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아들 못 낳는다고 쫓겨날 뻔했다

조회수 2019. 4. 4. 10: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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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더 좋아!" 동네 아주머니 모두 나를 부러워한다.

나는 일흔둘, 딸만 넷 낳은 할머니다. 두 딸은 출가시키고 둘은 아직 미혼이다. 요즘은 아들 낳으면 울고 딸 낳으면 좋아서 웃는다는데, 당시 나는 딸 낳을 때마다 대성통곡했다. 하마터면 아들 못 낳는다고 쫓겨날 뻔했다. 


넷째를 낳을 땐 신경이 곤두서서 진통이 올 적마다 이 악물고 참았다. 드디어 아기가 세상으로 나와 “응애~.” 할 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의사한테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아들입니다.” 나는 안심하고 미역국을 퍼 넣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국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배불리 먹었다.


오후에야 아기가 딸인 것을 알았다. 내가 충격받아 기절할까 봐 의사가 속인 거였다. 왜 그리 슬프던지 종일 울었다. 나는 죄인인 양 시어머니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해요.”라고 용서를 빌었다. 


방에 들어오지도 않던 남편은 낮술을 한잔하고 뒤늦게 나타났다. 손에 파란 샌들을 사 들고서 “여보, 수고했어.”라고 나를 다독여 주었다. 그 샌들을 보니 서운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딸이 더 좋아!” 동네 아주머니 모두 나를 부러워한다. 지금은 나도 하늘이 내려 준 복주머니라고 생각한다. 남편 역시 딸이라면 죽고 못 산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신혜수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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