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걱정해 주는 그 말이 좋아서, 나는 잠시 서 있었다.

조회수 2020. 1. 6. 12: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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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길을 물어봤을 뿐인데 아주머니는 내 운동화 끈까지 걱정해 주었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지도 못했던 친절을 덤으로 받은 듯해 가슴이 따뜻해졌다.

운동화 끈

손재주가 없는 나는 운동화 끈을 잘 묶지 못했다. 리본 모양으로 매듭을 지어도 운동화 끈은 금세 풀렸다. 이렇게 사소한 일이 왜 이리 어려운지. 


풀린 끈을 묶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또 끈이 풀려 멈추기를 반복하던 나는 언젠가부터 운동화 끈이 풀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지쳐버린 것이다. 포기하니 마음은 편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칠칠치 못하다고 생각할까봐 조금 걱정이 되었다. 


며칠 전,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던 나는 엉뚱한 곳에 내리고 말았다. 생전 처음 보는 곳에 내리게 된 나는 길눈이 어두워 우왕좌왕했다. 결국 나는 한 아주머니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 


“저기 은행 보이지예? 거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금방이라!”


아주머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서려는데 아주머니가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학생, 운동화 끈 풀렸으예.” 


나를 걱정해 주는 그 말이 좋아서, 나는 잠시 서 있었다. 그저 길을 물어봤을 뿐인데 아주머니는 내 운동화 끈까지 걱정해 주었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지도 못했던 친절을 덤으로 받은 듯해 가슴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그 후에도 나는 운동화 끈이 풀렸다고 알려주는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었다.


여름 소나기가 쏟아지던 어느 날이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나는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았다. 그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던 아주머니가 말없이 내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 주었다. 


“고맙습니다.” 


“어디까지 가예?” 


“저 횡단보도 건너서 직진이요.” 


“내랑은 반대네! 그래도 저까지 씌워 줄게예.” 


아주머니는 내게 운동화 끈이 풀렸다고 알려 주며 내가 끈을 다 묶을 때까지 기다렸다. 짐이 한 아름인데도 내게 우산을 받쳐 준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 


헤어지는 길목에서 우산 없이 뛰어가는 나를 바라보던 걱정어린 눈길도. 나는 운동화 끈을 묶을 때마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따뜻한 마음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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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박소연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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