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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멀어지는 현성이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조회수 2019. 12. 2. 16: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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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옷을 추스르는 아이들을 위해 창문 닫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이다.

창문 닫는 사람

▼좋은생각 사연을 오디오로 만나 보세요.

청소년 상담 보조 교사였던 나는 매주 수요일 왕따 가해자인 일곱 명의 중학생을 만났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를 꿈꾸며 시작한 봉사였는데 어느새 녀석들을 만난 지도 두 달이 흘렀다.


이젠 달라질 때도 되었건만 녀석들은 상담 시간 내내 웃고 떠들기 바빴다.


상담 날이 다가오면 짓궂은 장난을 거는 아이들과 씨름할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났다. 


그날도  숨을 고르고 교실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현성이를 중심으로 삐딱하게 앉아 있었다. 


왕따 주동자였던 현성이는 삼 학년 선배들까지 주먹으로 이겼던, 가장 힘이 센 녀석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한 주간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녀석들은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놀랍게도 현성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성이는 삼 일 전에 부모님이 심하게 다퉈 집을 나왔단다. 현성이가 “네.” “아니요.” 말고 다른 답을 한 건 처음이었다. 


무거운 주제에 분위기가 진지해졌다. 


부모님이 다툴 때마다 물건들이 부서졌고 폭언과 폭력이 오갔다. 새벽에 짐을 싸서 집을 나서는 데도 붙잡는 사람이 없었다며 현성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자 나머지 녀석들도 훌쩍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눈물범벅이었던 그날의 상담은 두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물꼬를 터 준 게 고마워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현성이를 불렀다. 


“오늘 용기 있더라. 멋진 모습 고마워.” 


“저도 고마워요.” 


“뭐가?” 


“그게……. 지난 상담 때 제가 윗도리 지퍼 올리는 거 보고 창문 닫아 준 거요. 저 춥지 말라고 신경 써주셨잖아요.” 


아이는 쑥스러운 듯 재빨리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작은 마음에 가득한 외로움이 느껴져 코끝이 찡했다. 그걸 먼저 안아 주지 못했으니 그동안 할 말이 없었을 수밖에. 


그날 멀어지는 현성이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추위에 옷을 추스르는 아이들을 위해 창문을 닫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부터 치유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 마음의 빗장을 걸고 나오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면, 별다른 위로의 말을 건네기보다 그들을 조용히 안아주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강해리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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