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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꾸준히 병원 진료를 받고 약도 먹었다

조회수 2019. 4. 1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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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을 호소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병동 근무에 지친 무렵 보건 사업 공고가 났다. 방문 간호사로서 취약 계층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력서를 제출한 뒤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 고혈압을 앓는 할머니를 찾아가 기초 검사를 하는데 그분이 퉁명스레 얘기했다. “가뭄에 콩 나듯 오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노? 파스나 주고 얼른 가!” 두세 달에 한 번씩 방문하는 데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다 보니 마음을 열지 못한 듯했다.


나는 시골에서 자주 쓰는 택호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할머니를 다시 방문한 날이었다. “누고?” “할매, 고철댁인데예.” 그러자 “뭐꼬?” 하며 문이 열렸다. 


나는 미소 지으며 “할매예.”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황한 할머니는 이내 “고철에서 시집 왔나?”라며 말문을 열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 후 할머니는 꾸준히 병원 진료를 받고 약도 먹었다. 두통을 호소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사람들이 모이면 고철댁이 가르쳐 준 운동이나 해 보자며 분위기를 돋웠다. 고철댁이란 호칭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구수한 사투리를 쓴 것도 도움이 되었다. 이젠 “할매~ 고철댁입니더.” 한마디면 방문이 활짝 열리고 “고철댁 왔나? 추운데 우째 왔노?” 같은 안부 인사가 들려온다. 


“눈데?” 하는 질문에 “고철댁 모르나? 보건소에서 왔다 아이가.”라는 이야기가 오갈 정도다. 똑같은 일상이 무료하다는 어르신들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된 듯해 행복하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정영주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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