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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50~300여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겨울엔 추위를 이겨 내고 삼복더위엔 구슬땀 흘리며 일고여덟 명의 취사병과 동고동락한다.

민간인 통제 구역에 사는 나는 전방부대의 조리사다.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장병들에게 어머니라 불리며 활기 넘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일 250~300여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겨울엔 추위를 이겨 내고 삼복더위엔 구슬땀 흘리며 일고여덟 명의 취사병과 동고동락한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밥하고 국 끓이고 볶음, 조림을 하며 정성을 다한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 가슴에 가득 채우고 나면 병사들은 떠날 채비를 한다.


취사병 아들들을 떠나보내고 맞이할 땐 으레 김밥을 만다. 마음을 담아 오직 손으로만 할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김 한 장에 밥과 당근, 시금치, 계란 등 대여섯 가지 속을 넣어 마는 동안 환한 미소가 넘친다. 모여 앉아 김밥을 먹으며 나는 한마디 건네기도 한다.


“김밥에 한 가지 속만 있다면 어떨까? 보기에도 그렇고 맛도 없지. 김밥 속처럼 각자의 소질대로 실력을 발휘해 뭉치면 못할 일이 없다. 서로 고운 맛을 내며 하나가 되렴. 어디를 가든 개성 있는 맛을 내는 김밥처럼 알찬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조리사로 일한 지 십오 년, 그간 수없는 장병이 내 곁을 떠났다. 전방과 후방 교체, 전역 후 가정과 사회로 복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 이별에 면역이 생길 법도 한데 아직도 떠나는 병사들 뒷모습을 보면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안순금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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