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수박은 어떻게 수박이 됐게요?"
조회수 2019. 4. 2. 14:22 수정
하루는 함께 그림 그리던 열세 살 아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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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여름, 오랫동안 매달렸던 취업 공부를 포기하고 장애 아동 시설에서 복지사로 일했다. 그곳엔 걷기, 밥 먹기, 화장실 가기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아이가 대부분이었다.
하루는 함께 그림 그리던 열세 살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수박은 어떻게 수박이 됐게요?”
“글쎄?”
“태풍도 참고, 번개도 참고, 폭풍우도 참으면 수박이 된대요.”
아이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럼 수박 속은 어떻게 빨개졌는지 알아요?”
“음……. 잘 모르겠는데?”
“뜨거운 햇볕을 참으면 빨갛게 변해 맛있대요.”
순간 내 마음에 잔잔한 바람이 불었다. 당시 나는 '성적이 좋지 않은 친구들도 취직하는데, 왜 나만 안 될까?'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런데 몸을 가누기 힘든 아이가 인생은 수박과 같다고, 고난을 견디면 맛있는 수박이 될 테니 조금만 힘내라고 토닥이는 듯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변했다. 아직 덜 익은 수박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도전해 원하는 곳에도 취직했다.
아이의 한마디를 좋은 거름 삼아 바람도, 번개도, 뜨거운 햇볕도 이겨 내는 빨간 수박처럼 살고 싶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은희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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