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산책길에 누군가 까만 비닐을 들고 쓰레기를 주웠다

조회수 2019. 6. 2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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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 보니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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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고 처음 맞는 아침, 마을을 둘러볼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한 여인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저기요, 버스가 몇 시에 오나요?” “어제 이사 와서 잘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소녀같이 고운 목소리와 웃음에 덩달아 기분 좋았다.


며칠 뒤, 산책길에 누군가 까만 비닐을 들고 쓰레기를 주웠다. 다가가 보니 그녀였다. 내가 인사하자 환한 미소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그녀는 누군가 말을 걸면 늘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동 주민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 남매 중 막내로, 혼자 아픈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신단다. 평소엔 고추 따는 일을 하고, 틈날 때마다 쓰레기를 줍는다고 했다.


어느 날, 딸과 집에 오던 길에 쓰레기 줍는 그녀를 만났다.

“매일 하기 힘들지 않아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세상이 깨끗해지고 사람들이 행복해지잖아요. 밤에 잠도 잘 오고요. 고맙습니다.” 그날부터 딸은 그녀를 '천사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하루는 딸이 말했다. “우리 반 애가 아이스크림 막대를 길에 버리길래 천사 아주머니 얘기를 해 주었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다시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그 친구도 천사 아주머니를 본 적 있대요.”


심성 고운 그녀 덕에 오늘도 우리 마을은 반짝반짝 빛난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한지수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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