볼 때마다 누가 보낸 건지 추측했지만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몰래 지켜보기로 하고 문가 감나무 뒤에 쭈그려 앉았다. 얼마 안 가 발에 쥐가 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빗방울까지 떨어졌다. 


‘이쯤에서 포기해야 하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대문 앞에 무언가 툭 떨어졌다. 


'왔다!' 


난 뛰쳐나가 외쳤다. 


“누구냐 넌?” 


“그러는 아줌마는 누구신데요?” 


내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이는 짱구 머리를 가진 남자아이였다. 


사연은 이러했다. 아이는 같은 학원에 다니던 동갑내기 여학생을 좋아했지만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매번 짓궂은 장난을 쳤다. 


화가 난 여학생은 학원을 그만두었다. 속마음을 고백하고 사과도 할 겸 그 학생 집에 꽃을 둔다는 게, 번지수 끝자리를 잘못 본 탓에 줄곧 우리 집으로 꽃을 배달한 것이었다. 


헛웃음만 짓던 나는 그간 받은 꽃을 한데 모아 여학생 집 대문 너머로 던져 주었다. 아이는 그제야 마음 놓인다는 듯 고맙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이런 걸 두고 그림의 떡이라고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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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서울시 성북구에서 정선미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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