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입주민들은 너나없이 대피했다
조회수 2019. 5. 31. 09:00 수정
낡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부가 찾아와 몇 날 며칠 물을 퍼내고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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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여름, 폭우에 물난리가 났다. 전기, 수도, 가스가 끊겨 건물 입주민들은 너나없이 대피했다. 한데 옆 건물에서 낡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부가 찾아와 몇 날 며칠 물을 퍼내고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닌가.
감동받은 나는 이후 세탁소를 내 집 드나들 듯했다. 반찬이나 건강식품을 챙겨 갔고, 두 분도 살갑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정을 쌓았다.
부부의 아들은 올해 스물아홉이지만 정신 연령은 예닐곱 살이다. 태어날 때부터 발달 장애를 앓은 탓이었다. 두 번의 임신에서 아픔을 겪고 힘겹게 얻은 아들이건만 청천벽력 같은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밤 아홉 시면 세 식구는 어김없이 걷기 운동을 한다. 아빠가 앞장서고 엄마와 아들이 뒤따라 걷는다.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이다.
부부가 그저 오래 살고 싶어 매일 밤 운동하는 게 아니란 걸 안다. 자신들이 건강해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들을 더 오래 돌볼 테니까.
넉넉지 않은 살림에 평생 옆에서 손발이 되어야 하는 자식까지 있지만, 내 눈에는 어떤 가족보다 건강하고 행복해 보인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장미자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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